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정체

by 큐원

집체만 한 파도가 50m 앞에서 나를 향해 덮쳐올 때 내가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공포이다.

밤에 칼을 든 남성이 나를 향해 달려올 때 느끼는 것도 두려움이 아닌 공포이다.


공포 : 구체적 대상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응.

두려움이나 불안 : 대상이 불분명하거나 추상적. 과거나 미래의 위협에 대한 것. 개인의 경험과 해석에 따른 것.


두려움은 영어로 fear인데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있다.

False : 거짓된, 실제 하지 않는

Evidence : 증거, 단서

Appearing : 나타나는, 보이는

Real : 실제의, 진짜인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 :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


두려움은 언제나 실제가 아니다.

그것이 두려움의 정체이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는 두려움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

그것은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느끼기로 그것은 생에 대한 소망이다.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

내게 그것보다 분명한 것은 없다.


평생 아버지가 나를 싫어한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아버지를 만날 때면 내 모든 행동들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두려움은 더욱 커졌고, 아버지와 만나기 전날부터 체하곤 했다.

하지만 죽음을 직면한 후부터는 나도, 아버지도 안쓰러운 생명체로 여겨졌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나면 한 번쯤은 쓱 쓰다듬어 드리곤 했다.

한 번씩 쓱 쓰다듬어 주는 아들을 아버지는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더불어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느낄 뿐이다.


두려움은 오아시스를 꿈꾸며 사막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

ex) 아버지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면 언젠간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점점 메말라 죽어 가지만, 허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에서 고개를 돌려 거울 앞으로 가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바라보면 나를 직시하게 된다.

굳어있는 그 표정에서 두려움을 걷어내고 근원적인 죽음의 공포를 발견한다면,

비로소 겁에 질려 있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 그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소망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황금색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