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부댕, 모네의 초기작들을 만나다.
마츠오카 미술관 (松岡美術館) 은 시로카네다이 (白金台) 근처에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늘 유명한 대형 미술관 위주의 전시회만 다녔었는데 도쿄에 있는 중소형 규모의 미술관도 찾아다니면서 관심 있는 기획전은 놓치지 말고 가봐야겠단 생각에 구글지도를 열심히 검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미술관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데다가 심지어 지금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가 바로 인상파전시였다. 개인적으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작품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획전은 반드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전시 종료 이틀 전에 방문. 주말 오후시간대라 그런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다소 놀랐다.
미술관은 작고 아담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전시 규모 역시 우에노 미술관과 같은 대형 미술관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았지만, 전 작품 별로 해설도 있었고 규모에 대해 전시 구성은 짜임새 있고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네의 스승인 외젠부댕의 작품을 시작으로 모네와 르누아르의 작품. 모네가 인상주의 중 풍경화의 대가였던 반면 르누아르는 같은 인상파이지만 좀 더 인물화에 초첨을 맞춘 작품이 중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모네의 완전 초기 작품 두 점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해돋이 작품이 출품된 1872년보다 이전인 1868년대에 그려진 작품들이었다. 흔히 모네 인상주의 그림으로 알려진 화풍과는 다소 다른 느낌의 그림인지라 색달랐지만 본격적인 인상주의 탄생 직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벅찼다. 게다가 모네의 스승인 외젠부댕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덕분에, 모네가 얼마나 외젠부댕의 영향을 받았는지 다시 한번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모네의 초기작품을 접하고 나니, 본격적인 인상주의의 시초가 된 작품인 해돋이가 얼마나 파격적인 작품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인상파이지만 모네와 르누아르보다 덜 유명했던 시슬리, 피사로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시슬리, 피사로의 작품들도 종종 다른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볼 때마다 작품들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인물화보단 풍경화를 더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슬리와 피사로가 왜 더 많이 더 크게 유명해지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슬리 피사로를 지나, 쇠라로 대표되는 신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잘 알지 못하는 화가들의 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 점묘법으로 표현된 신인상주의의 화풍을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상파 전시 특히 외젠부댕과 모네, 르누아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