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물건 47 궁금 아리 6
일기 검사를 하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푸흐흡 크크큭
하하하 깔깔깔 웃으시며 '이건 저자끈에 걸려' 하신다.
저자끈이 뭐길래 저렇게 웃길까?
끈에 걸려서 파닥닭 넘어지는 건가?
선생님만 아는 재미있는 놀이인가?
도대체 저자끈이 뭐지?
꽃들아 너희들 혹시 저자끈이 뭔지 아니?
속닥속닥 이야기 중이던 꽃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 난 예쁜 머리끈은 알지만 저자끈은 처음 듣는데?
그래? 힝 - 끈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알지도 모르지.
고양이야 저자끈이 뭐야?
아, 귀찮게 또 너냐?
난 실뭉치나 방울 끈은 잘 알지만 글쎄? 저자끈은 모르겠네.
나 지금 바쁘니까 딴 데 가봐!
넌 똑똑해서 잘 알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어? 돌멩이다.
동글동글 딴딴한 돌멩이야. 저자끈이 뭔지 말해 줄래?
아이, 낮잠 자고 있는데 깼잖아.
햇살 따끈따끈은 잘 알지.
가끔 날 밟고 가다 풀어져서 묶는 신발끈도 알지만 저자끈은 몰라.
더 잘래. 미안-
너도 모르면 누구에게 묻지?
아, 생쥐다.
세상 구석구석을 다니시는 생쥐님, 혹시 저자끈이 뭔지 아세요?
노끈, 비닐끈, 종이끈 -웬만한 끈들은 다 봤지만 저자끈은 본 적이 없어.
하, 왜 아무도 모르지?
그래 할아버지!!
오래 사셨으니까 할아버지는 아실 거야.
할아버지, 저자끈이 뭔지 아세요?
뭐? 뭐라고? 잘 안 들려!!
저- 자- 끈 -이- 뭔 -지 -아- 세- 요 ?
끈? 난 쌈지끈, 주머니끈은 알지. 저? 무슨 끈?
새로 나온 끈인가 보네- 몰러 -
그게 뭔지 알게 되면 내게도 알려다오.
새로 나온 끈? 그렇다면?
의자를 끄떡이고 있는 젊은 아저씨는 알겠다.
아저씨 -
학생인데.
아, 네 - 학생아저씨 - 요즘 새로 나온 건데요 저자끈이 뭔지 아세요?
가방끈은 알아도 저자끈은 모르겠네.
가방끈은 길수록 좋다는 것도 알어.
그런데 발 사이 숨기고 있는 비닐봉지 뭐에요?
어서 가!! 왜 그게 궁금해? 아저씨 혼자 좀 있고 싶어서 그래.
네 - 안녕히 계세요 ----나도 혼자 숨고 싶을 때가 있지.
앗, 하트다!!
포근포근 하트님, 저자끈이 뭔지 아세요?
글쎄? 마음속에 있는 끈들 중 하나 같기는 한데? 양심의 끈 인가?
네? 양심은 또 뭐지? 다 이상한 이야기들만 해.
어쨌든 고마워요.
안 되겠다. 모든 끈들을 모아봐야겠다.
그러면 알 수 있을지 몰라.
아리는 이런저런 끈들을 입으로 물어 날랐어요.
끈들이 모이면 이야기를 해주겠지?
우와- 웬 끈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빨간 끈, 하얀 끈, 가는 끈, 굵은 끈 - 색색깔 끈이 모였네.
와 예쁘다. 여기서 숨바꼭질하면 진짜 재미있겠다.
아리는 혼자 숨고 뒤집어쓰고 끈사이를 다니며 노는 데 폭 빠지고 말았어요.
여봇!! 아니 그 새 또 잤어요?
화들짝 놀라서 깨 놓고, 책 읽는 척 연기 그만해요. 다 티나요.
근데, 아리는 어디 있나요?
어? 방금까지도 같이 간식 먹고 만화 보고 여기 있었는데?
아이구 또 나갔네요 - 빨리 찾으러 나가욧!
왜 책만 보면 졸릴까요?
시끄러워요. 어서 뛰기나 해요!
걸어가면 안 될까? 힘들어 -- 안 돼욧!!
아리야!!! 어디 있니?
여보, 헥 헥 - 저기 끈 덤불 속에 있는 애가 우리 아리 아니에요?
아리가 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걸 보고 엄마 아빠는 놀라서 깨꼬닭!! 기절!!
엄마 아빠 일어나 봐.
이 끈들 중에 저자끈이 있는지 봐줘!!
아이고, 아리야 하다 하다 이제는 끈까지 모으냐? 이일을 어쩌면 좋으냐.
엄마. 아빠 저자끈이 뭔지 알아요?
아빠는 허리끈은 잘 아는데 저자끈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
얘가 또 어디서 무슨 헛소릴 주워듣고 이래? 어서 집으로 가자. 숙제해야지.
헛소리 아니야 엄마, 선생님이 내 일기를 보면서 엄청 웃더니 저자끈에 걸린다고 했단 말이야.
