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수련을 눈앞에서 보다!!!!
@Tokyo Artizon Museum
미술관을 꽤 많이 다녔지만, 아티즌 미술관 관람은 처음이었다.
도쿄역에 있는 아티즌 미술관. 사실 집에서도 가깝고 우에노 미술관보다는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자주 갔어도 좋았을 법했는데 왜 이제야 발견했지.. 결론은 보물 같은 공간이었다!!!
アートを楽しむ(미술을 즐기기)라는 테마로, 초상화, 풍경화, 인상파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테마가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의 콘셉트 때문인지 몰라도, 여태까지 모든 전시를 통틀어 작품을 가장 가까이, 아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아주 큰 특징이었다!
거기다 오디오 가이드도 어플을 통해 무료로 제공될뿐더러, 그 가짓수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중간에 배터리가 없는 바람에 다 듣지 못할 정도로 ㅜㅜ) 보다 심층적인 작품 감상에 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각 섹션 별로 별도 팜플렛 제공까지!!! 심지어 전시 마지막 날이었던 관계로 사람들도 많고 꽤 붐빌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붐비긴 하였으나 우에노처럼 사람에 치일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인지 딱 내가 원하던 힐링 하면서 작품 감상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전시장이었다.
또 놀랐던 것은 아티즌 홈페이지에 360도 뷰라는 기능이 있어, 실제 전시 공간을 360도 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화질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까지 실제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을뿐더러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구현해 놓은 것도 참 신기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공간, 아티즌!
<자화상을 사랑한 화가들>
첫 섹션은 초상화 작품들이었다. 화가들은 자신의 자화상을 참 많이 그리는 듯하다. 에곤 쉴레 전에서도 느꼈었지만, 자화상을 통해 화가 자신의 이면, 본모습을 찾고자 한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가 화가들의 자화상은 항상 (관객을 향해)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괜히 나의 속내도 들킬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 우에노 서양미술관에서 마티스 전을 하고 있는데 그 맛보기라고 해도 될까. 마티스의 작품도 몇 점 감상할 수 있었다. 확실히 딱 보면 마티스구나!라고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붉은 색채와 윤곽선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하지만 원색을 중시했던 그도 45세 이후에는 선을 중심으로 하며 색채를 적게 쓰는 형태로 화풍이 바뀌었는데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마티스의 장녀 마르그리트를 그린 작품이다.
<마음이 힐링되는 풍경화>
두 번째 섹션은 내가 좋아하는 풍경화. 사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모네의 수련을 만날 수 있었고 심지어 아주아주 가까이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만 해도 이번 전시는 매우 가치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세잔, 피카소 등 유명한 화가들의 풍경화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풍경화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큐비즘으로 추상적인 화풍을 그리던 시기에도 저렇게 예쁜 풍경화를 그릴 수도 있구나 싶었다. 참 다재다능한 사람..! 피카소 풍경화는 구름의 모양이나 나무의 잎사귀 형태 하나하나가 너무도 섬세해 한참 동안 그림 앞에 서 있었다.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는 표현이 아마 이럴 때 적합하지 않았나 싶다.
100% 모네의 작품일 것으로 확신했던 작품인데, 일본화가인 후지시마 타게시 (藤島武二)의 작품이었다. 역시나 낭만주의와 인상주의를 발전시킨 화가로 하기는 <야시마보다 원망>이라는 작품. 노을이 지는 듯한 분홍빛 하늘과 하늘색과 회색빛의 조화. 그리고 화룡점정처럼 하얀 배의 악센트까지! 개인 소장하고 싶을 정도.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네의 작품. 10월에 모네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네가 베네치아에 체류하던 당시 남겼던 풍경화 작품 중 하나. 무지갯빛으로 표현한 하늘이 참 인상적이다.
<모리조와 마네의 질긴 인연>
마지막 섹션은 인상파에 대한 작가들의 전시들이었다. 사실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화풍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잘 알지 못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자연을 중심으로 한 전원생활을 담은 풍경화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이번 섹션에선 파리라는 도시에서의 일상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주요 테마였다.
첫 번째 작품은 베르도 모리조라는 여성 화가의 <발코니에 있는 여자와 아이> 사실 여성화가에 대한 작품을 만날 볼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그녀는 파리의 인상주의 화가로, 마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마네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모리조라고도 하며, 모리조는 마네의 동생과 결혼했다고 한다. 마네의 발코니라는 작품의 등장하는 여인의 모델이 바로 모리조라고 한다. (마네의 작품 중 모리조가 모델로 알려진 작품이 11점 있다고 한다.) 부족함 없이 부유하게 자란 그녀는 주로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담은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특히 여성적인 작품의 전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유롭고 섬세한 터치와 밝고 신선한 색채가 특징이다.
두 번째 소개된 인상주의 여성 화가는 에바 곤잘레스 였다. 그녀 역시 모리조와 마찬가지로 마네의 제자로 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밝고 부드러운 형태의 화풍이 특징인 그녀의 대표작인 <잠에서 깨어남> 바라만 보고 있어도 사각사각 한 이불소리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질 듯하다.
세 번째 소개된 인상주의 여성화가는 마리 브라크몽, 그녀 역시 모네나 드가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자신의 독특한 접근방식을 개발하였고, 빛의 미묘한 색의 조화를 표현하려고 힘을 썼다고 한다.
귀스타브 카유보트라는 인상파 화가의 <피아노 치는 남자> 그는 인상파 화가임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그는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19세기 파리의 상류사회에서 한 주류를 차지했던 피아노. 특히 당시 부유함을 상징하기도 했던 피아노를 작품에 등장시키면서, 피아노를 치는 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유니크함도 보여주고 있는 작품. 특히 실내 벽지라던가, 가구, 커튼 등 19세기 당대 파리의 일상생활을 세밀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드가 드가, 마네, 르누아르의 작품이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