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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Feb 17. 2022

어린이집 안 갈래! 엄마랑 있는 게 더 좋단 말이야

2022. 02. 15. 오후 11시 44분


 아이를 재우고 노트북 전원을 켰다. 다른 날이면 아이와 함께 잠들었을 시간.

"엄마~재워줘~" 하고 누워서 토닥토닥 10분도 되지 않은 채, 새근새근 잠이 든다. 오예!! 육퇴!!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묵직한 몸을 일으켰다.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하긴.. 오늘 그렇게 오래 걸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녀석.. 힘들었을 텐데 안아달라는 말 한번 하지 않고 그래도 꿋꿋하게 같이 걸었네....'


 아침 8시. 지이이잉 지이이잉 '윤이 기상' 알람 진동이 울린다. 

보통 때면 어기적 몸을 움직이며 일어났을 텐데 곤히 잠든 딸을 보며 깨어나길 기다렸다. 

'어디 아픈가?'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열은 없었다.

띠리링 띠리링 9시 '등원' 두 번째 알람 벨소리가 울렸다.  

늦어도 10시까지는 보내야 하니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깨워야 한다. 

"윤아, 일어나자~" 아이는 내 곁으로 바짝 몸을 붙여 가슴팍으로 안기고는 얼굴을 푹 파묻혔다. 

"윤아~ 이제 일어나서 준비해야 해~" 아이는 나를 더 꼭 껴안으며 눈썹을 찡그리고 입을 삐쭉내밀었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엄마 보고 싶단 말이야~" 

'아이고. 엄마 껌딱지. 스토리 또 시작됐네..'

"엄마도 윤이 보고 싶어~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데리러 갈게~이제 일어나서 준비해야 해~" 

누워있는 아이를 품에서 떼어내려 하자 아이는 내가 일어나지 못하게 팔을 붙잡아 당겼다. 

그렁그렁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랑 있을래애애애~ 어린이집 안 갈래~~~ 으아아 앙"

시간은 흘러가고.. 잘 가던 어린이집을 갑자기 등원 거부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강압적으로 무조건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아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아이 마음도 헤아려야 하면서도 이기적인 계산이 앞선다. 

육아를 하고 보니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보통 평일 오전 10시에 오후 3시 반까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시간이다. 나에게 보상받는 자유시간이다. 아이가 아파서 돌봐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서, 이렇게 멀쩡히 잘 지내다가 뜬금없이 등원 거부를 해버리면. 유일한 내 시간이 사라져 버린다. 억울하다.   

나는 내 시간을 찾기 위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1단계 작전. 어떻게든 아이를 구슬려 설득해보자.

"윤아~ 엄마도 윤이가 보고 싶고 윤이를 사랑하지만, 엄마랑 윤이랑 둘이서만 지내면 친구들이 없잖아.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윤이가 친구들이 있는 곳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잖아. 

수아가 기다릴 텐데?"

"싫어~ 그래도 난 엄마가 더 좋단 말이야~ 엄마랑 있을래~~ 엄마랑 있을 거야~~~"

아이는 점점 더 크게 울었다. 생각만 해도 서러운가 보다. 난감하네..

'미운 여섯 살이라고 했던가. 이 나이 때는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나이인데..

우리 딸은 왜 엄마한테 점점 더 집착 같은 애착이 심해지고 있는 걸까?'  

이 방법은 안 되겠다. 


2단계 작전.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도록 회유하는 수밖에.  

"윤아, 울지 말고 엄마 옆에 앉아서 잘 들어봐~ 어린이집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돼. 

대신, 엄마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 밖에 나가서 볼일도 봐야 하고 오~래 계속 걸을 거야. 아주 많이.

엄마랑 같이 있으면 오래 많이 걸어야 하는데 힘들다고 안아줄 수 없어~ 

그렇다고 윤이 혼자 집에 있을 수 없으니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간식 먹고 나면 엄마가 볼 일 끝나고 데리러 갈게. 어때?"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도 엄마랑 같이 갈래. 힘들다고 안 할게. 엄마 옆에 있고 싶어!"

아.. 완패. 내가 졌다. 오늘은 완전히 마음을 굳혔구나. 

