모리미술관 전시 : 지구가 도는 소리를 듣다 - 地球が回る音を聴く
모처럼 평일에 휴가를 냈다. 출근만 하지 않았을 뿐인데 늘 똑같은 평일 아침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가끔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평일에 휴가를 내야지 싶었다. 사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는 싶었지만 빈둥거리며 보내고 싶진 않았다. 평일 오후,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미술관을 가야지 싶었다. 오늘은 나에게 주는 힐링의 시간이라 생각했다.
롯폰기에 있는 분키츠 (文キツ)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모리 미술관 전시를 찾아봤다. 마침 모리 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전시 포스터만 봤을 땐 큰 임팩트가 없었지만 전시 테마를 찬찬히 읽어보니 오늘 나의 힐링 테마와 딱 어울리는 그런 주제였다.
본 전시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인 <웰빙>이란 무엇인가를 현대 미술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가족, 반복되는 일상, 정신세계, 삶과 죽음 등 인생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잘 살아가는 법 : 웰빙>에 대한 고찰을 풀어내고 있다.
https://www.mori.art.museum/jp/exhibitions/earth/
코로나 이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웰빙라이프란 무엇인지, 인생의 의미를 찾다 보니 순간의 행복에 좀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해외여행은 이제 취미가 아닌 정말 "꿈을 꾸는" 행위가 되었고 재택근무다 워케이션이다 하는 이야기들이 유행처럼 번지고는 있지만 내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리스크에 대해선 더 두려움이 커져갔고 오히려 더 안정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로 시작한 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이 지금은 원숭이 두창으로까지 번져 정말 "한 치앞도 모르는 상황" 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예술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풀어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일반인들보다도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이며 (내 기준) 예민한 통찰력이 있는 그들이 생각한 코로나 이후의 웰빙 (=잘 사는 법)을 어떤 형태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지 기대되었다.
전시는 총 16명의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주제는 저마다 다양했다. 사진을 찍은 듯 나무의 껍질, 숲의 한 조각 단면을 너무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그림이라던가, 설치 미술로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해서 말하면서 결국 최면에 홀리듯 대사에 홀려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찍은 실험 영상이라던가, 일상생활 무의식적으로 자주 접하는 제품들에 전혀 다른 색을 칠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의 수백 개의 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되어있다던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재일교포 작가의 신문지 드로잉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오후 10시에서 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작업을 했다고 한 그녀는 신문지를 이어 마치 커튼처럼 만들었는데 10B연필로 까맣게 칠한 작품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의 경계와 그 의미가 더욱더 확실해지고 있는 요즘 신문지 드로잉 작품은 그 경계의 애매하고 모호함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면서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