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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필요해

말문 터진 물건 22(그냥 발행해 버린 실수, 연재발행으로 변경 안됨)

by 신정애

'야, 귀를 기울여봐 - 들리지? 응? '

'잘 들어봐 - 징글벨 징글벨 하는 소리 아니야? '

'그런가? 가만 가만--- 난 징그러 징그러 같은데?

“야. 너는 또 장난을 치냐. 이 중요한 시점에 ."

'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일찍 깨어 있던 주전자랑 빨강 양말이 서로 귀를 쫑긋 세우고 티격태격 난리 중이에요.

그 소리를 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얘들아 이제 일어나라" 모두를 깨웁니다.

줄무늬 사탕도 하늘색 모자를 쓴 눈사람도아기 천사도 모두 잠에서 깨어나 귀를 기울여요.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나 봐요. 여기 안은 좁아서 꼭 번데기가 된 애벌레처럼 꼼짝없이 1년을 보냈거든요. 투명한 상자 속에서는 꼬물꼬물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서 일어나서 세수하고 단장해라. 트리가 기다리고 있어. "

다들 말끔하게 자신을 가다듬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트리 가지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매달리자 근사한 트리가 완성되었어요.

"와 멋지다. 올 해도 역시 우리가 제일 귀엽고 예쁜 게 확실해"

다들 좋아서 달랑달랑 신이 났어요.

"캐럴이 들렸으니까 곧 나가게 될 거야." 산타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모두 기대에 차서 흥분된 목소리로 캐럴을 흥얼거립니다.


다른 곳에서도 시끌 시끌합니다

"야, 야 어서 나갈 준비를 하자. " 구멍이 송송 뚫린 빨간 트리입니다.

"징글벨 소리가 들렸어? 쟤네들도 다 일어났네. "

짝꿍을 깨워서 서로 마주 끼워 날개처럼 가지를 활짝 펴니 근사한 트리가 되었어요.

"준비 완료"

그 옆의 갈색 숲의 사슴도 캐럴을 들었는지 벌써 깨어나서 눈을 비비고 온몸을 털더니 뾰족한 전나무 트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너무 늦게 깬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자꾸 늦어질까요? 우리를 잊은 걸까요?" 다른 트리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딱딱한 스테인드글라스 트리가 사슴의 말을 듣고 '끙' 하더니 바로 잠이 깼어요.

"아, 잘 잤다. 너무 오래 자서 완전히 굳어버릴 뻔했네. 캐럴이 들리긴 했나요?"

근사한 자신의 하얀 몸을 두른 검은 구리 테두리를 닦으며 인사합니다.

"얘들아 모두 다 안녕?"

이렇게 잠에서 깬 트리들은 차츰 걱정이 되었어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은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꺼내 주지 않았거든요.


"왜 점점 우리를 꺼내는 시간이 늦어질까요? " 사슴이 물었어요.

"예전에 12월이 되기만 하면 꺼내서 우리와 같이 따스한 거실에서 즐거운 캐럴을 들었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유리장식 트리에 걸린 양말이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말했어요.

"우리를 영영 잊어버리는 거 아닐까요?" 사슴이 말했어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키 큰 빨간 트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이러다 바깥에는 나가 보지도 못하고 그냥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건 아니겠죠?"

가만히 듣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그건 아이들이 없어서 그래."

"네? 그래도 어른들이 있잖아요." 스테인드글라스 트리가 말했죠.

" 하지만 어른들은 뭐가 그렇게 바쁘고 피곤한지 맨날 힘들다는 이야기만 하잖아. 그리고 아 또 트리를 꺼내서 장식을 해야 하는 거야? 애들도 없는데 그냥 지나갈까? 작년에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 꼭대기에 있으니까 다 들렸어." 별이 말했어요.


트리들은 고민에 빠졌어요.

"아기가 필요해. 아기가 태어나야 어린이가 되잖아." 주전자가 말하자

"난 눈사람 아기는 만들 수 있지만 사람 아기를 만들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눈사람이 말했어요.

"곧 아기가 올 거야, 아기는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아기는 알고 있어서 꼭 올 거야." 작은 천사가 진지하게 말하자 다들 조금 얼굴이 밝아졌어요. 천사가 하는 말인데 믿어야죠.

"그럼 우리가 노래를 부르며 아기를 기다리면 어떨까?" 기분이 좋아진 선물 상자가 몸을 흔들며 말하자

"좋아, 좋아." 모두는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아기가 필요해, 어서 와줘, 랄라.

사랑스러운 아기야 어서 오렴. 랄라.

기다리는 우릴 위해 빨리 와 랄라.

세상을 밝혀줄 귀여운 아기 랄라

12월이 왔단다 어서어서 오렴. 랄라라라랄라.“

트리들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상자 속에 가득 울려 퍼졌어요.


저녁이 되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여보 어디서 캐럴이 계속 들리는 것 같아요."

"진짜 그래, 어디서 들리는 거지?"

"- 아차, 우리 트리도 꺼내지 않았네요."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꺼내서 장식할까?

“ 당연하죠. 어서 꺼내서 구유를 장식해요."

조금 뒤 아내가 활짝 웃으며 기쁘게 말했어요.

" 아기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메리크리스마스" 아내가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소리쳤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 남편도 아내에게 기쁘게 말했어요.

그리고는 우리들을 꺼내서 하나씩 아기를 둘러싸며 나란히 두었어요.

"천사의 말이 맞았어요. 진짜 아기가 태어났네요!"

"와 드디어 밖으로 나왔어. 올 해도 모두 다 같이 행복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어."

" 천만다행이야, 난 상자 속에서 꼼짝없이 1년을 더 보낼 줄 알았는데."

"아기가 우리 노래를 들었나 봐. 고마워 아기야, 우리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줄게."

"아니야 시끄러우면 아기가 깰 거야"

"야, 봐봐 아기는 안자. 눈이 똥그래서 웃고 있어. 우리랑 놀고 싶은 거야."

" 반갑다고 양팔을 벌리고 환영하고 있네. 완전 장난꾸러기 같은데 " 하하하 호호호

트리들은 내년에도 잊지 말고 꼭 다시 태어나 달라고 아기에게 귀속말로 부탁했어요.

엄청 재미있게 놀아 줄 수 있다고 새로운 놀이도 가르쳐 줄 거라고 했어요.


시끌벅적 아기를 둘러싼 트리들은 마음이 놓이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너무 행복했어요.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여러분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완성되었어요. 모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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