"그래 알겠어. 힘들다고 안아달라고 하면 안 돼~ 엄만 안아주지 않을 거야. 알겠지?" 

아이가 다시 한번 마음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는 듯이.

"응! 엄마~ 한 번만 꼭 안아줘~" 울먹이던 울음을 그치고 안도의 눈빛으로 힘껏 나를 껴안았다.


아이는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갈아입을 옷을 꺼내 주니 고분고분 혼자서도 척척 입는다. 간단히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평소 같으면 어린이집 가기 전에 만화부터 틀어달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극을 하며 놀다가 색칠공부도 했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찾아 혼자 놀고 있다. 

"엄마, 만화 봐도 돼요?" 해야 할 일을 끝낸 듯, 눈치를 살피며 내게 물어본다.

"안돼, 오늘은 어린이집 가는 날인데 안 가는 거니 만화 보지 말고 혼자 놀아야 해." 아이는 떼쓰지도 않고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네"라고 답하고는 놀거리를 찾았다.

'내가 너무했나' 싶기도 하면서도 규칙은 있어야겠다 싶었다.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적당한 통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등원 거부가 습관이 되지 않기 위해.

사실 이 방법이 맞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에 따른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다. 불편함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만약 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했다면 부모님은 억지로라도 보내셨을 거다. 부모님은 엄하셨고 원칙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한 번도 그런 말을 꺼내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부모님이 받아주지 않을 거란 확신과 그에 대적하며 반항할 자신은 없었으니까. 부모님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아이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적당한 규칙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절기 상으론 입춘이 지나 봄이 시작되었다지만 바깥 날씨는 내복을 껴입고 두꺼운 패딩을 걸쳐야 할 정도로 바람이 시렸다. 감기라도 들새라 찬바람이 들지 않게 꽁꽁 싸매고 완전 무장한 채 집을 나섰다.

얼마 만에 쐬는 바깥공기인가. 추위가 절정에 이르고서부터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5분 거리의 마트나 5일장 설 때마다 한 번씩 장보기,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 외에는. 자주 가던 산책길 발길을 겨울잠 자듯 뚝 끊어버렸다. 현관문을 나서 1층을 내려오자마자 차디찬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으아! 추워..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고 엉겨 붙을 텐데.. 귀찮아.. 만화만 하루 종일 틀어줄 수는 없고...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써야 낮잠이라도 잘 텐데.. 에잇! 얼른 갔다 오자! 움직여야 시간이 빨리 가지.. 그래도 햇볕이 비치니 걸을 만 한걸......'      


아이는 양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는 터벅터벅 내 뒤를 따라 걸었다. 아이 보폭과 내 보폭이 맞지 않아 조금씩 거리가 생겼고 몇 발자국 걷다 멈춰 뒤돌아서 아이를 한 번 보고는 "빨리 와~" 손짓하며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손이라도 잡고 걸어가면 좋을 텐데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걷겠다고 한다. 

아이에겐 엄마 볼일 보러 간다고 했으니 뭉그적 뭉그적 걸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사실 볼일이 있다는 건 아이를 회유하기 위한 회선 책이었다. 일단 나가긴 해야겠고, 행선지는 집 근처 공원을 가기로 정했다. 

"엄마, 다와가?"

"아니, 조금 더 가야 해~ 오늘 많이 걸어야 한다고 했잖아~ 빨리 와~"

고개를 푹 숙인 채, 너털너털 걸어오는 아이를 기다렸다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윤아. 지금 우리 공원에 갈 거야~ "

"공원? 엄마 볼일 보러 안가? 엄마 볼일 보러 가야 한다고 했잖아"

"응. 그러려고 했는데 이렇게 걸어서는 볼일 보러 못 갈 것 같아서 말이야. 엄마랑 자주 갔던 용 미끄럼틀 있던 공원 기억나? 오늘 거기 걸어서 갈 거야."

"와~! 신난다!! 오랜만에 간다. 그치 엄마?"

"그러게~ 그러니까 힘내서 걸어가는 거야~ 알았지?"

그제야 아이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듯 내 손을 꼭 붙잡고 보폭에 맞춰 걸었다. 재잘재잘 요즘 최애 만화 캐릭터 이야기를 하면서 신나게 걸었다.