너 혹시? --- 엄마 일기---- 베껴 갔니?
응, 당연하지. 난 글자도 잘 모르고 엄마는 잘 쓰니까 베꼈지.
'옷가게에서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어 봤다. 단추가 안 잠겼다. 아, 너무 창피했다.
살을 빼서 저 걸 꼭 입고야 말 거다. 이번에도 다이어트 실패하면 내가 꽁지털을 뽑는 닭! '
아이고오--- 머리야, 아리야, 난 어떡해!!
선생니--- 임 -- -꼬고고오오오 깨꼬닭!!
여보 일어나요. 이건 정말 쓰러질 일이기는 하지만 당신이 잘못한 건 없잖아요.
선생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그런데 일기를 아주 잘 썼네요. 솔직하게!
엄마는 아빠의 말에 못이긴척 눈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아리 이리 왓- 똑똑하게 잘 들어!
그건 저자끈이 아니라 저작권이라는 거야! 따라 해 봐!!
저작권! - 저자끈.
끈, 아니고 꿘!! 저작권!!
당신도 같이 따라 해욧!!
아니 내가 왜?
당신도 모르잖아욧!!
이건 머리끈 신발끈 허리끈 이런 끈이 아니고 '권'
뭔가를 만든 사람이 그것을 가지는 권리를 법으로 딱 정해 뒀다는 것이야.
당연히 만든 사람이 주인이지. 그런데 왜 법이 필요해?
그걸 법으로 정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든 것을 - 예를 들면 - 엄마 일기!
다른 사람이 몰래 자기 것처럼 쓴다는 것이지 - 아리 너!!
엄마가 너 때문에 속상해서 쓰러지는 거 봤지?
넌 남의 것을 가져간 도둑과 같은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함부로 쓰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 놓은 거지.
원래 주인을 보호해 주는 게 저작권이라고!!!
엄마. 그럼 나, 저작권에 걸렸으니 경찰서 가야 하는 거야? 삐으앙-
잘못했어요 삐약 삐약. 훌쩍. 잘못했어요. 삐약.
뚝!! 넌 몰랐으니까 용서해 줄게- 앞으로 엄마 일기 베껴 쓰면?
절대, 절대, 안 베낄게요. 약속해요.
가족이라도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네- 삐약!
여보 어떻게 그렇게 설명을 잘해? 당신 너무 멋지다.
사실 나도 저자끈을 -- 아니, 저작권을 처음 알았어.
일기도 잘 쓰고 아는 것도 많고 최고야. 꽃무늬 원피스 안 입어도 예뻐.
어? 분위기 좋아지고 있잖아.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아리.
엄마 아빠. 끈을 이렇게 많이 가져온 김에 저자끈 놀이 딱 한 번만 해요.
뭐라고? 지금 또 무슨 놀이를 하자는 거야?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아리야. 저자끈 놀이는 또 어떻게 하는 거야?
저자끈 저자끈 저자끈 저자끈- 아파트 아파트 노래에 맞춰서 부르면서
저자끈 앞에 선 아빠가 저작권에 걸리는 일을 말 하는 거야.
왜 내가 먼저 해?
아이구 그냥 좀 해요!!
"저자끈 저자끈 -
유튜브 영상 캡처해서 쓰기!"
"당신은 저작권에 걸렸어요."
엄마, 줄을 탁 올려! 못 지나가게-
으이쿠 꽈당닭!! 유튜브 영상 캡쳐하는 것도 걸리는거였어?
그 다음 엄마!
"저자끈 저자끈 - 저자끈 저자끈 "
"인터넷에서 아무거나 그냥 갖다 쓰기."
"당신은 저작권에 왕창 걸렸어요."
아코- 탁 걸렸네 - 꽁 다닭!
저작권 알면서도 그런 거야 엄마?
아니, 그게 - 내가 너무 바쁘고 -그러니까. 아, 앞으로는 안 그래야지.
아리야, 너는 모든 걸 놀이로 만드는 재주가 천재야.
그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 쯧. 또 그 소리예요?
저자끈 놀이는 아리가 만든 거니까 저작권이 아리한테 있지.
야홋!!
그런데 저작권을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놀이라서- 공부해야 될걸.
AI에게 물으면 돼요.
니가 AI를 어떻게 알아?
엄마가 심심하다고 AI한테 시비 걸고
노래 만들어달라 하고, 그림 그려달라 하고 그러잖아.
엄마, 그런 노래나 그림은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거야?
AI가 만든 거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작권이 없고
AI랑 사람이 같이 만들면 만든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어.
오 - 엄마 저작권 박사! 인정!
이제 저작권이 뭔지 알게 된 아리.
친구들과 저자끈 놀이 할 생각에 공부를 하다 잠이 든 아리.
잠꼬대를 아주 심하게 했대요.
'저자끈 저자끈--
아니, 저작권!! '
꿈에서도 엄마가 나왔나 봐요. 삐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