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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Aug 21. 2022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 - 2022 연수문화재단 아트플러그 기획전 

올해로 운영 두 해 째를 맞는 아트플러그 연수의 기획전에 초청 큐레이터로 합류하게 되면서 가장 처음 고심했던 점은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만 가능한 전시를 꾸려보자는 것이었고, 동시에 레지던시가 갖고 있는 한계점 혹은 어쩔 수 없는 폐쇄성을 적극적으로 돌파하자는 것이었다. 연구자이자 기획자로서는 드물게 몇 차례의 레지던시 입주와 기획 경험이 있고, 작가 조사와 작품 실견을 위해 매해 여러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방문해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술전시 기획과는 구분되는 나름의 문제의식과 해결 지점을 정해놓고 출발한 셈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퍽 단순하고 느슨하게, 그러나 과감한 아이디어로부터 개진되었다. 레지던시에 소속된 창작자들이 호스트가 되어 바깥에서 새로운 파트너 작가들을 초청하는 것이 이번 전시 〈Match Box 1. “2인조 X”〉의 기획 동력이자, 실체적 과정, 그리고 최종적 결과물이 되었으면 했다. 상호 경쟁이나 비교우위를 통한 결정이기보다는 한없이 다정한 초대이기를 원했던 마음이 얼마만큼 실현되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기성 기획자의 창의성이 축소될수록 예술 행정의 묘미가 살아나고, 창작자들의 자율적 전시 운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하는 낙관주의와 귀한 손님을 모시는 긴장감을 부여잡으며 전시 채비를 해나가는 태도가 함께했던 이례적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프로그램의 제목이 다소 비대해진 연유와 각각의 함의를 설명하며 관객들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의 과거 작업 경향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소개전시와 일 년 간의 창작 흐름을 보고하는 성과 전시로 연결되는 타임라인 안에 슬쩍 삽입된 것 같은 이번 프로그램은 입주자 주도의 기획과 비평 수행, 기관 바깥의 작가들과의 협업 제작을 생성해내는 과정이 되었다. “매치박스(Match Box)”라는 표제는 이러한 실천이 한동안(어쩌면 매 해) 지속되기를 바라며 제안된 것이다. 


매치(Match)라는 단어는 상당히 중의적이어서, ‘매치박스’가 여러 개의 성냥이 가득 들어 있는 잠재적 화기 혹은 ‘도화선’이 될 지, 두 라이벌 선수 간의 경합이 이뤄지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될 지, 서로의 감각과 태도를 존중하는 ‘어울림’이 각별한 일이 될 지에 대한 최종적 판단이란 오직 실천 과정 속에서 각각의 주체가 느끼는 상대적이며 가변적인 경험일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올해 다섯 명의 아트 플러그 작가가 제안한 다섯 개의 기획이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내용적 요소가 되었고, 외부에서 초대된 다섯 작가들이 이 구도 안으로 성큼 들어오게 되었다. 초대의 기준과 대상은 전시의 전제를 받아들이는 입장과 해석에 따라 다변적일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보았다. 각자가 그려보는 ‘2인조’란 과거의 스승, 현재의 동료, 미래의 후배 혹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온갖 조합일 수 있으며, 상투적인 ‘관계도’ 논리로는 포획되지 않는 새로운 타입의 상호지지체일 수 있다. 동일한 이유로, 다양한 ‘2인조’의 모델 안에서 촉발될 수 있는 활동의 양태 또한 예단하지 않은 속에서 그 불투명함을 기대해보게 한다. 충동적이고 일시적인 공동의 결과물 단계를 지나 더 먼 단계, 더 높은 위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 탐구와 배움의 언저리에서 새로운 학습과 탈학습이 교차하며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치박스의 첫 번째 에디션을 통해 작가가 고독하게 방어해야 할 개인의 세계와 끊임없이 허물어내야 할 자리는 어디에 있을지 함께 가늠해 보았으면 한다. 매치박스에 담긴 변수 X들과 앞으로 이어질 에디션 X들을 기다리며.   (글. 조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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