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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Jun 18. 2020

브런치니까 <동재네 식구들>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만화, 웹툰 <동재네 식구들>

정확한 어른의 사정은 알고 있지 못하지만, 브런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다음-카카오라고 들었다. 그러면, 이 글에서 노골적으로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했던 웹툰 <동재네 식구들>을 이야기하고 홍보해도 별 문제될 것 없지 않을까.


얼마전 우연하게 집에서 다음 웹툰을 찾아보다 과거에 한참 정주행했던 웹툰인 <동재네 식구들> 전편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14년 종영했던 이 웹툰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일부 회차를 제외하고는 유료로 전환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동재네 식구들>은 1편당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만큼, 얼마를 지불하고서라도 볼만한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웹툰 전편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순전히 이 재밌는 웹툰을 혼자보기 아까워서라는 추천에 가까운 부분이다.

작품성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해 정말 아쉬운 만화 <동재네 식구들> 사진=다음 만화속세상

마치 할머니들이 즐겨보는 KBS 1TV 일일 드라마와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웹툰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장 차동재씨의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다. 평범하게 작은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살고 있는 동재씨 가족과 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만화라기 보다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풀어낸다.


만화나 영화를 볼 때, 거추장스러운 수식어가 잔뜩 들어간 느낌을 주는 폼을 잡는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동재네 식구들>은 그런 기름기가 전혀없는 담백한 표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웹툰으로는 매우 특이하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장인 중년 남성이 주인공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동재씨를 통해 삶의 무게를 표현하고자 했다. 동재씨는 이야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과 와이프는 딸의 유학으로 인해 한국을 떠난 상황에서 혼자 집을 지키며 쓸쓸한 기러기 아빠 생활을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운영하고 있던 공장을 넘기는 상황에 처하고, 살길이 막막해진 동재씨는 공장장, 사장님 소리를 듣던 과거의 자존심을 접어둔 채 마트 배달 업무를 보며 가족을 위해 발버둥친다. 극한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가슴으로 눈물을 삼키는 동재씨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든다.


주인공 동재씨의 이야기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때로는 가슴을 훈훈하게, 또 한편으로는 먹먹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배경이 공장인 만큼 외국인 노동자가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했다가 연락이 끊긴 누나를 찾아온 베트남 청년 타잉 홍의 이야기는 극 초반을 이끌어가는 주요 스토리 중 하나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 이외에도 <동재네 식구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작화다. 다소 개성 넘치는 작화가 넘치는 요즘 웹툰과는 달리 <동재네 식구들>은 등장인물부터 배경까지 매우 현실적인 작화를 통해 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정말로 만화가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만화 속 배경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일상을 준다. 사진=다음 만화속세상

<동재네 식구들>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꽤 오랜 기간을 연재해 온 웹툰이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시절에도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잊지 않고 챙겨봤었는데, 완결로부터 6년이 지나 사회에 나와 동재씨처럼 발버둥을 치는 상황에서 웹툰을 다시보니 감개가 무량한 기분이었다.


그다지 좋은 비유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 업무에 지쳐 있는 상황에서 즐기기 좋은 파전에 막걸리와도 같은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작품성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던 웹툰인데, 한 명이라도 더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글을 남겨본다.


빛을 보지 못했던 명작이 보잘 것 없는 이 글로 인해 한 명에게라도 더 알려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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