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18

허공을 가르는 화살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18 <허공을 가르는 화살>


돌이가 이서방에게로 기어가 흐느끼며 몸부림을 치자 송나졸이 돌이를 풀어주었다. 돌이는 이서방을 끌어안고 손으로 피가 흐르는 목을 손으로 감싸 눌렀다.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피를 멈추려고 천을 찢어 이서방의 목을 눌렀다. 이서방은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아버지 피가 멈추지를 않아요. 괜찮으세요?”


돌이는 이서방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서방은 아무 말이 없다. 이서방이 천천히 감은 눈을 떴다. 이서방은 사방을 살폈다.


“돌이야?”


이서방의 나지막하게 또렷이 말했다.


“네~”


돌이의 힘없는 대답에 이서방은 잠시 침묵한 후 돌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눈을 자세히 봐라!”


돌이가 천천히 이서방의 눈을 바라봤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눈을 봐!”


이서방의 작은 목소리와 가늘게 떠진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돌이가 이서방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살아남아라.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할머니와 어머니를 지켜라. 알겠냐?”


“네. 아버지”


“그리고 이제 내 옆에 있지 말아라. 내 가까이 오지마라. 저쪽으로가! 돌이야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라. 여기서 도망을 가야 살 수가 있어.”


이서방과 돌이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나졸이 데리고 온 의원이 이서방 옆으로 왔다. 의원은 돌이가 누르고 있던 천을 치우게 하고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서방은 무서운 눈빛으로 돌이에게 멀리가라고 다시 신호를 보냈다. 돌이는 이서방에게서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상처가 깊네. 움직이지 말게.”


의원은 가지고 온 보따리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서 피가 흐르는 목에 뿌렸다. 그리고 의원은 이서방에게 말을 걸었다.


“또 다친 곳은 어딘가? 급한 곳은 내가 봐주겠네.”


“너무 오래 묶여있어.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소.”


의원이 나졸에게 눈짓을 하자 나졸이 의자에 묶여 있는 이서방을 풀어줬다.


“여기 누워보게. 어디가 아픈가?”


의원은 이서방의 윗옷을 벗겼다. 이서방은 누운 채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봤다. 아직 부러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누운 채 다시 사방을 살폈다. 의원의 치료가 대충 끝나자 나졸이


“이제 데려가도 되겠소?”


의원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원과 나졸이 이서방의 겨드랑이에 머리를 넣고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이서방은 의원의 보따리 속에서 칼을 꺼내 잡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서방은 그 칼을 의원의 목에 가져갔다. 그리고 나졸을 밀어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헉! 어~어~ 왜 이러나?”


나졸은 예상 못한 이서방의 움직임에 놀라 소리쳤다. 이서방은 의원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안하오. 어쩔 수가 없소. 이해해주오.”


이서방은 의원에게 짧게 말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 이놈들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금덩어리에 눈이 멀어 백성을 우롱하고 나랏님의 눈을 속이는 이 나쁜 놈들아~”


이서방이 고함 소리에 나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서방은 더욱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도깨비가 있는 쪽으로 의원을 몰고 갔다.


‘난 어짜피 죽는다. 내가 소란을 피워야 우리 돌이가 산다.’


이서방이 고함을 지르자 돌이는 기둥 뒤에 숨어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서방은 소리를 지르며 눈으로 돌이를 찾았다.


“저놈을 잡아라.”


군교가 달려와 명령을 내렸지만 의원의 목에 칼날이 번쩍이고 있으니 어느 누구 하나 선뜻 움직일 수가 없다. 나졸들이 창을 들고 이서방과 의원을 포위했다. 이서방은 관아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이서방은 계속 고함을 지르며 나졸들을 자기에게로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이서방은 나졸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방으로 몸을 돌려 움직이며 돌이를 찾았다. 담 아래 몸을 낮추고 관아건물 쪽으로 움직이는 돌이를 발견했다. 돌이와 이서방의 눈이 마주쳤다. 이서방은 돌이에게 도망치라고 눈짓을 했다. 돌이도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방이 도깨비를 중심으로 놓여있는 구슬 옆을 지날 때 나졸들의 포위가 구슬 쪽에 없어졌다. 뚱뚱한 사내가 외쳤다.


“둘 다 죽여도 좋다. 저자가 도깨비 근처에 못 가게 해라.”


뚱뚱한 사내의 말소리가 끝나는 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이 이서방은 의원을 나졸들에게로 밀어버리고 도깨비 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서방은 도깨비의 이마에 붙어있는 부적을 손으로 잡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도깨비와 이서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이는 속으로 외치면서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뚱뚱한 사내는 순간 자신의 빈틈을 노리던 자가 있었던 것을 느꼈다.


‘앗차’


이미 늦었다. 뚱뚱한 사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감투가 없어졌다. 뚱뚱한 사내의 뒤로 바람이 지나갔다. 뚱뚱한 사내는 몸을 돌려 잡으려고 했으나 순간 감투를 훔친 존재가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뚱뚱한 사내는 사방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서방은 돌이가 감투를 쓰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도깨비를 바라보는데 몸이 기우뚱 거린다.


‘어……. 뭐지?’


이서방은 도깨비의 이마에 붙어있는 부적에서 손을 땠다. 이서방은 다리에 힘을 주어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버텨보았다. 고개를 숙여 가슴을 보니 가슴에 화살이 꽂혀있다. 순간 관아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군교가 두 번째 화살을 활의 시위에 메기고 있었다. 이서방은 도깨비의 어깨에 손을 얻고 몸을 지탱했다. 순식간에 두 번째 화살이 가슴에 꽂혔다.


‘이렇게 끝나는가? 우리 돌이는?’


“여보~!”


돌이어머니의 외침이 이서방의 귀에 들려왔다. 감투를 쓴 돌이도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돌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뚱뚱한 사내가 돌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돌이가 먼저 뚱뚱한 사내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돌이는 엄지손가락 아래쪽을 입으로 물고 숨죽여 흐느끼며 도깨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서방은 더 이상 몸을 지탱할 수가 없다. 이서방의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이서방은 자신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이서방은 자신의 겨드랑이를 도깨비의 어깨에 걸쳐서 자신의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천천히 도깨비의 이마 쪽으로 옮겨갔다. 힘없는 이서방의 손이 도깨비의 이마에 붙어 있는 부적을 꽉 잡았다. 그 순간 세 번째 화살이 자신의 몸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이서방은 며칠 전 돌이와 은어를 잡으러 갔던 것이 생각났다. 눈앞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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