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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호박 Aug 31. 2023

고도비만인의 내 몸 함부로 대하지 않는 방법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노래를 많이 부르다 보니 어디 가서 뽐내봐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부르게 되었다. 

 고등학교 갓 졸업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규모는 작지만 상금이 쏠쏠한 가요제가 열렸다. 

 공고문을 보고 고민하다가 예선전에 참여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해서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본선 경연이 있던 날, 가족들이 무대를 보러 와줬다.

 정말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았다. 

 세상에는 정말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많구나 실감하며 꼭 수상하지 못하더라고 경험에 의의를 두자고 마음먹었다. 

 예상대로 나는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으이그... 네가 날씬만 했어봐라. 당연히 너한테 상을 주지. 날씬하고 예쁜 애들이 다 상 받아가는 거 봐라.


 엄마는 내가 살이 쪄서 상을 받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제주도는 말(馬)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보니, 마(馬) 축제가 매년 열린다. 

 어느 해 가을에는 마(馬) 축제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 노래를 불렀는데 대상을 받게 되었다. 

 상금을 두둑하게 받고 노래로 상을 처음 받은 거라서 얼떨떨했다. 

 그때도 엄마는 나에게 축하의 말 대신,


 다른 애들 좀 봐라. 너처럼 살찐 애가 있는지. 객석에서 보니까 더 살쪄보인다. 네가 날씬만 했어도 가수제의가 팍팍 들어왔을 건데.


 라고 말하며 내 자존감을 깎아댔다. 


 내가 가요제에 나가 수상을 못해도, 1등을 해도 엄마에게 중요한 건 내 살이었다. 

 노래를 계속하다 보니 결국 KBS 전국노래자랑에도 나가게 되었고, 전국 방송을 타게 되었다. 

 그때 나는 장려상을 받았고 상금도 꽤 받았다. 

 

 네가 살만 안 쪘으면 최우수상 받았을 건데 네가 뚱뚱해서 장려상밖에 못 받은 거야.


 역시나 엄마는 내 살 이야기뿐이었다. 

 지인들과 친척들의 전화가 하루종일 왔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나를 보고 엄마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엄마는 꼭 이렇게 말했다. 


 화면으로 보니까 더 뚱뚱해 보이지 않아? 얘가 살이 좀 쪄야지. 이 살들 다 어쩔 거야.





 이 세상은 비만인 사람을 아픈 사람 혹은 실패자로 본다. 

 특히 20~30대 여성의 비만은 확실히 실패로 여기는 것 같다. 

 뭐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하겠지만 절대 그것이 긍정적인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비만인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고도비만의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난 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집안에서도 살이 쪘다는 이유로 온갖 서러움을 안고 살았다. 

 밥상을 차려놓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반찬이 떨어지면 엄마는 무조건 나에게 반찬 리필 심부름을 시켰다. 


 많이 움직여야 살 빠지니까 네가 해.


라는 말도 꼭 빼먹지 않았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자니 난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그들에게 무슨 잘못을 그리 해서 나를 이렇게 대우했는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히 해답은 나오지 않는 것이 맞다. 

 왜냐고? 그들이 날 그렇게 대우한 건 애초에 내 잘못이 아닌 그들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이 쪘다는 이유로 온갖 서러움 뒤집어쓰고 살던 나는 남편과 아들의 말 한마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기 위해 내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것의 첫걸음은 '아무거나 먹지 않기'였다. 

 내 입을 '음식물 쓰레기통'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반찬 접시에 조금씩 남아있는걸 내가 다 먹어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남은 건 아까워하지 않고 버렸다. 

 물론 처음부터 양을 적당히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간혹 남을 때가 있다. 

 이전에는 마치 내 입이 음식물 쓰레기통인양, 남은 음식들을 처리하기 바빴는데 절대 그러지 않고 있다. 

 과하게 단 음식, 딱히 식품영양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알 수 있는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 밀가루 음식 등 내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 아니라면 적어도 먹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다. 

 먹더라도 소량으로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내 몸에 아무거나 집어넣을 수는 없으니까. 

 이제 내 입 속은 아무 음식이나 집어넣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니니까. 

 그리고 거기에 항상 하던 홈트도 잊지 않고 꾸준히 진행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나의 분노는 점점 옅어져 갔다. 

 

 너희들이 뭔데 날 무시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살찐 게 죄야? 내가 살쪄서 너희들한테 피해 끼친 게 대체 뭔데.


 라는 분노의 생각으로 가득 차서 시작했던 다이어트였다. 

 중간중간 다이어트를 포기할 것만 같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나에게 쏟아졌던 무례함들을 떠올리며 분노를 에너지 삼아 힘을 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가 아닌 내가 내 자신에게 집중해가고 있었다. 

 아무 음식이나 먹지않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서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난 그저 남들보다 살이 쪘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게 왜. 그게 뭐. 

 그건 이제 나한테 그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르는 그 분노의 감정들이 옅어지는 대신에 반대로 새로운 감정이 내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도전 욕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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