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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Apr 27. 2020

<기획>전 초대의 글

Invitation to the Festival Gihoek

 <기획>전

 

 

행사개요

행사명 : <기획>전 (Festival ‘GIHOEK’)

전시일시: 2020년 7월 중 

전시장소: 미정 (섭외 중) 

참여자: 현재 활동 중인 기획자 50-100명 내외, 그래픽 디자이너 (5-10팀 내외),

후원/협력: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외 

실행: JR 유나이티드 

 

 

<기획>전 초대의 글

 

<기획>전의 기획자로 정중히 초대합니다. 

 

기획을 전시’한다는 것은 ‘전시를 기획’하는 일련의 행위와 전면으로 배치되는 또 다른 과정입니다. 지금 제안하고자 하는 <기획>전은 기획된 내용이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낱장의 포스터 위로 전시의 제목과 때, 곳, 사람 이름 몇 정도가 명시된 허명과 같은 전시이거나, ‘전시 없을 전시’일지 모릅니다.  

 

기실, 하나의 전시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물자와 인력, 공정한 기회를 향한 경쟁, 주어진 시간과 공간과의 힘겨운 대치 속에서도 해마다 엄청난 숫자의 기획전시들이 탄생되고 소비됩니다. 거하면 거한 이유로, 약소하면 약소함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차려낼 당위와 미학적 성취들을 (사전에) 설득하고 (사후에) 입증해 내야 할 마음의 짐과 소통의 총량은 버겁기만 합니다. 미술 전시에서 최소한의 만듦새를 위해 쏟아낸 개인의 노력과 협업이란 이름의 연대 노동, 그리고 그것이 타인들에 의해 소비되는 양상 사이의 불균형은 또 어떤가요. 


전문성에 재미까지 더한 컨텐츠라면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다 있고, 독창적이고 세련된 비주얼이라면 미술 동네 바깥에 진짜 실력자들이 경쟁 중인데요. 세상에 기획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기획자 삶 속에 이따금 주어지는 미약한 성과에 대한 자찬을 거둬낸다면, 이것이 내가, 혹은 우리가 하는 일의 본말이 아닐까요. 


그 틈 바구니에서 기형적으로 기획된 또 하나의 기획전인 <기획>전은 요컨대 기획(만)을 전시 하자는 것입니다. 제안의 대상은 전시 생산의 두 축인 기획자와 디자이너입니다. (이 단계에서 작업의 실 생산자인 작가들은 일시적으로 망각하고자 합니다.) 서두에서의 염세적 톤과 달리, <기획>전은 일반적으로 따라붙는 비용과 노력을 최소한으로 투입해, 되도록 많은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서로 간에 공을 튕기고 받아내는 “미술업계”의 즐거운 놀이이자, 성역없는 기획 발표의 장이었으면 하는 밝은 마음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심사도 경쟁도 없고, 충고나 가이드도 없을 것이고, 그 앞에서 기대되는 예술적 효과와 기여하는 바를 서약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때 과연, 얼마 만큼의 무제한적 기획 엔트로피가 생산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상상해 낸 것들의 총량과 표준편차, 버려질 운명의 것들과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마주할 배아의 것들이 저는 궁금합니다.  풍성함과 빈약함을 마주할 그 시간들이요!

 

어떠한 이유에서건 한 개인이 서 있는 조직과 진영, 현 시국이 반기지 않거나, 어쩌면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아 밀쳐 둔 기획의 언어들을 툭 꺼내어 볼 법한 기회라고 보충 설명 해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뒤따라 올, 번다한 실행 업무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비록 전시 없는 전시일지언정 기획 아이디어들이 수집, 배열되는 과정과 외연화 된 것이 아무 것도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기획>전이라는 이름의 기획전, 전시라는 이름의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몇 가지 매우 단순하고 서툰 방책들을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이 문제없이 잘 작동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기획>전의 규칙과 실행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행사는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열흘 정도, 일반적인 전시장 혹은 유사 공간에서 ‘포스터’ 전시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모듈화된 출력물 혹은 스크리닝을 더하여 간소하게 전시되는 방식을 따르며, (발표에 동의하는) 기획자들의 기획 프레젠테이션을 몇 가지 세션으로 나누어 신속하고 긴장감있게 진행합니다. 전시의 실행을 위한 사회적, 물리적, 예산상의 제약을 고려하거나/고려하지 않은 채 원하는 기획 아이디어를 발표(설득과 제안)하는 자리가 될 것임을 보장합니다. 

 

2. 기획 아이디어의 지적 재산권은 각 개인에게 귀속되므로, 행사 이후 발전적 실행, 외부와의 접속 관계에 있어 자율적으로 대응하고 협의했으면 합니다. 즉, 파생되는 모든 일은 <기획>전 이후의 또 다른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저 또한 행사를 위해 수집된 정보를 <기획>전이 아닌 어떤 것에 활용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3. (디자이너의 동의 하에) 지난 몇 년간 제작된 기획전의 포스터들로부터 원래의 용도, 즉 제목과 일시 등의 정보를 일제히 삭제하려고 합니다. 즉, 본래의 정보가 소거된 일종의 배경 이미지만이 남은 상태에서, 새로운 전시 제목으로 대체될 것 입니다. 포스터 디자인 역시 원 기획자의 컨펌을 받지 않고 제작할 것이며, 우리 모두 그 결과물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기획이 누군가의 인정이나 승인을 받지 않고 세상에 나온 것처럼, 모든 디자인 산물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적 매니페스토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본 행사의 기획과 운영과 관련하여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언제든 의견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행사의 기획과 진행에 있어 반드시 고수되어야 할 철칙같은 것은 없습니다. 기획안을 기념비처럼 세우는 전시가 되지 않도록 좀 더 고민해 볼게요. 


긴 망설임에 지친 당신, 섬광처럼 번뜩이는 그것, '기획'을 기대합니다.  

 

-   JR 드림- 



Inquiry

e-mail_ jurimillercho@gmail.com 

working day/hr : 화~금 13:00-19:00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메일로 문의 주세요. 간단한 서식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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