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휜 못생긴 개

by 큐원

꿈에 못생긴 개가 나왔다.

그 개는 다른 이쁜 개와 함께 어느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었다.

그 가정의 남편은 기분이 나쁠 때마다 못생긴 개를 걷어찼다.

이쁜 개는 걷어차지 않았다. 못생긴 개만 걷어찼다.

못생긴 개는 너무 맞아서 척추가 휘었다.

못생긴 개는 그때부터 남편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편은 못생긴 개가 주인도 몰라보는 광견병 걸린 개라며 안락사를 요청했다.


꿈에서 나는 안락사를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개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쳐보았다.

개는 으르렁거리지 않고 지치고 슬픈 눈빛으로 나를 올려봤다.

가만히 개의 몸을 살짝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을 때도 개는 얌전히 있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개의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았다.

허리가 휜 것이 맞아서라는 확신이 들었다.

남편은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재촉했으나,

나는 그에게 이 개는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그렇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남편이 다가오자 개는 불안증세를 보이며 내 손을 물었다.

하지만 입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입으로 내 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편은 이것 좀 보라며, 손을 물지 않았느냐고 소리쳤지만

나는 단지 개가 겁에 질린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 개는 나였다.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고 흉측한 나의 일면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꿈에서는 그 개를 보호했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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