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방울 소리
벽돌탑의 도깨비 - 15 <빗 속의 방울 소리>
쏴~
하고 빗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비가 내립니다. 금방 그칠 비는 아닌 듯싶습니다.”
뚱뚱한 사내가 긴 수염의 사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이구, 비가 오면 어떡하나?”
사또가 비가 온다는 소리에 호들갑을 떤다.
“비는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 없지 않소.”
수염이 긴 사내가 대답을 하자 사또는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저녁에 산으로 다시 올라가시지 않았습니까? 무언가 찾으셨습니까?”
수염이 긴 사내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더니 입을 열었다.
“도깨비의 집에 갔었소. 재밌는 것을 찾았지요.”
뚱뚱보 사또가 바람을 부치듯이 양손을 위로 들면서 말을 재촉했다.
“아까 불을 질러 확 타버리지 않았습니까?”
“뭘 찾았는지는 도깨비가 나타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슬슬 나갑시다.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봅시다.”
긴 수염의 사내는 사또의 말을 끊고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네명 사람도 밖으로 나갔다. 사또는 그들을 향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귀찮은 듯이 일어나 뒤를 따랐다.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나기 시작했다. 나졸들이 사방을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도깨비는 보이지 않았다. 이서방네 식구들과 잡혀온 동네사람들도 묶인 채 빗속에서 사방을 살폈다. 군교가 송나졸에게
“서둘러 사또께 아뢰게. 방울이 울린다고.”
송나졸이 빗속을 뛰어 관아 마당에 묶여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군교는 누각위에서 사방을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안보였다. 비가 쏟아지는 칠흑 같은 밤이라 더더욱 보이는 것이 없었다. 방울 소리를 들은 다섯 사내가 마당으로 뛰어나와 이서방 옆을 지나며 펄쩍 뛰어올랐다. 다섯 사내는 비를 가르며 사뿐히 누각 지붕위로 올라가 관아 밖을 살폈다.
“도깨비가 보이질 않습니다.”
뚱뚱한 사내의 말을 들으며 넷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사방을 살폈다. 여전히 방울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방울을 치워라!”
수염이 긴 사내의 명령에 나졸 하나가 누각기둥에 달려있는 방울을 방울주머니에 넣었다. 방울 소리는 없어지고 빗소리만 들려왔다. 수염이 긴 사내가 눈을 감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오른쪽 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 수염의 사내는 순간 고개를 돌려 눈을 번쩍 뜨더니 눈에 힘을 주어 정면을 주시했다. 빗속을 가르며 삿갓을 쓴 한 사내가 성 남문 쪽에서 관아로 달려왔다. 사내는 양쪽 팔을 흔들며 뛰어 와 누각아래 관아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졸들이 대문 틈으로 문밖 사내를 보곤
“형방나으리!”
하고 말을 걸었다. 삿갓을 쓴 형방은 대답대신 문을 계속 두드렸다. 하지만 문을 지키고 있던 나졸들은 맘대로 문을 열수가 없었다. 군교가 확인을 하기위해 대문으로 내려갔다. 그때 다시 문지기 나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이 없습니다.”
“형방 나리 입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대문 쪽을 쳐다보았다. 대문으로 간 군교가 대문 틈으로 입이 없는 형방을 보았다. 사또가 관아 마루에서 외쳤다.
“문을 열어 형방을 데리고 들어와라.”
누문지붕위의 긴 수염의 사내가 모두를 긴장시켰다.
“도깨비가 근처에 있다. 모두 사방을 살펴라.”
대문이 열리고 형방이 안으로 들어왔다. 형방은 뭔가를 말하려고 팔을 흔들었다. 나졸들이 형방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외침 소리가 들렸다.
“도깨비다!”
모두가 그 소리가 들리는 마당 쪽을 바라봤다. 도깨비가 마당가운데에 우뚝 서있었다. 도깨비는 성 남문 밖에서 형방을 놓아주고 하늘로 날아서 관아 위 공중에 도착했다. 관아 위 하늘에서 마당의 움직임을 살핀 후 서서히 내려가는 순간 방울 소리가 들렸다. 도깨비는 쓕 하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아래쪽 관아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삿갓을 쓴 사내가 나타나 그쪽으로 모두의 정신이 팔리자 마당 안으로 순식간에 내려온 것이다. 도깨비의 작전이 들어맞은 것이다.
“돌이야! 괜찮니?”
도깨비는 돌이에게 괜찮은지 물으며 재빨리 손톱을 밧줄 사이로 넣고 움직이자 밧줄이 끊어졌다. 그리고 이서방과 돌이 어머니의 밧줄도 끊어버렸다.
“할머니 밧줄도 풀어주세요.”
도깨비는 돌이의 말을 듣고 할머니의 밧줄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돌리려고 하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앗, 진이다. 움직일 수가 없어.’
다섯 사내가 도깨비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꼭지점을 만들고 서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도깨비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군교가
“지금이다. 도깨비를 묶어라.”
