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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Oct 21. 2024

피사의 사탑

말 문 터진 물건 10


"너 이탈리아에 가본 적 없지"

"알면서 뭘 물어?"

"거기 가면 피사의 사탑이 있어."엄청 유명한 건물인데 그 이유가 너무 웃겨. 넘어지려고 해서 유명하대 ㅋㅋ

엄청 크고 무거운 돌로 된 건물인데 기울어져서 넘어지려고 하면서도 안 넘어지고 있으니까 아슬아슬해서 유명하대 "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랑" 

"엄청 상관있어. 잘 들어"

"사람들이 우리를 자꾸 피사의 사탑이라고 부르잖아. 난 도무지 그게 부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 내가 피를 싸질렀나? 하고 둘러봤다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그 의문이 확 풀렸지. 

델레비전에서 피사의 사탑 어쩌고 하는 거야? 귀가 뻔쩍했지. 얼른 눈을 부릅뜨고 봤는데 우와 진짜 우리랑 완전 닮았다니까. 완전 완전 똑같아. 동생아. 왜 우리를 그렇게 부르는지 알게 된 거야. 우리가 피사의 사탑인 게 확실해졌어."


"그치만  뭔가 찝찝하고 이상해 형,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우린 이렇게 가만히 서있는 탑이 아니었던 거 같아 "

"아니, 나도 그랬거든 그런데 티비를 보고 바로 의심이 없어졌어. 내 말을 믿어. 우리는 피사의 사탑이야. "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에서  노래가 나왔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아기 상어!!


갑자기 몸이 출렁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 아 잠깐, 잠깐, 뭔가 기억이 날 것 같아. 우린 상어 아니었을까?"

"저 노래를 들어봐 - 저절로 몸이 움직이잖아, 저 바다를 봐."


엄마 상어 뚜루루 뚜루  어여쁜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엄마 상어


" 바다!! 맞다. 바다!! 우린 상어였어!!"

"그런데 재들이랑 우린 너무 다르게 생겼어" 

"그럼 우린 상어가 아닌가?"

" 어딜 봐도 우리랑 닮은 데가 없어ㅠㅠ"


아빠 상어 뚜루루 뚜루  힘이 센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아빠 상어!!


"생각을 해보자. 저봐, 상어는 원래 엄청 크잖아 - 우리는 상어의 한 부분인 것  같지 않아? 그런 거 같지!!"

" 그럼, 우린 상어의 머리?"

"입? 아니야, 눈? 꼬리?-" 


할머니 상어 뚜루루 뚜루   자상한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할머니 상어!!


" 야, 야!!  알겠어. 우리 생긴 모습을 잘 봐봐. 너랑 나랑 이렇게 붙이면 딱 맞지? "

"그렇다면 우리는 상어의 척추 뼈? "

"와- 맞다 맞네! " 우린 상어의 강하고 멋진 척추였어."



할아버지 상어 뚜루루 뚜루  멋있는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할아버지 상어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었나 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있었어"

"당연하지 넌 기억이 안 나니? 너 할아버지 할머니께 귀여움 엄청 받았어. 그래서 버릇이 좀 없었지"


" 형 그럼 우린 어떻게 여기 왔지?"

"잠깐만  -- "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다. 


우리는 뚜루루 뚜루   바다의 뚜루루 뚜루

사냥꾼 뚜루루 뚜루    상어 가족

 

"아아 나, 기억이 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사냥을 나왔어. 

모두 다 우리가 나타나면 잡힐까 봐 엄청 무서워해"


상어다  뚜루루 뚜루  도망쳐  뚜루루 뚜루

도망쳐  뚜루루 뚜루   숨자 으악! 


"그날도 모두 우리를 보자 도망치고 난리야. 너도 기억나지

바위굴 아래로 후다다닥 숨는 애들"


살았다 뚜루루 뚜루  살았다 뚜루루 뚜루

오늘도 뚜루루 뚜루   살았다  휴


"우린 바다의 사냥꾼이라서 무서울 게 없었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사냥은 언제나 성공이었어"


신난다 뚜루루 뚜루  신난다 뚜루루 뚜루

춤을 춰 뚜루루 뚜루  노래 끝 오예-


"오예-  마구 흔들어!! 우린 도망간 물고기들의 노래에 신나서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인간의 그물에 걸리고 만 거야 너랑 나랑 둘이만-  급속 냉동실로 던져진 뒤 그다음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그래 , 조심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제일 센 사냥꾼이라고 너무 잘난 척했어. 더 잔인한 사냥꾼이 있다는 걸 모르고 "

"형아 바다로 가고 싶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 

" 이제 우리는 바다로는 갈 수 없어. 가도 헤엄칠 수도 없어. 그래도 우리가 상어라는 걸 알았으니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어. 안 그랬음 평생 피사의 사탑인 줄 알알을 거야.  

뼈도 추린다는 말 알지? 대부분 인간에게 잡히면 뼈도 추린대 - 그런데  우린 뼈라도 이렇게 멀쩡하게 남아 있잖아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피사의 사탑이라는 별명도 얻고."


"싫어! 난 상어 할 거야. 피사의 사탑 따윈 필요 없어. 우린 뼈만 남아있어도 상어야!! "

"그래 우린 상어지. 멋지게 바다를 헤엄치던 생각을 떠올려봐. 그런데 그 상어들이 모두 피사의 사탑을 장착하고 깊은 물속을 헤엄쳐 다니고 있다고 상상해 봐  진짜 멋지다."


"형, 나 아까 그 노래 다시 또 듣고 싶다. " 

"우리 같이 해볼래? "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형아,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와 "

"너무 좋아서 그런 거야. 동생아 우리 바다에 있을 때처럼 신나게 춤추면서 부르자"


우리는 뚜루루 뚜루   바다의 뚜루루 뚜루

사냥꾼 뚜루루 뚜루    상어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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