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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Aug 28. 2018

Looms & Battles

Curatorial essay on the Looms & Battles

베틀, 배틀

기획의 글


글 조주리


<베틀, 배틀>은 전통길쌈과 식민지 시기 방직노동에서부터 동시대 글로벌 패스트패션에 이르기까지, ‘베틀’로 상징되는 직조사와 의류생산에 내장된 착취적 노동사슬, 그리고 대륙간으로 전이되는 연쇄적 폐허의 풍경을 비추어 보고자 기획되었다. 


두 해에 걸쳐 진행된 방대한 조사과정과 국내외 작가,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창작 논의가 2018년 ‘창작산실 시각예술’ 프로그램으로 연속 선정되면서, 애초 연구 프로젝트였던 <베틀, 배틀>은 비로소 전시의 형태로써 구체화 될 동력을 얻게 되었다.  


현재 <베틀, 배틀>전을 공유지대로, 가장 활발한 예술적 실천과 발언을 해나가는 작가들과 창작자들이 포진되어있다. 전시나 작업 안에서 옷만들기나 의류 노동을 다룬 경험이 있는 두어 작가를 제외한다면, 옷이나 패션과는 직접적인 선긋기가 되지 않는 미술 작가들이 이번 전시의 중심 견인체이다. 여기에, 디자인 제작자와 개별 협업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가들과  결속되어 총 아홉 브랜드가 신작 제작을 마쳤고, 일곱 연구자로 구성된 학술/ 출판 모임이 같은 시기, 비슷한 단계를 거쳐 결성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최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종료 이후를 내다보며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기획자는 상상 속에서나마 <베틀, 배틀>의 한시적 변주와 유한한 생명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연구자와 창작자, 제작자들의 삼각 연대 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집합 브랜드인 <베틀, 배틀>을 플랫폼으로 하여, 각 팀은 이번 전시에서 저마다의 시급한 쟁점과 각자가 고안해 낸 제작술을 맞붙여, 새로운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를 전개해 나가는 일종의 옷 만들기 ‘배틀(battle)’을 벌이게 된다. 전투의 대상은 광범위해서 특정해서 거론하기 쉽지 않다. 현시대의 경제 논리, 생산과 소비 시스템, 젠더링을 거친 위계, 국가주의, 의류 사회학, 반복적, 경우에 따라 퇴행적인 노동의 조건들. 최소 그 이상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거의 모든 작업들은 새로운 레이블을 단 신작으로 발표되며, 마치 편집숍처럼 연출된 유서깊은 미술관 공간에서 잠재적 소비자이기도 한 관람객을 만나게 된다. 르네상스 시기 한 사람을 위한 맞춤복 개념인 오뜨 꾸뛰르는 오늘날 하이엔드 패션의 세계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부르주아적 유산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오뜨 꾸뛰르는 소비지향의 시대에 쉽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생산과 소비의 패턴, 이러한 소비를 가속화 시키는 패션 인더스트리의 행태, 시대와 장소, 그리고 착취 주체를 바꿔가며 반복 자행되는 국가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맞서는 정성스럽고, 개념적인 창작 의상에 대한 긍정적 용어로서 전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직물과 의류생산의 식민화에 대한 집념어린 리서치와 자신만의 오뜨 꾸뛰르 생산을 꾸준히 전개해 온 작가, 이네스 도우약의 장기 프로젝트 <Loomshuttles/Warpaths> 에 개념적, 실천적 빚을 지고 있다. 앞서 개최되었던 도우약의 개인전 <Not dressed for conquering>(Württembergischer Kunstverein Stuttgart , 독일, 2016.10.15-2017.1.15) 또한 중요한 참조점이었음이 분명하다. 다만, 기획자로서 우리의 서사, 때로 지독했던 직물의 서사를 펼쳐보이고 싶었던 욕망이 지금의 전시에 붙들리게 된 동력이었고, 시작점이었다. 


다양한 ‘배틀’ 대상을 상정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예술가들의 창의적 실천과 협업 역량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었다. 실에서 한 뼘의 스와치로, 한 척의 옷감에서 옷으로, 그리고 의류에서 패션 산업으로 끊임없이 생태계을 옮겨가는 동안 그 속에 내재된 억압과 울분, 저항과 싸움의 몸짓은 작가적 옷 만들기를 통해 다른 차원의 실천으로 이행하게 된다. 작가들이 택한 옷짓기 배틀, 즉 <베틀, 배틀>은 기록과 고발, 역사연구 방법론이 어느덧 흔해져 버린 사회적 미술의 문법을 조금씩 비껴가며, 오히려 패션이 안고 있는 여러 쌍의 모순과 역설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새로운 미술-패션으로 재창안되고, 생경한 형태와 무늬, 이음매로 지어진 옷들로 육화되어 관객들의 소비를 기다린다. 


