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부터 큐비즘까지 (고흐의 해바라기는 덤!)
브루타뉴 지방은 19세기말 20세기 초 많은 화가들이 사랑했던 장소이다.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파리 도심과는 다른,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전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바다와 절벽, 초원 등을 주요 테마로 한 풍경화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뿐만 아니라 브루타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생활상 역시 회화의 주제로 등장하였다. 고겡을 비롯하여 모네 등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브루타뉴 지역은 화풍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훗날 인상주의에서 신인상주의 나비파 피카소 큐비즘까지 브루타니 지역을 테마로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시대를 거쳐 많은 화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쿄에서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sompo 미술관에서 6월까지 브루타니 지역을 테마로 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고 이와 동시에 서양미술관에서도 브루타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빛과 색채가 테마인 전시가 마찬가지로 6월까지 기획되어 있었는데 서양미술관이 좀 더 유명작가들 (모네, 고갱 등)의 작품 위주로 전시가 되어있는 듯하였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총 3가지로 구성되었는데, 첫 테마는 <브루타뉴 지방의 풍경 : 바다와 토지>였다
브루타뉴 바다의 역동적이고 거친 파도의 생생함이 전반적으로 잘 느껴졌으며 특히 대부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시간대가 오후 4-5시경으로 노을빛이 연상되는 노르스름한 분위기 때문인지 더욱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과 동시에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알프레드 기유, 임마누엘 랑시에르 등의 대부분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임마누엘 랑시에르의 “간조 때의 해변 풍경”은 그림 속에서 그 축축함과 쓸쓸함, 한바탕 파도가 휩쓸고 간 후의 평화로움 등이 핑크빛이 감도는 하늘빛과 물기가 느껴지는 황갈색 빛의 토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푸른빛의 바다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내 발걸음을 꽤 오래 붙잡아 둔 그림이었다.
마음을 촉촉이 어루만져주는 듯한 부드러운 질감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두 번째 테마는 인상주의부터 나비파까지의 시대 별 브루타뉴 지역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었었다. 여기선 그 유명한 “클로드 모네“의 초기 작품이 2점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 점은 사진촬영 불가였다 ㅜ) 첫 번째 테마에서 주로 전시된 작품들도 동일한 풍경화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틀리에(실내 작업공간)” 에서 작업이 진행된 반면,
실제 빛의 변화를 감상하며 회화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외에서의 작업 방식을 추구했던 모네의 초기 작품인지라 더욱 의미 있었다. 사실 야외작업의 중요성을 제창한 자는 모네의 스승인 “외젠루이 부댕(1824-1898) “이다. 확실히 부댕과 모네의 그림이 닮아있다.
부댕은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모네 등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브루타뉴 지역을 사랑했던 그는 25번 이상 방문하며 700-8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 모네인데, 그의 스승인 부댕의 작품도 찾아보며 공부해 봐야겠다.)
고갱 역시 브루타뉴 지역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남겼을뿐더러 훗날 나비파가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 “퐁다방파”를 만들었다.
퐁다방은 브루타뉴 지방의 작은 마을 이름으로 1886년 이 지역을 방문한 고갱은 자신의 회화사상과 이념을 같이 한 젊은 미술가들 ( 라발, 베르나르, 모프라 등)을 중심으로 퐁다방파 그룹을 결성하였다.
퐁다방파는 고갱의 종합주의를 중시하는 화풍으로 특히 인상주의의 감각주의를 부정하며 사상적 내용을 지닌 주제를 회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고갱은 회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자영현상, 외형적 형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과 경험을 종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인간 내면세계 등)를 회화적인 요소,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고갱이 주장하는 회화적 언어는 강렬한 원색이나 두꺼운 윤곽선, 일본의 우키요에 영향을 받은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적 묘사, 단순한 형태를 특징으로 한 구획주의 기법을 탄생시켰으며 이는 훗날 큐비즘/입체파에 영향을 준다.
나비파는 고갱의 제자인 폴 세루지에에 의해 탄생되었는데 나비파의 뜻은 “예언자”라고 한다. 작품 안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적인 요소들을 회화에 녹이며 퐁다방파 고갱이 주장했던 사상적 주제(종교적인 역할)를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특징이다..
하기 두 그림은 그러한 실험적인 상징적 요소들이 잘 나타난 그림으로 생각된다. 안녕하세요 고갱 씨라는 작품으로 좌측에 있는 그림은 폴 세르지에가 그린 그림인 “さようなら(사요나라) 고갱 씨”이고 이번 전시된 그림이다. 그 후 고갱이 그린 “こんにちは(곤니치와) 고갱 씨” 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세르지에가 그린 그림 속 코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답화라고 보여진다.
폴 세르지에가 그린 그림 속 좌측의 인물이 고갱인데, 해안을 가리키는 손짓이 떠남을 의미한다고 한다. 반면 그림 속 앉아있는 사람은 폴 세르지에로 브루타뉴 지역에 계속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렇듯 작품 속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자 한 시도들이 나비파, 퐁다방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테마는 브루타뉴 지역을 테마로 한 신인상파와 큐비즘 작품의 전시가 이어졌다. 신인상파의 가장 큰 특징은 점묘법을 통한 빛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렬한 붓터치를 통해 입체감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큐비즘 관련 작품도 대여섯 점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두 점만 허용이 되었다. 두꺼운 붓터치가 생생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지만 고흐의 해바라기 (진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쿄에도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해바라기는 총 7점이 그려졌고 그중 1점은 불에 타 소실, 3점은 개인 소장, 나머지 3점 중 한 점이 바로 도쿄에 sompo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던 것이다!
확실히 사진으로 본 것과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백만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붓터치의 질감표현부터 시작하여 생생한 해바라기의 묘사까지 왜 해바라기가 유명한 작품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상설 전시라고 하니, 다음에 또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