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 말고 잎 마음도

죽은 나무와 산 나무 10

by 신정애

이팝을 처음으로 본건 37년 전 첫 발령지 청송에서였다. 운동장 가장자리 울타리 쪽에 큰 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는데 봄이 오자 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나무가 온통 흰 눈이 내린 듯, 크고 둥그런 흰 솜뭉치인 듯 너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렇게 환상적인 나무는 처음이었다. 낯설고도 예쁜 이름, 이팝도 알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의 곳곳에, 거리의 가로수로 이팝나무가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고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흰 꽃이 나무 전체에 실타래처럼 피었을 때 관심을 두다가 꽃이 지고 나면 나무 그늘 아래를 다니지만 이팝나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냥 가로수가 된다. 나도 그렇다.


학교 마당에 이팝나무가 몇 그루 줄을 서 있었는데 가지 치기를 하길래 옆에 어슬렁거리다 멋진 가지 하나를 가져왔다. 이팝아, 너는 가지가 파리 개선문 도로처럼 뻗는구나. 그렇게 오래전부터 너를 알았는데도 꽃피는 너만 알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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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살 같이 사방팔방으로 뻗은 가지가 거창해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균형 잡기가 어려웠다. 겨우 물통에 꽂아 주었다. 그렇게 살아 있는 동안 마지막 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팔 벌려 나와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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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잔가지들은 병에 꽂아 두니 꽃과 또 다른 활기참으로 교실이 환해졌다. 코로나 때라 아이들이 없이 텅 빈 교실에서 혼자 봐야 하는 게 아쉬웠다. 다른 꽃과 같이 꽂아도 자연스럽다. 잎이 다닥다닥나지 않아 공간이 있어 답답지 않고 동그란 모양도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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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팝나무 가지는 바짝 말라 단단해져, 자신의 다음 생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를 품고 대기 중이다.

나에게 이팝은 세상이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하던 시절, 낯설고 신비로웠던 하얀 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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