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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22. 2024

인데 아닌듯, 아닌데 인듯

    죽은 나무와 산 나무 12

 고정관념을 살짝만 버린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그 본질과 연결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나뭇가지만으로 만든 이 옷걸이는 보는 순간 너무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산거다. 이 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것 같아서,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한다. 어쩌면 쇠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옷걸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면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1자 모양의 나무 가지를 고리로 박아 넣고 고정시킨 거나 나무 가지의 흠이며 그냥 보는 거보다 만져 보면 또 다른 정감이 간다. 이 옷걸이는 옷을 걸면 덜 예쁜, 옷을 안 걸어야 더 예쁜 옷걸이 인데 옷걸이가 아닌, 그래서 특별하다. 


 

옹이의 무늬와 색깔이 자른 면에 따라 달리 보이는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사다리꼴 모양의 형태와 금속 고리에서 옷걸이란 정보를 흘린다. 이것은 나무에서, 특히 옹이 부분에서 강하게 나무향이 나는 방향제다. 


단순한  나무토막에 옷걸이 고리를 다는 순간, 옷걸이도 나무 토막도 아닌 새로운 물건이 생겨난다. 나무의 질감과 냄새가 주는 편안함에 직선이 주는 깔끔함과 차가운 금속 고리의  매치가 돋보이는 단 순한 아이디어의 승리다.  

옷장에 걸어두면 장난하는 꼬마 같다. 화장실 수건걸이 모퉁이에  걸어두는데 향기가 다 빠져나가도 코를 대고 아직도 나무 냄새가 나는데? 하고 다시 제자리. 버릴 생각이 없다. 희안하게 이건 옷걸이가 아닌데 옷걸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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