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프레데릭 레밍턴
티피 안은 하루의 준비로 소란스럽다.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 군불에 장작타는 소리, 마른 기침 소리, 손비비는 소리, 두껍게 끓는 소리, 나무 삐그덕 거리는 소리, 스쳐가는 바람이 티피를 휘감는 소리, 가죽문이 여닫히는 소리...
이불 속에 얼굴만 빼꼼 내밀곤, 어떻게든 게으름을 피우려는데 아버지는 벌써 나갈 채비를 다 하고, 슬깃슬깃 눈치를 준다.
눈치 없는 척 눈을 감았지만, 음식 냄새가 사람을 절로 일으킨다.
따끈하게 데워진 우유를 한잔하니 몸에 온기가 도는 느낌이다.
앉아 있는 여유도 잠시뿐. 이미 밖으로 나간 아버지는 누구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말들에게 출발 채비를 시키고 있다.
엄마가 준비해둔 구운 옥수수 빵을 베어물고, 주머니엔 마른 육포를 몇개 넣고선 급하게 나선다.
들녘은 온통 눈이다. 오는 중이다.
눈이 왔다해서 소떼를 아니 돌볼 수 없다.
종일 바람과 추위 속에서 머무를 생각을 하니 다시 이불 속에서 들어가고 싶어진다.
두꺼운 모포를 휘감고 말 위로 오른다.
말의 온기 덕에 허벅지 안쪽엔 따스함이 견고할거다.
그 위론 바람에게 치밀하게 공략당해서 머지 않아 덜덜 떨 것이다. 상상만 해도 싫다.
오늘은 바람이라도 조금 덜 불었으면 한다. 눈이라도 그쳤으면 한다.
봄은 언제 올까.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푸른 초원에 드러누워 풀내음을 맡고 싶다.
하.
일편의 온기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잔뜩 웅크린 채 먼저 출발한 아버지를 따라 들판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