집에서 공원까지 거리는 2.2Km 남짓. 성인 보통의 걸음으로 걷는다면 35분 정도 걸린다. 아이와 함께 걸으면 그보다 더 걸린다. 내 걸음은 조금 빠른 걸음인 편인데 아이는 천천히 걷는 데다 35분 거리를 쉬지 않고 걷기란 쉽지 않다. 

"엄마 다와가?" 

"엄마 힘든 건 아닌데 발뒤꿈치가 아파" 

"엄마, 목말라~ 물을 가지고 올걸~엄마도 목마르지 않아?"

중간 지점쯤 왔을 때 편의점 앞 벤치에 멈춰 섰다. 아이는 " 엄마 왜? " 하면서도 기다렸단 듯이 털썩 앉더니 미소를 띤다. 가방에서 집에서 챙겨 온 음료수를 꺼내어 아이에게 주었다. 히죽히죽 웃으며 두 다리를 번갈아 가며 흔들흔들. 달달한 음료수로 목을 축인 아이는 "엄마 이제 가자! " 다시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걷다가 "엄마 언제 다와가?" 반복하며..


"와! 엄마~ 저기 용 미끄럼틀 보여! 다 왔다~!!" 커피숍에 들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소나무 숲 벤치에 앉아 짐을 풀었다. 비둘기 떼가 날아다니다 퍼덕이는 날갯짓에 자기한테 올까 봐 무섭다며 움츠리는 아이를 보니 귀여웠다.  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비치니 딱 좋았다. 서로 음료수로 목을 축인 후, 아이는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었다. 벤치 위에 올려놓고는 솔방울을 줍고, 나뭇가지, 돌멩이를 가져다 모았다.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한 재료를 채취(?)하는 중이다. 

"엄마, 이것 봐~ 감자야 감자! 양파도 있어!" 내 눈엔 그저 돌멩이일 뿐인데 아이에겐 감자도 되었다 양파도 되었다 달걀도 되었다. 떨어진 솔잎은 엄마가 좋아하는 상추가 되기도 하고 빗자루가 되기도 했다. 모아놓은 재료들로 요리를 하다가도 다시 재료를 찾아 떠나는 아이.

아이에게 자연은 무한한 상상 밭이었다. 상상하면 없는 게 없는 모든 게 쏟아지는 곳. 집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상상하며 놀지 않았을 거다. 없으니까. 상상하고 상상하니까 더 신나고 재미있는 소꿉장난.


주머니 속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오후 3시 하원 준비' 알람이었다. 벌써 3시네.

여기서 두 시간은 있었나 보다. 실컷 놀고 난 다음에 공원 놀이터에 있는 애벌레처럼 생긴 시소를 타러 갔다. 초등학생 언니 한 명이 왼쪽 끝에 타고 있었고 아이는 오른쪽 끝에 올라 타 언니의 리듬에 맞춰 꿈틀꿈틀 움직였다.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 들썩인다. "엄마, 너무 재밌어요" 환하게 웃는 아이.

아이의 재미를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커피 한 컵을 다 마신 탓에 작은 신호가 왔다.

"엄마, 화장실 가야 하는데.. 이제 그만 탈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조금만 더 타고 가자~" 몇 번 더 들썩하고는 아이를 내렸다. 

"재밌었는데.. 아쉬워~ 힝~" 

"담에 또 와서 타자~ 손도 씻어야 하고 쉬도해야하고.." 

화장실을 나오고 아이는 조금 지쳐 보였다.

"이제 집에 갈 거야~ 힘내서 걸을 수 있지?"

"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아이는 조금 걷다 "엄마, 근데 발이 아파요" "못 걷겠어요"

나도 갈 때는 택시라도 불러서 가려고 했는데 하필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 전이었다.

"엄마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택시도 못 부르는데.. 택시나 버스 지나는 길까지는 걸어야 해~ 조금만 더 힘내자~"  기운 없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로 관심을 돌렸더니 아이는 발이 아픈 건 잊은 듯 내게 만화 주제가를 불러주고 캐릭터 설명도 해주며 절반을 그렇게 또 걸어왔다.

