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흘러가는 별똥별
벽돌탑의 도깨비 - 34 <하늘을 흘러가는 별똥별>
부석사에서 아미타불과 헤어진 후 얼마동안 정남쪽으로 날았다. 앞서 날아가던 종이 봉황이 산을 하나 지나자 고도를 낮추며 아래를 향하기 시작했다. 머리 둘 달린 새로 따라서 고도를 낮췄다.
“저기 불빛이 있어요.”
새의 등에 탄 돌이가 외쳤다. 셋은 목적지가 가까운 것을 알아챘다.
“산속인 걸 보니 절 같은데요.”
뺑이가 도깨비를 향해 말했다.
“나도 밤이라 여기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구나. 부석사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날아왔으니 내 생각에는 여기가 안동 어느 절인 것 같아.”
도깨비의 말이 끝날 때 쯤 종이 봉황은 작은 불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건물 쪽으로 날아갔다. 그 곳은 도깨비가 말 한 것처럼 절이 있었다. 절은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은 산사였다. 종이 봉황은 산 바로 아래 큰 지붕을 스치며 몇 번 날개를 파닥거리더니 마당 건너편으로 날아가 누각 지붕에 내려앉았다. 종이 봉황에게서는 여전히 빛 부스러기가 조금씩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도깨비는 머리 둘 달린 새를 몰아 절 아래쪽 서쪽 공터에 착륙했다. 나무에 새를 묶어 두며 길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어둠 속에 일주문이 흐리게 보였다. 도깨비는 전체를 대충 눈으로 훑어보며
“여기는…….”
하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입에는 미소가 살짝 띄었다.
“밤에도 사방이 잘 보이세요?”
라고 뺑이가 물었다. 그리고 곧
“여기가 어디에요?”
라며 돌이가 도깨비가 대답도 하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내가 보기에는…….”
도깨비가 살짝 뜸을 드리자
“여긴 봉정사에요. 그쵸?”
라며 뺑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전설에 의하면 의상대사가 종이 봉황을 부석사에서 날려 보냈는데 그 봉황이 내려앉은 곳에 지어진 절이 봉정사에요. 그리고 저기 우리가 넘어온 산이 천등산일 꺼에요. 저산에는 굴이 하나 있었는데 그 굴에서 의상대사의 제자 한분이 수련을 했데요. 어느 날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그 제자를 시험하기 위해 유혹했데요. 그 유혹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서 시험을 통과했고 그 상으로 하늘에서 등불이 내려왔다고 해요. 그 등불을 받은 의상대사의 제자가 지은 절이 이 봉정사이고 등불이 내려온 산이 천등산, 그리고 그 제자가 수련을 하던 동굴이 천등굴이에요.”
라고 쉬지 않고 한 번에 설명을 해치웠다.
“나도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봉정사에는 대웅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단다. 그럼 우리 세 번째 목적지가 여기가 되겠지. 자 올라가보자.”
셋은 종이 봉황이 빛을 뿜으며 앉아있는 만세루 지붕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만세루 아래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밤이라 조심해가며 몸을 숙여 경사가 좀 있는 계단을 한칸한칸 걸어 올라갔다. 앞장서서 걸어 올라가던 뺑이는 허리도 펴고 숨도 고르려고 몸을 세웠다. 순간 누각 아래 문 안쪽에 부처님이 인자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내려 보는 것이 보였다. 뺑이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뒤따르던 돌이도 부처님을 발견했다. 누각 아래 통로 반대편에 법당이 있고 법당 안에 불상이 주변의 불빛에 의해 은은한 빛을 발하며 앉아있었다. 법당의 문은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지붕아래 거는 쇠에 걸려 위로 활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 불상이 누각 아래 좁은 통로를 통해서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강한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구조였다. 돌이와 뺑이는 걸어서 누각 아래를 통과했다. 도깨비는 누각 아래 통로가 좁아서 누각 옆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셋이 법당 앞에 가 서니 대웅전이라는 법당의 현판이 보였다.
“제대로 왔구나.”
도깨비가 대웅전 현판을 바라보고 말을 하자 등 뒤 누각 지붕에 앉아있던 종이 봉황이 빛을 발하며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도깨비 머리 위쪽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도깨비가 손을 앞으로 내밀자 손바닥에 종이 봉황이 내려앉았다. 아미타불이 접어준 봉황이 스르르 저절로 풀리며 관세음보살이 전해주었던 지도 모양으로 돌아왔다. 지도 속의 별자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깨비와 아이들은 지도를 움직여 별자리와 방향을 맞춰나갔다. 하지만 좀처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관세음보살에게 지도를 받았을 때는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의 모든 별들이 지도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달리 별이 숫자가 적었다. 셋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가 고개를 내려 지도를 번갈아가며 보며 계속해서 지도를 움직였지만 전혀 모양이 맞지를 않았다.
“이상한데. 왜 별의 수가 적은 걸까?”
라고 뺑이가 말하자 돌이가
“잠시 지도를 저한테 주세요.”
