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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ug 17. 2024

[SOPMO]물랭루즈의 작은 거인_  툴루즈 로트렉전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


1. 카페콘서트를 대표하는 예술가

무더웠던 8월 초. 솜포 미술관에서 로트렉 전을 하길래 다녀왔다. 19세기 후반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드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발레나 무도회 공연장을 주로 테마로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기도 했고, 다른 거장들의 전시를 볼 때마다 한두점씩 접했던 기억도 있었기에, 로트렉의 단독 전시를 꽤나 기대했다. 물랭루즈의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오락이자 밤문화를 대표하는 <카페콘서트> 의 광경과 배우들을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현대 포스터의 시초라고 불릴 만큼 큰 업적을 남겼다.


아마 한 100년 뒤 미래의 후손들이 21세기 현재의 도쿄 밤문화를 그림으로 남긴다면 롯본기의 클럽이나 긴자의 밤거리가 주로 그려지겠지? ㅋㅋㅋ 로트렉 작품을 보며 19세기 과거를 거닐다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상상하니 전시 자체가 꽤나 재밌었다. 그만큼 그 당대 생활상을 포스터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드로잉과 판화 등을 통해 세밀하고 정밀하게 묘사한 덕분 아닐까.


2. 예술가들의 뮤즈 수잔 발라동의 마음을 훔친, 매력남!

로트렉은 150센티도 되지 않는 단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르누아르, 마네 등 당시 몽마르트르 화가들의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의 연인이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수잔 발라동은 특히 르누아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춤추고 있는 여성의 모델로도 유명하다. 그림 속 여유 있고 매력적이며 부유해 보이는 그녀와는 다르게 실제로 수잔 발라동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산전수전을 겪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긴 하지만, 진짜 사랑했던 사람은 로트렉이 아니었을까..?

르누아르가 표현한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로트렉의 그림 속 수잔 발라동은 무언가 고단해 보인다. 현실에 지친 그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사랑해 준 로트렉이 아마 수잔 발라동 입장에선 "이런 남자는 처음이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제대로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짝사랑으로 끝난다고....(수잔 발라동의 수잔이라는 예명도 로트렉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좌) 시골의 무도회, 1883 / (우) 도시의 무도회, 1883,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로트렉 세탁부 (1884 ~ 1888) *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아니지만...


3. 다이아몬드 수저! 그러나 비운의 풍운아. 이상보다는 현실을 그린 화가!


로트렉은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를 뛰어넘는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전시에 걸려있는 그의 가족사진 몇 장만 봐도 그가 상당한 부자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당시 가문의 혈통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근친혼이 성행했고, 이에 로트렉 역시 그 영향으로 선천적으로 뼈가 약하게 태어났다고 한다. 결국 15세 때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며, 성장이 멈췄다고 한다. 150cm 정도라고 하는데 사진 속 그는 그보다 훨씬 작아 보이긴 했다.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현실은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압생트와 같은 독한 술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매독과 알콜 중독으로 짧은 나이 36세에 생을 마감한다.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5천여 점이 넘는 드로잉 작품을 남긴 로트렉.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한 번꼴로 작품을 남긴 것인데 그림에 대한 노력과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장애 때문이었을까. 로트렉은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자신의 작품 속에 자주 담았다. 특히 당시 최하층민에 속한 매춘부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묘사한 판화집이 센세이션 했었는데, 작품 설명을 보니 기대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아 오히려 판매량 자체는 실망스러웠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ㅎ 매춘부들도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느끼는 고단함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는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진 촬영이 금지였기 때문에 기억에만 담아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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