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를 만났을 때 그는 극도로 화가 나 있는 중학생이었다.
한 손에 송곳을 으스러지게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장 누구라도 찍어버릴 것처럼.
내 처음 의도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내면의 나'를 직접 품는 아름다운 장면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그냥 같이 있기로 했다.
그 아이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었다.
분노가 피부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올 때 느껴지는 아픔을, 그대로 소리로 쏟아내는 것 같았다.
그것을 듣고 있는 게 두렵고, 마음 아팠다.
며칠이 흘렀고, 그 아이는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나를 힐끔거렸다.
그제서야 그 아이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일어서서 몇 걸음 다가갔다.
그때 처음으로 그 애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는 너무도 겁에 질려 있었다.
그것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러자 아이의 화난 얼굴도 조금씩 울상으로 변했다.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각자 울었다.
나는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
미안해서,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어서.
나는 가만히 다가가 아이의 손 끝부분을 조심스래 잡았다.
그 아이의 손에는 더 이상 송곳이 들려있지 않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위로가 필요할 때는 꼭 안아주기도 했다.
아이는 점점 명랑해졌다.
아이의 에너지는 대단했다.
내가 상심하여 넘어지면 씩씩하게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엔 나의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