나졸들이 팔뚝만한 밧줄의 양쪽을 잡고 도깨비의 몸을 중심으로 빙빙 돌면서 묶기 시작했다. 나머지 나졸들이 돌이네 식구와 잡혀온 사람들을 꼭지점 밖으로 끌어냈다. 다섯 사내는 천천히 돌면서 가까이에 있는 불 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불을 동시에 넘어뜨렸다. 불이 넘어지자 거대한 도화선이 타들어가듯이 사방에서 도깨비를 향해 보라색 불꽃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연기가 불꽃에서 피어올랐다.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불꽃이 달려갔다. 마당에 특수화약을 묻어놓았던 것이다. 나졸들은 긴 수염의 사내의 명령에 따라 화약에 돌가루와 약초가루를 섞어서 다섯 개의 꼭지 점에서 중심으로 뿌리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어 놓았었다. 불꽃이 도깨비가 서있는 곳에 도착하자
“펑~~~~”
하고 큰 소리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때다.”
긴 수염의 사내의 외침과 동시에 다섯 사내가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후 연기가 빗물과 함께 사라졌다. 다섯 사내는 도깨비의 몸에 전체가 쇠로 된 단도를 찌른 채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도깨비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 아~~”
도깨비가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찌른 뚱뚱한 사내를 손으로 후려쳤다. 뚱뚱한 사내는 순식간에 관아 기둥까지 날아가 부딪쳤다. 도깨비는 오른손으로 가슴의 쇠단도를 뽑고 왼쪽 가슴에 쇠단도를 찌른 사내의 머리채를 움켜잡아 들어올렸다. 도깨비는 오른손의 쇠단도를 사내의 얼굴로 순식간에 가져갔다. 순간 불타던 도깨비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여자?”
도깨비는 콧방귀를 뀌며 왼손을 하늘로 올리며 남자인줄 알았던 여자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몸을 확 돌려 뒤쪽을 쳐다보았다. 순간 다시 가슴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수염이 긴 사내가 빈 활을 들고 있는 것이 도깨비의 눈에 들어왔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후였다. 도깨비가 고개를 숙이자 이미 가슴에 화살이 박혀있었다. 화살에는 실이 달려있었고 긴 수염의 사내의 주문소리가 들려왔다. 도깨비가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두 사내가 그물로 덮쳐왔다. 그때 군교가 외쳤다.
“나졸들은 그물을 당겨라!”
다섯 명과 도깨비의 싸움에 넋이 나가 있던 나졸들은 군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물을 잡아 도깨비를 중심에 두고 사방으로 잡아당겼다. 긴 수염의 사내는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기둥에 부딪쳤던 뚱뚱한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왼새끼로 꼬아놓은 밧줄을 그물 위로 던졌다. 하늘로 던져졌던 여자가 밧줄을 받아 당기자 나머지 두 사내도 밧줄을 도깨비의 머리위로 던져 서로 당기기 시작했다. 도깨비가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쇠말뚝으로 그물과 새끼줄을 고정시켜라.”
나졸들이 쇠말뚝과 망치를 들고 와 그물과 새끼줄을 팽팽하게 당겨 고정시키려했다. 도깨비가 몸부림을 치자 그물과 새끼줄이 흔들렸다.
“쏴라!”
긴 수염의 명령에 나머지 네 명이 활의 시위를 놓았다. 순간 도깨비가 신음 소리를 내며 크게 버둥거렸다. 고정시켜 놓았던 쇠말뚝 두 개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나졸들은 허둥지둥 다시 그물을 잡아 쇠말뚝을 박았다. 도깨비의 가슴에 다섯 개의 화살이 박혀있었다. 다섯 명은 화살에 달려있는 실을 손으로 잡고 입 가까이로 가져가 계속 주문을 외웠다. 나졸들이 쇠말뚝을 하나도 남김없이 박아 그물과 왼새끼를 고정시켰다.
“잡았다.”
군교의 말에
“와아~~”
“우리가 도깨비를 잡았다.”
나졸들이 두 손을 들며 외쳐대기 시작했다. 기둥 뒤에 숨어있던 사또가 의자에 언제 숨어있었냐는 듯이 슬쩍 앉으며
“수고들 했다.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라.”
위엄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저들을 다시 묶어라!”
군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졸들은 돌이네 식구를 다시 묶기 시작했다. 다섯은 실 끝에 방울을 달고 단도로 그것을 땅에 꽂았다. 방울에서는 규칙적으로 소리가 났다. 뚱뚱한 사내가 하늘로 던져졌던 여자에게도 다가가
“막내야 괜찮니?
라고 묻자
“전 괜찮아요. 오라버니야 말로 기둥에 부딪치셨잖아요?”
뚱뚱한 사내는 막내의 말을 막으며 주먹을 불끈 쥐며
“기둥이 다쳤을껄.”
하며 씨익 웃어보였다. 긴 수염의 사내가 도깨비 가까이로 다가갔다. 도깨비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눈은 아직 불타오르고 있었다.
“너희가 날 잡았다고?”
도깨비가 이를 갈며 코로 숨을 내쉬었다. 신경을 건드리는 듣기 싫은 이 가는 소리가 관아 마당에 퍼져나갔다. 도깨비의 눈은 한층 더 이글거렸다. 어느 사이엔가 비가 그치고 둥근달이 구름을 헤치고 나왔다. 이상하게도 달은 무척이나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