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여성들의 워너비를 표현한 멀티 크리에이터
도도하고 이지적이며 우아하고 도회적인 스타일로 여성들의 워너비를 일러스트 (삽화)로 표현한, 나카하라 준이치. 놀라운 것은 그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가 무려 1940년대 전후로 특히 1945년 패전 이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던 일본인의 생활양식에 있어 나카하라 준이치의 미적 가치관은 단순 삽화의 영역을 너머 패션, 인테리어, 잡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 생활>을 지향하는 여성들이 패션부터 요리, 생활잡화 등 그들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TPO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창간한 <솔레이유 (프랑스어로 태양이라는 의미)> 는 1946년 창간 이후 1960년까지 간행되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잡지의 콘텐츠 구성도 일러스트보다는 점점 사진이나 실제 모델들의 이미지의 비중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솔레이유의 표지는 언제나 나카하라 준이치의 삽화로 최종호까지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나카하라 준이치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솔레이유의 얼굴과도 같은 상징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동영상이나 이미지가 범람하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일러스트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중요하고 귀하게 여겨지던 시대였을 것이고, 현대의 우리들이 인스타그램 속 워너비들의 생활양상을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동경하는 것처럼,
당대 여성들은 솔레이유에 그려진 도도하고 우아한 큰 눈동자에 스키니 한 몸매를 자랑하며, 패션 감각과 비율이 좋은 여성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동경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나카하라준이치는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고 비즈니스에 적용할 줄 알았던 뛰어난 마케터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잡지 판매를 높이기 위해 퀄리티 높은 부록을 제작한 그는 종이라는 형태의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나 책갈피, 메모장 등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부록의 퀄리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한다. 7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갖고 싶단 생각이 들 만큼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 어느 전시회보다 기념품 샵에 사람들이 북적였고, 역시나 매진된 상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보통 엽서와 마그넷 위주로만 구매하던 나도, 이번 전시만큼은 다양한 굿즈를 샀을 정도니까!!
인형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이후에도 인형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았던 것 같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마지막까지 작품으로 만들었던 것은 자신을 형상화 한 남성 인형들이었는데, 그간 여성을 중심으로 다작을 남긴 그에게 있어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을 찾고자 했던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