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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Mar 12. 2018

#1. 디자인과 디자인 전시

앞으로의 연구 과제들

 디자인과 디자인 전시


가시적으로 증가한 듯 보이는디자인 전시의 수와 규모에 비해, 지난 10년 간 디자인에관한 질적 담론화와 전시라는 플랫폼을 통한 정치(精緻)한 지식 생산은 그에 비례하여 축적된 것 같지는 않다. 미술전시 못지 않게 흔해진 것이 디자인 전시라고 하지만, 셀카의 배경이 되어주는 매끈하고 화사한 풍경이나 힙스터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감각적인 디자인 ‘굿즈’ 이상으로 뇌리에 남는 전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전시’라는 시각제도는 디자인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제의식과 기획 주체의 큐레이션 역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편집되고 배열되는 시각 이미지의 각축장이다. 미술관관 갤러리 등의 장소성을 전제한 디자인 전시는 한국의 시각문화사 안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현상이지만, 그 안에서 전개된 전시의 패러다임의 유동과 반복적으로 답습되는 유형학을 통해 일정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하나의 유형학으로 자리잡은 ‘디자인 전시’의 근과거를 되짚어봄으로써 가장 최근의 디자인 전시의 표층에서 드러난 불만의 증상과 징후들로부터 한국형 디자인 전시의 기원점을 찾아 소급해 들어가고자 한다. 이는 전시사에 대한 연구(Exhibitions Studies)에서 촉발된 비평적 관심이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전시의 일정한 계보학과 분류학을 구성해 나가며 오늘날 디자인 전시에서 느끼는 불편과 불평을 야기한 지점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편 디자인 전시라는 것이너무나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검토의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크고 작은 디자인 전시 가운데서도, 공공적 성격을 일정하게 담보했다고 할 수 있는 미술관 기획전들로 그 대상을 좁히고자 한다. 주로 서양의 유명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블록 버스터형의 전시나 홍보 목적을 띄는 상업적 전시는 크게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가장 최근 십년 간의 디자인 전시를 살펴보면 한국 디자인사를 통사적으로 정리, 회고하는 형태의 초창기 전시와 역사적으로 검증된 디자인 대가들을 조명하는 경향성을 벗어나 기획자 개인의 주제의식과 사회적 이슈를 포괄하는 전시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동시대 시각문화라는 큰 틀에서  디자인영역을 미학적으로 탐구하거나, 창의성이나 혁신, 지속가능성과 같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면서 디자인을 일종의 문제해결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결과물과 함께 디자인 사고의 과정을 함께 제시하려는 융합형, 아카이브형 전시 사례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후속 비평글에서는 1990년대 말 이후 전개된 국내 디자인 전시의 큰 흐름을 짚어 내면서도 그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점들에 집중적으로파고들면서, 디자인 전시라는 창을 통해 우리 디자인 문화의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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