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37

서문으로 들어서며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37 <서문으로 들어서며>

돌이 엄마는 뺑이와 당골네와 함께 제비원을 뒤로했다. 일행은 한참을 걸어 안동부의 성곽이 둘러쳐진 서문 근처에 도착했다. 돌이 엄마는 또 무슨 봉변을 당할까싶어 나졸들이 지키는 성문 가까이 가기 싫었다. 그녀는 당골네와 뺑이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당골네에게 뺑이를 잘 데려다주라고 말하고 낙동강변을 따라 집으로 갈 생각으로 강 쪽으로 걸어갔다.

당골네는 뺑이와 손을 잡고 서문 밖에서 행렬을 따라 성안으로 걸어갔다.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인 검문이 있다. 평소에는 통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역민들이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나졸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어떤 사람들은 정중히 목례까지 하면서 성문을 통과한다. 갓 쓴 양반들이 지나가면 나졸들이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외모가 수상하면 제대로 검문을 해서 잡아들이거나 통과시킨다. 그러니 그냥 거리를 걸어 다니듯이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도깨비가 나타난 사건 이후 성문의 검문이 삼엄해졌다. 당골네는 지역에서 유명한 무당이다 보니 나졸들과 가벼운 눈인사와 목례를 나누며 성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어이, 이봐, 당골네!”

당골네는 뺑이의 손을 잡고 뒤를 돌아봤다. 성벽 그늘에 군교가 햇볕을 피하고 서서 당골네를 불러 세웠다.

“잠깐 나 좀 보세.”

“아이고, 군교 나으리.”라고 당골네는 미소를 지으며 군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군교도 성큼성큼 당골네를 향해 걸어왔다.

“밥은 자셨나?”

“네, 나으리께서는……?”

“나야 먹고 나왔지”하고 군교는 씨익 웃는다. 그리곤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

“제비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당골네는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 나누듯이 대답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군교의 질문에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이른 시간에 제비원에 가서 밥을 먹고 왔다? 무슨 일로 거길 다녀왔나?”

‘앗차. 이 사람이 날 의심하는구나.’당골네는 군교가 자신을 꼬투리 잡으려는 것을 눈치 챘다.

“제비원 부처님께 치성 드리러 다녀왔습니다. 밤새 치성 드리고 연미사에서 아침을 같이 해먹고 왔습니다.”하며 미소로 태연한 척해보였다.

“이 아이는 누구요?”군교는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당골네와 뺑이를 두고 삥 둘러 걸으며 둘을 훑어보았다.

‘이 아이에 대해서 왜 묻지?’

“네, 이 아이는 심부름 시킬 것이 있어 함께 왔습니다.”당골네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이야. 넌 이름이 뭐니?”

“뺑이요. 이름이 뺑입니다.”

“넌 성도 없냐? 성은 뭐고 어디 살아?”

“뭐 애한테 그리 그러세요.”라며 당골네는 군교의 말을 끊어 보려고 했다.

“당신한테 물은 게 아냐. 뺑이 니가 대답해라.”

“네……. 제 성은 박가입니다. 그리고 관아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뺑이는 있는 그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니가 박노인의 사라진 손자구나. 지금까지 어디서 뭘 했는지 관아에 가서 좀 들어보자. 그리고 당골네도 따라오게.”라고 말한 뒤 사졸 두 명을 불렀다.

“여봐라, 이들을 끌고 관아로 가자.”

당골네와 뺑이는 자신들이 왜 잡혀가는지 이유를 몰라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뿐이었다. 당골네와 뺑이는 사졸들에게 이끌려 관아로 향했다.

관아 사또의 방에서는 이방과 형방이 모여 사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또! 아무래도 박노인이 뭔가 조사를 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도깨비와 이가 놈(이서방) 가족에 대해서 묻고 다닙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라진 손자 때문에 이것저것 수소문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종과 황금 등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묻고 다닌다고 합니다.”라고 형방이 사또에게 보고를 하였다.

“그놈의 영감탱이가 뭔 냄새를 맡은 거야? 뭘 알아챈 걸까? 이방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사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박노인이 알아낸다고 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성수청 사람들이 안동에 내려온 것이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지금 성수청에서 내려온 자들은 도깨비를 뒤쫓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쪽 일에 관심을 못 갖도록 하여 중앙에 보고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면 큰 탈은 없을 겁니다. 지역의 양반들에게도 도깨비와 관련된 요상한 자들이 일으킨 문제로 만들고 그것을 사또와 관아에서 해결한 것으로 만들면 지역의 양반들도 이번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며 조정에서 암행어사를 보내거나 다른 누군가를 보내서 조사를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박노인이 모든 것을 알아낼 수도 없도록 적당한 선에서 일을 마무리 해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적당히 통제를 가해야겠습니다.”

“형방은 이방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고?”

“네! 사또, 저도 이방이 말하는 쪽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깨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고 지난번 관아에서 일도 모두 도깨비가 일으킨 일로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황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도깨비가 출몰하여 피해가 많다는 핑계로 고을의 주막들에서 모여 술 마시는 것을 금지시키고 해 떨어지면 집 밖 출입을 통제한다면 소문이 퍼지거나 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사또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도깨비와 내통한다는 죄명을 씌워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지역을 통치하는 것도 쉬워질 것입니다.”형방의 말이 잠시 끝나는 틈에 이방이 끼어들었다.

“사또! 명만 내려주시옵소서. 이미 이가(이서방)놈네 마을사람들이 관아에서 흠씬 맞고 나간 것도 도깨비에 의해서 생긴 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으니 이 분위기를 몰아서 관에서 하는 일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자들의 버릇도 좀 고치고 못 거둔 세금도 이 분위기에서 거둬들이면 여러모로 일이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럼 자네들이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을 해보게.”라고 사또가 말했다.

“사또! 사또!”문밖에서 사또를 부르는 소리가 두 차례 들렸다.

“밖에 누구냐?”사또가 말하는 자의 정체를 묻자

“군교입니다. 말씀들이 일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라.”사또의 명이 떨어지자 방문을 열고 군교가 방으로 들어왔다. 군교는 사또에게 예를 표하고 이방과 형방과도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무슨 일인가?”

“네, 사또, 당골네와 사라진 박노인의 아이가 오늘 아침 일찍 서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수상해 잡아들였습니다.”

“이가 놈의 장삿날 사라진 박노인의 손자 말이냐?”

“네, 저희가 상여소리꾼들에게 조사한 것과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건데 그 아이가 지금까지 도깨비와 함께 다닌 것으로 보입니다. 당골네도 죽은 이가(이서방)의 아내와 며칠간 사라졌다가 오늘 아침 서문으로 들어오다가 제게 잡힌 것입니다.”

“사또! 박노인은 관아의 일을 많이 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손자가 도깨비와 내통한 것으로 몰리면 우리 쪽으로 접촉해 올 것입니다. 그런 그때 넌지시 압력을 가해 알아듣도록 말하면 뒤를 캐며 다니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저희가 취조를 해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라고 이방이 사또에게 말했다.

“그래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아무쪼록 지난 번 황금이 다시 내 손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일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게 해결하게.”

“네, 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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