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16

하늘에 뜬 핏빛 달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16 <하늘에 뜬 핏빛 달>


형방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얼굴이다. 수염이 긴 사내가 형방의 앞으로 다가가 주문을 외우며 형방의 입을 다시 만들어주었다.


“저, 저, 저 도깨비가 아니야. 저 도깨비가 아니라고.”


모두들 형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수염이 긴 사내는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흐음”


하고 짧게 숨을 내 쉬었다.


“내가 본 도깨비는 저 도깨비랑 다르다고. 다른 놈이라고.”


모두가 형방의 말에 놀라는 순간


“하하하하하하”


관아를 흔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에 그물에 묶여 있던 도깨비가 그물을 끊으며 일어섰다. 관아의 나졸들이 뒤로 몇 걸음씩 물러났다. 긴 수염의 사내 일행은 다시 싸움자세를 취했다. 웃음소리가 계속 관아를 울리고 있었지만 그물을 끊은 도깨비의 입은 조금도 열려있지 않았다. 도깨비의 불타오르던 눈은 빛을 잃고 몸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저기다.”


형방이 하늘을 가리키자 핏빛이 감도는 붉은 달 옆에 도깨비가 떠 있었다. 도깨비는 관아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자신을 기다리는지 알고 싶어서 자신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에 염력을 넣어서 관아로 내려 보내고 하늘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깨비가 하늘에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도깨비가 관아 마당에 내려와 자신을 닮은 도깨비를 건드리자 작은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너희가 날 잡겠다고? 하하하하”


도깨비의 웃음소리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울림이 컸다. 어느 누구 하나 움직임을 취하지 못했다. 공간을 압도하는 도깨비의 존재감은 숨소리를 죽이게 만들었다.


“쥐 같은 녀석. 내가 준 금덩어리에 눈이 멀어서 저들을 괴롭히는구나. 저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도깨비는 형방을 쳐다보며 눈에 불을 켰다. 형방의 눈이 도깨비의 눈과 마주치자 형방은 넋을 잃은 듯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긴 수염의 사내가


“이~얍!”


기합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칼을 빼들고 도깨비를 향해 몸을 날렸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지만 수염이 긴 사내의 공격을 손톱으로 튕겨버렸다.


차~~앙


칼과 손톱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수염이 긴 사내의 공격이 신호가 되어 뚱뚱한 사내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내가 오른팔을 뿌리듯이 흔들자 십여 개의 표창이 도깨비를 향해 날아갔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들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표창을 다 막아버렸다. 이번에는 막내의 차례다. 손바닥을 입 앞에 올리고


“후~~”


하고 불어 하얀 가루를 날리자 다른 두 사내가 칼을 뽑으며 도깨비를 향해 뛰어들었다. 막내가 날린 하얀 가루는 이내 사방이 안보이게 연막을 만들었다.


“으악”


외마디 비명소리가 연막 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칼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부딪히는 소리가 한번 들렸다.


“으악”


뚱뚱한 사내가 연막 속을 바라보며


“셋째야~ 넷째야~”


라고 외쳤다. 연막 속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연막이 점점 사라져 덩치가 큰 도깨비의 형체가 보였다. 그리고 연막 밖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사내가 보였다. 사내는 배를 움켜잡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다 견디기 힘이 드는지 칼을 땅에 꼽으며 몸을 지탱했다. 연막이 다 사라지자 도깨비의 발아래 나머지 한명이 쓰러져있었다.


“오라버니~”


막내의 안타까운 외침이 관아마당에 퍼지고 있을 때 하늘위에서 수염이 긴 사내가 도깨비를 향해 칼을 내리치고 있었다.


사또는 주저앉아 있는 형방 옆으로 다가갔다.


“금덩어리는 찾았느냐?”


형방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도깨비에게 빼앗겼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쯧쯧. 그거 하나 처리를 못해서야…….”


사또가 한심스럽다는 듯이 혀를 차며 한마디 했다.


“금덩어리는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무사히 들키지 않았습니다만, 어떻게 눈치를 채었는지……. 제 팔을 들어 올리더니 도포 소매에서 금덩어리를 빼내갔습니다요.”


사또는 형방의 몸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으나


“몸은 괜찮느냐?”


“네”


형방이 대답을 하는 순간 수염이 긴 사내가 날아와 형방을 덮쳤다. 그 뒤를 따라 도깨비가 날아왔다. 도깨비의 오른손이 크게 할퀴며 지나갔다. 사또와 형방이 앉아있던 뒤쪽 담에 손톱자국이 남았다. 다행히 수염이 긴 사내가 도깨비의 날카로운 손톱을 칼로 간신히 막아냈다. 덕분에 사또와 형방도 목숨을 살렸다. 그러나 형방은 날아온 긴 수염의 사내에게 부딪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도깨비의 공격을 막은 긴 수염의 사내는 몸을 날려 담 위로 뛰어오른 후 관아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도깨비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사또와 이방 옆에서 자세를 바꿔 지붕 위를 쳐다보았다.


막내와 뚱뚱한 사내가 셋째와 넷째를 누각 아래로 옮겼다. 막내는 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상처를 눌렀다. 뚱뚱한 사내가 막내를 향해


“막내야 그걸 가지고 올테니, 넌 여기를 맡아라.”


라고 말을 하고 사라졌다.


“너희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담 옆에 선 도깨비가 지붕 위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요물이 백성을 속이니 어찌 가만히 둘 수 있단 말이냐?”


지붕 위에서 수염이 긴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속이긴 누가 누굴 속인단 말이냐?”


도깨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지붕위에서 수염이 긴 사내가 몸을 날렸다. 도깨비도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휭~


하고 사내의 칼이 무서운 기세로 도깨비를 향해 날아왔다. 도깨비는 순간 몸을 비끼며 방망이로 칼날을 쳐냈다. 그리고 발로 사내의 가슴을 걷어 차버렸다. 사내는 정통으로 가슴을 차이고 관아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도깨비는 사뿐히 관아 마당에 몸을 내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돌이 어디 있느냐?”


도깨비가 돌이네 가족을 찾았다. 누각 옆 담 아래에 나졸들 쪽으로 몸을 옮겼다.


“도깨비를 막아라!”


나졸 뒤에 숨어있던 이방의 명령이 떨어졌다. 나졸들은 무서워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명령을 들은 군교가 칼을 뽑아 나졸들에게


“움직이지 않는 놈은 내가 죽이겠다.”


라고 나졸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나졸들은 어쩔 수 없이 창을 앞 세워


“이 야~~”


하고 고함을 지르며 도깨비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도깨비는 앞쪽 나졸들의 창을 잡아 나졸과 함께 하늘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뒤에서 밀려오는 나졸들은 팔과 다리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피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도깨비의 손톱에 당한 것이다.


“이 놈들~~”


하고 큰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에 관아 근처 나뭇잎까지 흔들렸다. 나졸들은 들고 있던 창을 떨어뜨리며 잠시 꼼짝 못하고 서 있다가 사방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도깨비는 뚜벅뚜벅 이방 쪽으로 다가왔다. 도깨비의 손톱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 놈 더 가까이 다가오면, 이 놈, 목이 달아날 것이다.”


이방은 이서방의 목 아래 칼을 가져다 대고 도깨비에게 말했다. 이방의 눈에서는 광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깨비가 두 걸음 더 다가가자 이방이 칼로 이서방의 목을 눌렀다. 이서방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돌이의 외마디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이방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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