이번 전시에서 지난 10년간 남미와 유럽 사이의 옷을 둘러싼 비대칭적 관계와 식민주의 담론 상의 쟁점들을 작품으로서 일갈해 온, 오스트리아 기반의 세계적 작가 이네스 도우약(Ines Doujak)이 신작 <신 중국 비단길(Chinese New Silkroad)>을 제안하였다. 이번에는 기존과 같이 새로운 의상 컬렉션 발표 대신, 최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带一路, One belt and One road) 물류 프로젝트의 문제를 전혀 다른 역사적 연대와 동떨어진 지정학적 예각에서 끌고 들어와, 글로벌 무역에서의 반복되는 물류 패권과 제국주의 시대로의 퇴행에 대하여 고발한다. 


Chinese New Silk Road, Ines Doujak, 2018


국내 작가들 또한 과거 우리 사회가 지나쳐왔고, 지금도 마주하고 있는 노동 현실과 계급, 정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그러나 공통적으로 옷을 경유하여 대응하고 발언한다. 전시에서 길게는 지난 일년 간의 작가 리서치와 제작 과정을 마무리하며, 디자인 협업자들과의 공동 프로덕션을 통해 탄생하게 된 각자의 브랜드 스토리와 컬렉션을 발표한다.


가령, 지난 작업들을 통해 사라져 가거나 잊혀진 노동/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담백한 영상언어에 실어온 전소정이 이번에는 작가-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디자이너-노동자되기를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초국적 자본의 행태를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하는 동명의 프로젝트 <황제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에서 작가가 착안한 지점은 경공업 시대, 산업‘역군’으로 불리던 국내 의류제조 노동자들에 대한 조명, 그리고 오늘날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와 궤적 드러내기다작가는 디자이너 그룹 코이노니아와의 협업을 통해 위계적 구분짓기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 옷입기의 전략을 뒤집고 교차시키는 유쾌한 시도를 한다. 섬세한 결의 오간자의 텍스쳐를 사용, 과하리만큼 귀족적인 디테일을 부러 장착한 노동복은 오늘날 황제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무엇 뒤에 가려져 있는가 하는 연쇄적 질문을 파생시킨다.


The Emperor's New Clothes, Sojung Jun, 2018


한편, 방직역사와 의류노동이 안고 있는 쟁점을 같은 무게로 인식하지만 다르게 풀어내는 팀이 있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연구자이며, 제작자 그룹이기도 한 언메이크랩 또한 전면에 ‘노동자’를 내세우며, 나아가 방직산업의 메카였던 구로구를 작업의 지정학적 태제로 삼는다. 언메이크랩이 제안한 브랜드 <알고리즘적 노동자 (Algorithmic workers)>는 한국의 산업성장을 이끌었던 노동에 연산의 패턴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포착해내고, 그것을 시각화한 현대 노동복을 제안한다.  과거의 ‘구로공단’과 오늘날의 ‘구로디지털단지’로 대비를 이루는 서울이라는 ‘두 도시’는 어쩌면 거의 달라진 곳 없이 외관만 더욱 세련되고 매끈해졌을 뿐, 평행적 일상을 주조하는 내밀한 알고리즘으로 인해 실상 ‘빈 팽창’만이 반복되는 공허의 터로 읽힌다. 터질듯 부풀어오른 티셔츠 시리즈와 함께 두 도시의 궤적을 좆는 텍스트, 이미지 아카이브가 전시장에 함께 한다.

