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17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17<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이방을 노려보는 도깨비의 눈에서는 불꽃이 일어났다. 이방과 도깨비 사이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감돌아 관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둘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서방의 목에서 피가 점점 많이 흘러내렸다.


“이~야!”


누각 위에서 기합소리가 들렸다. 도깨비가 고개를 들자 수염이 긴 사내가 누각 지붕에서 칼로 내리치고 있었다. 관아의 사람들은 모두 누각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수염이 긴 사내를 바라봤다.


‘오라버니 제발~’


막내는 도깨비의 강력한 힘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염이 긴 사내의 안전을 빌고 있었다. 도깨비는 칼을 피하려고 몸을 뒤로 날리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몸이 뒤로 쿵하고 쓰러졌다. 질퍽한 바닥의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런, 다리가 왜 이러지?’


도깨비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무엇인가에 잡혀있는 느낌이었다. 수염이 긴 사내는 도깨비가 쓰러지자 내리치던 칼날을 다시 잡아 칼끝으로 찍어 내렸다. 도깨비는 수염이 긴 사내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굴렸다. 칼끝은 땅을 파고 들었다. 아무리 도깨비라지만 이번 공격은 아주 위험했다. 도깨비는 땅에 박힌 칼을 빼려는 긴 수염의 사내를 향해 굴렸던 몸을 틀며 들고 있던 방망이를 휘둘렀다. 수염이 긴 사내가 피하기에는 그 방망이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오라버니~”


막내의 목소리가 도깨비의 공격과 함께 수염이 긴 사내에게도 날아왔다.


“쿵”


도깨비의 방망이가 수염이 긴 사내의 머리 앞에서 멈추었다. 누군가가 도깨비의 방망이를 막아 수염이 긴 사내를 살렸다. 도깨비의 발을 묶은 녀석임에 틀림이 없다. 도깨비는 순간 의심이 가는지 눈을 땅바닥으로 돌렸다. 땅바닥에 이상한 발자국이 보였다. 비 때문에 마당의 모든 발자국에 물이 고여 있는데 딱 하나 물이 고여 있지 않은 발자국이 보였다.


“누구냐?”


도깨비는 이상한 발자국을 향해서 외쳤다. 도깨비의 물음에는 대답이 없이 퍽하고 도깨비의 고개가 돌아갔다. 얼굴을 맞은 도깨비는 몸을 굴리며 손톱으로 발을 묶고 있는 것을 잘랐다. 도깨비는 몸을 일으켰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격이 계속되었다. 도깨비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것이 등가죽을 뚫고 들어왔다. 도깨비는 재빨리 몸을 돌리며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맞추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수염이 긴 사내가 몸을 날렸다. 도깨비는 수염이 긴 사내의 공격을 막았지만 다시 등가죽을 뚫는 고통을 다시 느꼈다. 등에 두 개의 단도가 박혀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격이 있으면 곧 수염이 긴 사내의 공격이 번갈아가면서 이루어졌다. 도깨비의 등 뒤에 단도가 세 개 박혔다. 세 번째 단도가 도깨비의 등에 박히자 수염이 긴 사내가 칼을 바닥에 꼽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깨비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으~”


도깨비는 어금니를 꾹 물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막내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주문 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주문소리였다. 도깨비 등에 꼽혀있던 단도들이 점점 더 깊이 도깨비의 살을 파고들었다.


“으~ 아~~”


도깨비는 온몸에 힘을 모으며 고함을 질렸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단도가 꼽혀있는 상처에서 피만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막내가 도깨비를 향해 구슬을 다섯 개 던졌다. 구슬은 질퍽한 땅바닥에 떨어진 후 어떤 힘에 의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슬들은 도깨비를 중심에 두고 굴러서 다섯 개의 꼭지점을 이루었다. 도깨비는 서 있는 것도 힘이 들었다. 수염이 긴 사내와 막내가 몸을 날렸다. 도깨비의 양쪽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의 칼이 도깨비의 등을 찔렀다. 도깨비는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질퍽한 땅바닥에 도깨비의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막내가 수염이 긴 사내 옆으로 다가갔다. 수염이 긴 사내는 옷 속에서 부적을 꺼냈다. 도깨비는 불타오르는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자 막내와 수염이 긴 사내 옆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빗방울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몸에 부딪히며 흘러내려서 존재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본 도깨비는


“너희가 내 상자를 훔쳤구나.”


도깨비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눈앞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 사내는 둘째인 뚱뚱한 사내이다. 사내는 오른 손에 감투를 잡고 있었다. 수염이 긴 사내가 부적을 도깨비의 이마에 붙였다. 도깨비의 눈에서 불타오르던 불꽃이 사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변해버렸다.


“막내야, 셋째와 넷째를 돌봐라.”


뚱뚱한 사내가 군교를 불렀다.


“남아있는 왼새끼와 쇠사슬로 녀석이 못 움직이도록 꽁꽁 묶으시오. 절대 부적이나 구슬은 건드리면 큰일 나니 주의하시오. 비에 부적이 떨어지지 않도록 뭔가로 비를 가리시오.”


뚱뚱한 사내의 명령에 군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나으리.”


군교가 다시 나졸들을 모아 명령을 내렸다. 그 모습을 숨어보고 있던 사또가 조심스럽게 수염이 긴 사내 옆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잡은 것이 맞습니까?”


사또의 물음에


“결계가 쳐져있고 부적을 붙여 두었으니 안심하셔도 좋소. 그리고 등에 꼽혀있는 저 칼이 꼽혀있는 동안은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


사또는 빗속에 긴 수염의 사내와 함께 서 있는 것이 불편한지 이방이 있는 누각 아래로 몸을 옮겼다. 사또는 이방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방은 아직 이서방을 잡고 있었다. 사또는 이방을 향해서


“니가 큰 공을 세웠다.”


이방은 이서방을 놓고 일어나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또 아니옵니다. 모두 다 사또의 은공입니다.”


이방이 고개를 들고 사또에게 다가가 사또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사또 이놈을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살려뒀다가는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방의 말에 사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다시 수염이 긴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도 오고 하니 아랫것들에게 뒷일을 맡기시고 안으로 드시지요.”


사또는 나졸들을 향해


“이봐라. 가서 냉큼 의원을 불러오너라. 고을안의 모든 의원을 불러 오도록 하여라.”


사또의 말에 수염이 긴 사내는 사또를 한번 쳐다보더니 사또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관아 마당에는 나졸들이 도깨비가 비를 맞지 않도록 차일(천막)을 치고 쇠사슬로 도깨비의 몸을 꽁꽁 묶고 있었다. 송나졸은 다친 이를 옮기고 잡혀온 동네사람들을 다시 감옥으로 데리고 갔다. 풍산아재가 송나졸 옆으로 가서


“아까 그게 도깨비감투 맞죠? 이~야. 신기하네요. 저걸 쓰면 안 보이는 거잖아요.”


송나졸은 풍산아재의 뒤통수를 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끄럽다. 이놈.”


이방이 옆을 지나는 송나졸을 불러 세웠다.


“송나졸 이리 좀 오게.”


송나졸이 종종걸음으로 이방에게 다가가자


“저놈들은 따로 가두게.”


이방은 돌이네 가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알겠습니다.”


송나졸이 다시 풍산아재가 있는 동네 사람들 쪽으로 돌아오자


“이방나리가 뭐랍니까요?”


풍산아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자넨 알 것 없네.”


송나졸은 풍산아재에게 건성으로 대답을 하였으나 걱정스러운 눈치로 돌이네 가족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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