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묶어둔 스마트워치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

by 유그린


5시 30분, 아이폰에서 익숙한 알람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해 10분 간격으로 시간을 맞춰두고는 세 번째 알람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기상할 때 개운한 기분은 도대체 어떤 걸까? 아마도 출근을 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못 한 건지, 직장인의 고질병인 만성피로 때문인 것인지, 역시나 퇴사가 답이지 싶어 머릿속으로 구시렁대며 욕실에 들어선다. 양치를 하고 세수까지 끝마치고 나서 1g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속옷만 입은 채로 체중계 위에 오른다.


이때 나의 감정은 딱 두 가지다. 예상한 범위 내의 체중을 보고 안도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잠시 찌푸리곤 이유를 찾는다. 이유라고 해봤자 뻔하다. 오랜만의 약속으로 과음했거나 생리 전인데, 생리 전인 것 같다면 스마트폰의 생리 어플을 켜 일정을 살피고, 역시나 맞을 경우 매 달 느끼는 신체 사이클에 매번 놀라는 척 안도한다. 그럼 과음했다면? 조금 서운하지만 사실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금세 납득하고는 곧바로 오늘 운동에 유산소를 조금 늘려볼 계획을 세운다. (급찐급빠는 만고의 진리니까) 그리고 공복에 물과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까지가 나의 아침 루틴이다.


출근 전 제일 좋아하는 시간, 이제 나는 시리(Siri)에게 날씨를 묻고선 출근을 하기 위해 옷을 고른다. 오늘 기온은 33도, 매우 덥지만 조금 페미닌 하게 입고 싶은 기분이 들어 바스락 거리는 플리츠 소재의 핑크빛 블라우스와 카프리 팬츠를 꺼내 입었다.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착용하고선 잠시 고민하는 척 해봤으나, 이내 당연하게 애플워치를 손목에 찬다. 페미닌 한 옷에 스포티함을 풍기는 스마트 워치라니. 그나마도 모던한 밀레니즈 루프로 된 스트랩이라지만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별 수 있나.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놈의 애플워치를 빼고 다닐 수가 없다.


이 워치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매시간 붙어 있는 Ai 트레이너 같다. 가령 전날 얼마나 활동했고, 운동을 며칠 연속 했고, 심박수 측정을 통해 운동이 지속되고 있는지, 무리되진 않는지 알려주기도 하는 등 나의 움직임에 대한 변화를 상세하게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걷는 것도 권장하고, 크게 넘어진 날엔 119를 불러주냐며 친절한 안내도 해주고, 며칠 운동을 쉬었다면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해 주기까지. 정말이지 이토록 완벽한 건강 파트너라니!



출근해서는 컴퓨터로 온종일 일을 보다가도, 지잉- 하고 손목에 울리는 진동으로 연락이나 정보 등을 꽤나 신속하게 접한다. 그게 언제든, 어디에서든. 퇴근 후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튜브 뮤직으로 음악을 재생하고선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에선 어김없이 스트레칭을 위해 요가매트 위에 선채로 애플워치의 피트니스 앱에 들어가 항목에 맞는 운동을 설정하며 기록을 시작한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보면 또다시 지잉- 하는 진동과 함께 오늘의 목표 달성 소식과, 조금만 더 하면 설정한 움직임의 200% 까지 달성할 수 있다며 힘내보라는 응원 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나는 40분만 하려던 천국의 계단을 10분만 더 해야지 싶어 결국 50분을 채우고선 뿌듯한 마음으로 땀에 젖은 채 내려온다. 이제 워치는 쌓인 데이터에 대한 만족감이 들었는지, 오늘도 멋진 하루로 마무리했다며 칭찬과 독려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와! 오늘도 역시 애플워치에게 길들여진 삶이라니!




그렇지만, 운동을 시작했는데 손목에 애플워치 없으면 힘 빠져서 하기 싫다고요.


이거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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