라고 말하고 도깨비에게서 지도를 건네받았다. 돌이는 팔을 들어 지도를 하늘의 별자리에 맞춰들었다. 손으로 들고 있는 지도 너머로 하늘의 별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돌이는 일단 대웅전 뒤 북쪽 하늘을 가리고 있는 천등산 위 별자리부터 동쪽으로 천천히 옮겨가며 별자리를 맞춰봤다. 도깨비와 뺑이도 돌이가 하는 방법에 납득이 갔다. 돌이는 지도를 한참 돌려 동쪽을 지나 남쪽으로 계속 별자리와 비교하며 맞춰갔다. 비슷한 곳을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정동쪽에서 정남쪽으로 삼분의 이 지점의 하늘을 지날 때 지도의 별자리와 하늘의 별자리가 딱 맞아떨어졌다. 돌이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자 도깨비와 뺑이도 환호성을 질렀다. 지도 속에서 하나의 빛줄기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휙 하고 날아갔다. 그 것은 별똥별이었다. 별똥별은 지도 밖 하늘을 가로질러 셋의 머리 위까지 날아가 사라졌다. 그 때,
“거기 밖에 누구시오?”
건물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깨비는 재빨리 감투를 머리에 쓰고 모습을 감췄다. 돌이와 뺑이가 건물 쪽을 둘러보자 젊은 스님이 문을 열고 나왔다.
“너희들 누구니?”
라고 젊은 스님이 묻는 순간 도깨비가 돌이와 뺑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들아 저기 머리 위를 봐.”
라고 했다. 돌이와 뺑이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건물에서 나오던 스님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 스님은 건물 안의 다른 스님들에게 손짓을 하여 불렀다. 하늘에서는 밝은 빛을 발하는 등불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등에서는 빛 가루가 부슬부슬 아래로 떨어졌다. 멍하니 넋을 놓고 하늘을 보고 있던 도깨비와 돌이와 뺑이 셋의 가운데로 등이 내려앉았다. 뺑이가 손을 내밀어 등을 잡았다. 돌이가 뺑이에게
“이걸 봐! 다시 지도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지도 속 일직선으로 있던 가람배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도에 동서남북이라는 글자가 삐딱하게 묘한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그 방위 안쪽에 북서쪽으로 비로전이 움직였고 북이라고 쓰인 글자 아래에 극락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도 비로전에서 소백산 비로봉으로 극락전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변했다. 그리고 무량수전에서 정남쪽으로 거리를 좀 두고 봉정사 대웅전이 위치했다. 그 동쪽 조금 아래에 미륵전이 자리했다. 다시 돌이가 지도를 별자리에 가져가 갔다. 그 별자리 바로 아래에 미륵전이 위치해있었다.
“별자리와 지도의 가람배치로 봤을 때 다음 목적지는 여기서 조금 남동쪽에 위치한 제비원 미륵불을 뜻하는 것 같아.”
라고 도깨비가 목소리를 낮춰 둘에게 이야기 했다.
“저도 제비원 같아요.”
뺑이도 맞장구를 쳤다.
“이것 봐. 또 변하고 있어.”
돌이가 하늘의 별자리에 딱 맞추고 있던 지도를 하늘 아래 산 쪽으로 내리고 있었다. 지도의 별들이 지도 위쪽으로 올라가고 지도 아래쪽으로 산이 솟아오르고 물길이 생겨났다. 물길이 이어진 아래쪽에 미륵전이 있었다. 건물에서 나온 스님들이 돌이와 뺑이에게로 다가왔다.
“얘들아? 너희 관세음보살님이 보내서 온 아이들이니?”
라고 스님들이 물어왔다.
“네!”
돌이가 대답을 하자
“역시 그렇구나. 어제 큰 스님께서 꿈을 꾸셨는데 관세음보살님이 보낸 선녀가 나타나서 아이들이 대웅전 앞에서 시험을 치룰 거라고 하셨고 시험을 통과하면 하늘에서 등불이 내려올 것이라고 하셨다는구나.”
그렇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스님들은 자기들끼리 수근 거렸다. 큰스님의 예언이 맞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던 것이다. 그때 돌이가
“스님 여기 물이 흐르는 곳이 있나요?”
이라고 묻자
“우리 절 양쪽으로 물이 흘러내린단다. 수량은 적지만 마르지 않고 물이 흐른단다.”
라고 한 스님이 대답했다. 뺑이와 돌이가 눈으로 물길을 확인하니 스님의 말과 같았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맙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라고 하자 처음 말을 걸었던 스님이
“참! 다음 목적지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날 거라고 하셨어. 그리고 이 짚신을 가져가라. 짚신 한 켤레로 먼 길을 가기는 힘들 꺼야. 짚신 네 켤레를 마련해눴으니 떨어지면 갈아 신으면서 다녀라. 너희가 어떤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심해서 잘 가.”
돌이와 뺑이는 스님에게서 짚신을 얻고 인사를 나누고 누각 쪽으로 걸어갔다. 하늘에서 내려온 등불 덕분에 발아래 길이 잘 보였다. 누각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서 새를 묶어 놓은 곳으로 갔다. 하지만 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발자국 같은 흔적이 전혀 없고 연꽃이 한 송이 놓여있었다. 잠시 주위에 혹시나 머리 둘 달린 새가 있을까싶어 찾아보았다. 머리 둘 달린 새 찾는 것을 포기하고 셋은 물길을 따라 걸어갔다. 절 아래에서 물길이 두 개 만나고 얼마 걸어가지 않아 다시 물길이 합해졌다. 한참을 걸어가자 인가도 보였다. 사람이 사는 곳을 오랜만에 봐서 돌이와 뺑이는 무척 반가웠다.
“저……. 우리 얼마나 걸어야할까요?”
돌이가 묻자
“봉정사에서 제비원까지는 20리 정도 거리야.”
도깨비는 여전히 감투를 쓰고 있어 냇가로 걸어가는 그림자는 두 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두 아이는 등불을 앞세워 냇물을 따라 걸어갔다. 하늘에서는 별똥별들이 낮쪽으로 휙휙 시차를 두고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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