Algorithmic Workers, unmake Lab, 2018

이로부터 연결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사진작가 홍진훤과 디자인 창작자인 물질과 비물질 스튜디오, 잡지사인 스튜디오 에세이. 이렇게 세 주체가 모여 공동 설립한 브랜드 <알 X스튜디오 에세이 (R X Studio Essai)>는 실존하는 여성 사회운동가들을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작업의 표면으로 호출해 낸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여성 운동가들의 드세거나 피로한 모습, 때로 카메라의 정치에 따라 순교자적인 시선으로 포박되는 대신,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일곱 모델을 담은 대형 포트레이트 사진이, 아니 그 일곱의 시선이 관람객을 응시한다. 모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착용하고 있는 스카프의 이미지는 촛불집회와 물대포 살포현장을 비롯하여 작가 홍진훤이 투쟁의 현장으로부터 기록해온 무수한 이미지로, 핍진한 기록물들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과감한 ‘크롭’과 추상화된 디지털 ‘날림’으로 인해 모조리 소거되어 오히려 시크한 감성을 발산한다. 한편 노동운동가들이 입고 있는 랩코트 형태의 백색 원피스는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흰색 가운을 미미크리한 제작품으로, 마르지엘라가 집착했던 백색의 수사학과 별 상관없이 백의민족에 내장되어 온 전통, 민족, 성차화된 의미가 고루 투영되어 집단성의 의미를 갸웃하게 만든다. 



R X Studio Essai, 2018


노동자가 아닌, 브랜드 전면에 ‘대통령’이라는 국가 특수직을 내세움으로써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는 조은지 작가의 브랜드 <대통령은 사랑을 위하여(President for Love)>는 원래 <다음 대통령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하여>(Next president is for Lovers)라 명명한 중간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다. 분명히 과거의, 그리고 현존하는 대통령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서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파와 남녀, 계급을 초월한 아나키스트적인 정치인이라는 급진적인 상상력을 발동시켜 만들어 낸, 위트와 철학이 담긴 브랜드이다. 새롭게 정의된 대통령은 국가의 경계마저 넘어버리는 ‘사랑’이라는 가장 오래된 이상과 연결되며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해야 하는 책임으로부터 그 존재론이 더 멀리 팽창되며 확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대통령을 함께 꿈꾸고 기다리며, 그를 대변하는 듯한 연설문을 써내리고, 수공예적으로 노력으로 광목 현수막을 짓고, 이윽고 그/그녀를 위한 사계절용 만능 노동정장 세트를 제안한다. 

President for Love, Eunji Cho, 2018


비록 다른 방식이지만, 여성에 의한 옷 입기, 옷 만들기를 직접적으로 수행한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작가 신제현은 우연한 계기로 동일방직이 설립한 동일여상 내 디자인경영과에 재학중인 학생들과 팀을 결성하여, 이들과 함께 <동일한 오렌지(Equivalent Orange)>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신제현은 DI-18로 결성된 학생 디자이너 그룹과 더불어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탐독하고, 여성주의 담론에서 배제된 여고생들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원하는 옷의 형태와 메시지를 도출해 낼 제작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이른바 똥물투척 사건으로 방직노동사에서 잊혀지지 않는 비극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동일방직과 오늘날 발랄한 모양새로 패션을 연구하는 18세 여고생 집단과의 대비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학생들 입장에서 수용하는 페미니즘 이슈와 최근 탈 코르셋 운동에 대한 나름의 해석, 억압에서 곧장 탈주로 이어지는 시각성의 표출은 곧 이들이 제시하는 대담한 디자인으로 증거된다. 

Equivalent Orange, DI-18 & Shin Jehyun

페미니즘 이슈의 선봉에 서 있는, 그러나 여전히 작가적 발언과 실천에 있어 고민의 수위들을 여러 방식으로 실험해 나가고 있는 작가 흑표범이 있다. 최근 여성 퍼포머로서 독보적인 좌표를 점하고 있는 흑표범은 지난해 여성의 옷입기와 관련해 진행했던 워크숍과 드로잉 시리즈 <선영, 미영, 미영,(Sunyoung, Miyoung, Mi young,)> 프로젝트를 동명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며, 작가의 관심사와 감성을 이질적인 옷의 형태와 질감으로 구현해 냈다. 흑표범과 패션업계의 전문가 Jeune June이 협업해 만든 브랜드 <선영, 미영, 미영,>은 한국의 공포영화와 방화 속 여성 귀신의 소복치마를 동시대에 살고 있는 여성, 나아가 모든 젠더들을 위한 현대적인 보호막으로서 재창안해낸다. 의복들은 디자인에서부터 상표의 문구와 취급유의사항에 이르기까지 고감도의 젠더 감수성을 농밀하게 집합시키고, 여성 소복에 덧씌워진 전통적 기의들을 사이키델릭한 패브릭의 개발과 힙합 감성의 디자인으로 가볍게 해체시킨다.  

