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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Oct 02. 2020

Time- out!

2020 예술인복지사업 기획노트 (Draft)

Time -out (타임아웃)!
 
1. 탈 이상화된 미술관 인식하기,
2. 외계적 시선으로 미술관 지형을 관찰하기,
3. 새로운 사용법 제안하기.
 
* 타임아웃: 작전타임, 운동경기 중간에 멈추는 시간, 선수의 교체 휴식, 작전 지시 따위를 위하여 경기 진행을 잠시 멈추는 일.
 
#1. prologue
 
오늘날의 미술관은 예술작품의 전시와 새로운 작품제작, 소장품 수집과 구성, 학제적 연구활동과 지식생산, 관람객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워크숍과 강연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며, 미술관 바깥의 커뮤니티 활동까지 매개하는 복합적 미션을 담고 있다.
 
미술관을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한다면, 이상적인 미술관의 양태란 정치적으로 포용적이며(inclusive), 내용적으로는 급진적이며(radical), 관계적으로는 반응하는(responsive), 민주적(democratic) 예술에 대한 집단의 이상이 투영된 완벽한 몸체에 가깝다.
 
장욱진 미술관 역시 이러한 기관 미션들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조율해 온 기관 중 하나다. 지역의 대표적 문화자원이자 ‘장욱진’이라는 이름이 환기시키는 근,현대 솔로이스트 아티스트가 걸어온 지난한 여정이자, 동시대 미술과 건축을 내, 외연의 겹으로 빚어낸 당대적 장소성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발신지, 관객은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수신지, 그리고, 그 중간에 매개자로서의 창작자들이 있다.
 
그러나 도심 바깥에 위치한, 서울에서 멀지 않은 접경지역의 기관이자 전설적 예술가의 명성을 기관의 유산으로 물려 받은 미술관이 처한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다. 관성적 사고와 운영법만으로 쉽지 않을 일이다. 코로나 19는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위기와 위기관리방식을 동시에 시험대에 올려 놓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상화된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은 유능하지만, 현실태로서의 공간은 갖가지 변수에 취약하다. 이는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때, 대응의 노력은 어떠한 방식이어야 할까?그 주체는 누구일까. 정상화 될 미술관의 미래는 과연 그 전과 같을 수 있을까? 기술적 개입은 재난 시대의 전시를 소실없이 중계해 줄 수 있을까? 관객과의 접촉을 잃은 미술관은 최후까지 어떠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가정 먼저 내려 놓아야 할 미션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잠재적 협업자 혹은 미술관의 게스트로서의 소극적 역할을 넘어, 작가들은 어떠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역할 변경과 확장은 언제, 어떻게 발동 되어야 할까?
 
연결되는 질문들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작가들과의 소통과 협업적 실천의 가능성들을 점검하고자 한다.


창작자들에게 미술관의 지형을 외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가하는 일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와 전시 아닌 것, 관람과 관람 아닌 행위, 미술관의 안과 밖, 배우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의 위계를 흩뜨리고 미술관과 주변 공간에 여러 가지 레이어를 덧입히고, 변경해보는 시뮬레이션을 해보고자 한다.
 
뭉툭해진 실천과 사고 바깥에 무엇이 가능할지, 무엇이 불가능할지 연구하고, 토론하고, 연습해 보는 시간을 예비하고자 한다. 미술관의 관객 서비스 디자인, 미술관학자의 전시 인터페이스 연구, 정책 연구자의 문화정치적 아젠다, 큐레이터의 프로그래밍, 창작자의 작품 생산이라는 고정적 역할나눔을 잠시 잊고, 때로 역할 바꾸기를 시도한다. 궁극적으로 실행 이전의 실험적 사고의 전 과정을 소중하게 기록하고, 궁리해 나가며, 다음에 접속할 예술적 사건을 기다린다.
 
‘타임아웃’은 곧바로 출격할 선수를 북돋는 시간이기 보다부상당한 선수를 다독이는 시간에 가깝다. 미술관의 타임아웃은 임박한 오픈보다는, 창의적 폐쇄를 고민한다. ‘하던 것의 하지 않음’의 상태를 통해, 새롭게 시도해 볼 법한 모든 가능성들을 향한 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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