큰 대로변이 나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곧바로 버스가 도착했다. 아이를 하차문 가까이에 있는 좌석에 앉히고 아이 옆에 섰다. 

"엄마는 안 앉아? 엄마 다리 안 아파?" 혼자 앉기 미안했는지 엄마를 챙기는 아이는 나를 보며 묻는다. 

"응. 괜찮아" 

걷고 움직였더니 꼬르륵. 배가 고파왔다. 

'새로 생긴 만두가게 들려 만두 좀 사갈까?'

'조금이라도 덜 걸어서 집으로 들어가려면 한 정거장 뒤에 가야 하고, 만두를 사서 가려면 한 정거장 전에 내려야 하는데 어쩌지?' 지친 아이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 아이에게 물었다.  

"윤아, 배고프지 않아?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두 사서 집에 가서 먹을까?" 

"응~ 만두 먹을래!"

"그럼 우리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걸어야 해. 괜찮지?" 

"네~"

김이 모락모락 갓 쪄낸 고기만두와 찐빵을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다. 

허물 벗기듯, 머플러며 두꺼운 패딩이며 겹겹이 껴입은 옷을 하나씩 벗고 있는데,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목도리를 풀면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 고마워요~"

갑자기 고맙다니. 뜬금없이? 갑자기?

"응? 왜 고마워?"

"공원에 가서 나랑 같이 놀아줬잖아요. 오늘 혼자 놀라고 했는데. 엄마가 같이 놀아줬잖아요~

진짜 재밌었어요! 요리도 하고, 시소도 타고!! "

점퍼를 벗으며 아이는 이어서 말했다.

"나 심심할까 봐 엄마가 공원 간 거야? 엄마도 나랑 같이 놀고 싶었어?"

'같이 놀고 싶었다라...... 그저 너의 에너지를 쏟아내기 위해 간 거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아이의 고백에 당황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같은 시간 속, 같은 장소, 같은 길을 걸으며 아이는 행복 가득, 엄마의 고마움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나 보다. 오늘 하루 육아 일과를 끝내기 위한 마음을 가졌던 나 자신이 아이의 고맙단 말에 한없이 작아진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색해지는건 왜일까. 

마음가짐이란 게 이런 건가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달라진다.

"으응~ 즐거웠어? 다음에 엄마랑 또 가자~ 내일은 어린이집 가는 거야~ 알았지?"

(아.. 기억을 더듬어 쓰고 보니. 참.. 못났다.. 이와 중에도 어린이집 가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다니..)

"네~! 내일은 어린이집 갈 거예요~"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며 씻는 중에도 아이는 "공원에 가서 솔방울도 줍고 요리도 하고, 시소 탄 게 재밌었어요. 솜사탕이랑 구슬아이스크림을 못 먹어서 아쉬웠지만"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품을 하면서도 엄마가 다 씻고 나올 때까지, 젖은 빨래를 건조대에 함께 널어주며 엄마가 할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는 침대에 누워 두 팔을 벌려 "엄마 안아줘~" 하고는 품에 안겨 토닥토닥 몇 번에 잠이 들었다. 고단한 몸을 엄마 품에 안겨 꿈나라로 충전한다. 


신생아 때는 완전 아빠 얼굴이더니 크면서 점점 나를 닮아가는 아이.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되돌아본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을 텐데 엄마 곁에 있고 싶다고 말했으니 꿋꿋하게 걸어온 아이. 

오늘 아이에게 그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말하고 싶지만 꾹 참으며 걸었을 아이.

어쩌면 오늘 하루 엄마에게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말이  "엄마 안아줘~" 였을지도.......


혹여 안아달라고 하면 엄마가 화를 낼까 말하지 못한 건 아닐까.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그만하고 걷고 싶지만 말하지 못한 걸까. 

내가 너무 강압적이었나. 매정했었나. 

떼쓰지 않고 잘 따라와 준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내 기준과 원칙을 중요시했던 건 아닌지.  

아이의 즐거웠다는 말에 위안받아도 될까? 내가 귀찮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해진다. 오늘 이 시간을 너와 즐겁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었기에 미안해진다. 그저 시간을 빨리 보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는 게 미안해진다. 엄마랑 있는 게 좋다는 말이 진심이었던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못난 엄마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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