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국밥을 좋아해! (소머리국밥편)

- #소고기계의갓성비, #삼삼한국물, #슈퍼노멀

by 퇴근한준호

20대 중반에 호주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 자주 먹었던 음식은 바로 스테이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는 데이트를 할 때나 외식을 할 때 먹는 약간의 특별한 음식인데, 호주에서는 가장 저렴한 식재료중의 하나가 바로 소고기였습니다.


대형마트에서 5천원~7천원이면 제 손바닥만 한 고깃덩이 2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살고 있던 쉐어하우스에선 거창한 요리를 할 수 없었기에 고기와 약간의 야채를 함께 후라이팬에 놓고 치이익 구으면 간단한 원팬요리(후라이팬 하나로 만든 요리)가 됩니다.


호주에서 소고기를 자주 먹는 호사(?)를 누리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소고기 값이 마냥 저렴하지는 않더군요. 그렇지만 우리에겐 저렴한 가격과 맛있고 든든한 양으로 우리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음식. 바로 소머리국밥이 있습니다!


소머리국밥을 자주 먹기는 했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소머리국밥이 어떤 음식인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소머리국밥집은 약간 흰색의 국물에 갖은 양념장을 넣어주고, 다른 소머리국밥집은 처음부터 뻘건 국물이 펄펄 끓고 있는 뚝배기를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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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물의 소머리국밥은 불순물을 거르고 걸러 아주 맑은 닭곰탕 같은 국물은 아니지만 비교적 맑은 편이고, 약간의 갖은 양념을 풀어 칼칼하면서 채소와 함께 깊은 맛을 내는 고깃국물의 맛입니다. 집에서는 끓이기가 어렵고 커다란 솥에 큰 고깃덩이와 무, 대파 등을 대량으로 넣고 오랜 시간 푹 고아야 깊은 맛이 납니다.


빨간색깔이 도는 소머리국밥은 재료 본연의 맛(소고기맛)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재료의 맛과 약간 자극적인 맛이 느껴지는 국밥입니다. 특히, 뻘건 국물의 소머리국밥은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어 얼큰하면서도 든든한 맛이 일품입니다.


소머리국밥은 다른 국밥에 비해서 개성이 강한 성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나주곰탕처럼 극도의 맑음을 추구하지도 않고, 적당한 깔끔함과 때로는 칼칼함을 주는 조금은 심심하거나 평범한 느낌을 줍니다. 매일 먹기에 적합한 삼삼한 백반정식 같은 느낌? 하지만, 이런 둥글둥글한 성격은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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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 경남 거제에서 독특한 소머리국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바로 김치를 함께 넣고 끓인 소머리국밥이었습니다. 신김치의 새콤한 맛이 국물 속에 어우러져 묵직한 고기국물을 가볍게 느껴지게 하고 김치의 매운 맛이 잘 끓어져 얼큰함과 시원함을 내는 아주 독특한 국밥이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먹어보지 못한 국물을 만날 때면, 나름 국밥 많이 먹는 편인데 아직도 제가 모르는 세계의 국밥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아직 맛보지 못한 여러 지역의 소머리국밥이 끓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맛칼럼리스트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부럽기만 합니다.


제가 가보지 않은 영역의 삶이라 마냥 부러워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다양한 지역과 음식점을 방문하며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점은 분명 멋진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야 일상생활을 하며 기회가 될 때 이렇게 소소하게 기록을 하는 수준의 방구석 국밥러이지만, 국밥이라는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떤 맛칼럼리스트보다도 크리라 자부하며 앞으로도 경험치를 쌓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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