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민 May 13. 2020

1일 1깡? 비의 어디가 당신을 그렇게 불편하게 했나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대부분의 영상 매체들이 TV를 통해서 주로 소비되던 시대를 지나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뉴미디어로 매체의 중심이 변화되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나 스마트기기 등을 이용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브라운관을 만들어 낸다.


기술이 발전하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약 2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보고 상상하던 일을 현실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 바람직한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다. 특히, PC와는 비교도 안되는 손쉬운 방법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그 부작용의 고름은 급속도로 불거지고 있다. 바로 악플과 도를 넘은 조롱 문화다.


요즘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1일 1깡’이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감성의 노래인 가수 비의 ‘깡’을 하루에 한 번씩 듣고 이에 대한 감상평이나 비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조언을 댓글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문화라고 한다.


말이야 좋겠지만 결국 비를 촌스럽다고 조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바로 유튜브를 통해 비의 과거 무대 영상이나 깡, ‘차에 타봐’ 등 1일 1깡의 주요 콘텐츠가 되는 그의 노래 영상을 보면 도를 넘은 조롱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의 출연 영화인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저조를 조롱하는 밈에서 따온 'UBD'를 활용해 깡을 조롱하는 댓글을 직접 단 통계청 유튜브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얼마 전에는 통계청의 공식 유튜브 페이지가 대놓고 조롱성의 댓글에 참전했다가 ‘논란 일자 사과’를 한 일이 있다. 본인이 관리하는 유튜브 계정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듯한 통계청 유튜브 관리자의 조롱성 댓글은 둘째 치더라도 해당 사건에 대한 반응이 더욱 가관이다.


1일 1깡을 신나게 시전하던 누리꾼들은 “유쾌한데 무슨 상관이냐.”는 “이게 무슨 악플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혹은 가수 비의 과거 제이튠 주식 매도 사건이나 연예 병사 특혜 논란, 과도했던 ‘월드스타’ 언론 플레이 등을 예로 들며, 과거에 했던 일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뿐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건들에 대해 비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저 사건 역시 범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여지는 충분한 일들이다. 저 사건들로 인해 비에게 피해를 받거나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냥 해당 사건으로만 이야기하면 되는 문제다. 굳이 비가 낸 노래가 촌스럽다며,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체적으로 조롱을 하는 것은 악플 문화이며, 사이버 이지메에 가까운 행위다.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쿨하게 넘어가는 것은 비 본인이 판단할 문제고, 노래가 촌스럽다면 소비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비의 깡이 애국가로 선정되어 하루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해당 노래나 안무, 의상 등이 최근의 트렌드에 동 떨어져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인들과 이를 농담 삼아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촌스럽다는 의견은 누군가에겐 분명히 상처로 다가올 수 있는 말이다. 당사자가 없고 듣지 못하는 상황에야 뭔 말인들 못하겠냐만은 모두가 볼 수 있는 플랫폼에서 조롱을 목적으로 시작한 영상을 챌린지란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많은 이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면 그 당사자의 기분은 어떨까.


물론, 비는 이루어 놓은 것이 일반인에 비해 많은 사람이라 이 정도의 조롱은 애교로 넘기고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롱이 비의 멘탈을 완전히 흔들어 놓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이미 많은 연예인이 도 넘은 악플과 조롱으로 인해 상처입고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과연 저들의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었길래 그 정도로 비난을 했냐.”는 부분이다.


사실,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기기 힘들다. 금전적으로 신체,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기도 힘들며, 기껏해야 “꼴보기 싫은데 자꾸 기어나오네.”정도로 기분을 언짢게 하는 수준이 고작이다. 이는 결코, 누군가에게 죽을 정도로 조롱을 당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비의 촌스러운 노래는 정말 그렇게까지 조롱을 당해야 하는가? 그의 촌스러운 노래가 당신의 삶을 그렇게까지 불행하게 했나?

작가의 이전글 프로야구 저평가 슈퍼스타를 찾아서 –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