Sunyoung,  Miyoung, Mi young, Black Jaguar, 2018

글로벌 노동에 관한 이슈에서 가장 지속적인 호흡으로, 또한 실제 장소 속의 물리적 개입을 수행해 온 대표적 작가, 이완이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회하며, 비교적 산뜻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패션 오브제들을 생산해 냈다. 이완이 제안한 <29.98>은 ‘(주)유니콘 프로젝트'의 첫번째 브랜드이다. 전작인 <Made> 시리즈를 통해 동남아시아 내의 생산현장의 말단에 깊숙히 진입하여 직접 노동자되기를 감내하고, 이를 토대로 일상의 공산품을 제작해온 경험이 농후한 작가 이완의 가장 최근 관심사는 거시 경제 차원에서 작동하는 금융시장과 주식과 같은 지수화된 경제세계로 이행 중이다. 따라서, 증권시장에서 주가 1일 상승제한 폭에 가장 가까운 % 수치를 의미하는 '29.98'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전면에 브랜딩한 <29.98>은 디자인적으로 정련되고 계열화된 오브제들을 통해 자본주의 내의 가치의 인식에 역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상징언어이기도 하다. 구체적 목표점을 겨냥하는 가상적 모기업의 브랜드인 ‘유니콘’ 프로젝트에서,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지칭한다. 상장 전에 이미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예고하는 경영 용어를 통해,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기업명으로 소환시킨 이완의 사업 구상이 처음 시도되는 순간이다. 

29.98, Unicorn Project, Lee Wan, 2018

마지막으로, 현재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을 기반으로 ‘Contextual Desinger’(맥락적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김한솔(스튜디오 솔) 디자이너가 초대되어, 일시적 브랜드 <스튜디오 오십리터(Studio 50L)>를 통해 가장 최근의 컬렉션 ‘Why Do People Cover Things?’을 비롯한 세 가지 컬렉션을 소개한다. 옷이 흔한 지금의 시대에, 무슨 옷을, 어떻게 만드는가의 문제화에 앞서, 근본적으로 ‘커버’의 행위 즉, 왜 ‘옷’을 입는가 하는 직진 어법의 질문들은 개성적 실루엣과 규정되지 않는 착장 방식, 시리즈별로 긴밀하게 이어지는 패셔너블한 접근들을 통해 나름의 해답으로 되돌아온다. 독특한 소재와 형태로 제작된 아홉 개의 모자 시리즈와 세 벌이 하나로 연결되는 기이한 셔츠가 전시장 초입에 걸려 관람객들을 맞는다. 

Studio 50 L, Studio SOL (Hansol Kim), 2018

전시의 마지막 협업팀이자 일종의 브랜드인 자유연구모임: 외부입력이 구성해 낸 출판물 ‘베틀-북(Loom Book)’은 전시의 결과물이라기 보다, 오히려 사전기획된 기록물이다. 이는 대규모 이미지 서사와 아카이브로 작가들의 창작물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하며, 전시의 복잡한 맥락을 보완하여 서술해내는, 관람객을 위한 일종의 교보재이기도 하다. 새로운 개념과 전복적 아이디어를 낯선 언어로 시각화하는 일이 예술가들의 활동이라면, 연구자들의 관성은 대체적으로 과거를 훑어내어 이미지의 역사와 계보를 이리저리 짜보는 일, 그것을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전자가 쟁투에 가깝다면, 후자는 앉아서 베를 짜는 것 같은 일인 것 같아, 그 대비를 배틀(Battle)-북/베틀(Loom)-북이라는 출판물의 제목을 통해 구분짓기 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뼘의 천이 만들어지려면 바지런하게 베틀북이 좌우로 오가야 하는 것처럼, 그 둘은 대척 지점이 아니라 왕복 지점이다. 또한 연구와 실천에 대한 유비이기도 하다. 


Booklet Series, Loom- Book, Independent Research Group Ex/In, 2018 
Installation view from various angles, <Looms & Battles>,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8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진행된 전시 준비와 현장 설치는 말 그대로 ‘배틀’ 그 자체였다. 그 안에 유사노동은 없었다. ‘재미었던 힘듦’으로 전시생산의 과정들이, ‘힘들었던 재미’로서 그 결과가 요약된다. 외부입력이라 명명한 일곱 연구자들의 모임이 다음 호에서 새로운 의제와 함께 여덟 번째 외부입력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전시 <베틀, 배틀> 또한 행사의 막이 내려진 후, 미지의 협력자와 조우할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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