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故김주혁이 부른 노래와 함께 떠오른 단상들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 중 하나는 지나간 영화를 다시보는 일이다. 물론,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꽤 지루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명작을 다시 볼 때마다 또 새로운 감정이 느껴진다. 재밌게 즐겼던 작품을 다시 보면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일은 꽤나 재미를 붙일만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과 관계없이 모든 영화는 창작물로서 작품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다시 볼 때면, 내가 미쳐 느끼지 못했던 작품의 가치를 또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영화를 다시보는 취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영화를 다시보는 것은 재미있어서 본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가 크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발견을 해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채널을 고정하고 끝까지 보게 된다. 그 중에서 개봉한지 10년도 넘은 작품인 '광식이 동생 광태'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발견하거나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거나 하는 이유로 자주 찾아보는 영화 중 하나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남자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주제로 그린 영화인 '광식이 동생 광태'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영화다. 특히, 故김주혁이 분한 '광식이'역은 10년간 한 사람을 짝사랑하는 순애보로 20대를 살아온 모든 이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자아냈다.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이 있기전에 광식이가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광식이가 사랑을 떠나보내며, 본인의 애창곡이었던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축가로 부르는 장면이 있다. 김주혁의 담담하지만 진심어린 목소리로 불러내는 노래는 이미 고인이 된 배우의 안타까운 사연과 겹쳐 보는 이들을 더욱 마음아프게 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우연하게 유튜브를 통해 김주혁씨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 듣고 싶어져 찾아본 적이 있었다. 어렵지 않게 찾은 영상 속에서 더 이상 우리가 볼 수 없게된 배우는 진심을 다해 노래로 감정을 전하고 있었고, 그 장면은 영화를 볼때와는 또다른 감정을 안겨주었다.
영상을 함께 공유한 많은 이들이 아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고인을 추억하고 추모하는 댓글이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 우연히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느꼈던 감정을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어 댓글의 전문을 가져왔다. 댓글을 작성했던 이는 마치 영화 속 '광식이'처럼 인연이 되지 못했던 이를 담담한 어조로 추억하고 있었다. 당시, 해당 글을 읽고 단순히 댓글을 읽은 것 이상의 마음의 울림을 받았다.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단 한번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써내려갔던 글은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글을 잘쓰기 위해 혹은 잘썼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과한 수식어와 어려운 어조를 통해 글을 썼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당연히도 좋은 글로 이어지지 않았다.
단지, 글을 어렵고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어렵고 바보같은 글만 써왔던 나에게 우연히 보게된 유튜브 영상의 댓글은 큰 깨달음을 안겼다. 댓글을 작성한 글쓴이는 전혀 무겁지 않은 쉽고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충분한 울림과 감동이 있었다.
그 떄부터 결심했었다. 이제부터는 초등학생이 내 글을 읽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담담하고 가볍게 글을 쓰되, 누군가에게는 가슴에 울림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겠다고 말이다.
주위에는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글을 쓰지 않는 이들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은 마냥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취업이나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써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주제넘게 이러한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자면, 어려워하지 말고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천천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어나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틀렸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얼마든지 수정해도 괜찮고, 설령 수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좋다. 어짜피, 좋은 글이라는 정해져 있는 답은 없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는 메세지를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쉽게 작성한 글은 마치 다시 꺼내보는 영화처럼 누군가에게 새로운 메세지를 줄 수도 있다. 이는 마치, 김주혁씨가 생전에 우리에게 보여준 연기와도 같다.
김주혁은 연기를 하는 내내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힘주면서 소위 '폼'잡는 연기를 한 적이 없다. 그저 동네 형 혹은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와 담담하게 자기가 맡은 배역을 소화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드넓은 연기폭을 자랑하며 다양한 작품에서 우리의 마음에 뜨거운 울림을 전했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감이 안잡히는 두서없는 글이지만, 나도 마치 이 글처럼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내려갈 생각이다. 내가 쓰는 글이 정답이 아니라 느껴지더라도 혹은 지켜보는 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언제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변함없는 믿음을 가지고 쓸 생각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항상 즐거움을 전했던 故김주혁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