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면접 실패, 동시 합격, 그리고 현재
Prologue.
아침에 문 밖을 나섰다. 몸이 으슬으슬하다. 여름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두꺼운 옷을 껴입으며 몸을 움추리고 있다. 되도록 천천히 한 해가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해가 갈수록 시간이란 것은 기다림이란 미덕을 잊더라. 하루 하루는 금방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주일, 혹은 달로써 시간이 휙 지나감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분명 난 지난주에 있었는데, 벌써 이번주이고, 내일이면 중요한 시험과 면접이 있더라. 최대한 시간이 천천히 가길 바랐다. 준비가 안되었거나, 긴장된 탓은 아니다. 다만 컨디션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잘 아프지도 않는 몸이 항상 이런 시기에는 면역력이 최악이 된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고열에 시달리다거나, 감기로 몸이 아파 앓아누워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내 스스로 아프다고 자각한지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 내가 항상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불행히도 몸이 이상현상을 벌이기 시작한다. 딱 지금 이 때와 비슷할 때가 올해 초에 있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몸이 아파버리는 일이.
올해 초의 일이였다. 설마 되겠어라는 심보로 넣은 모 전자회사에서 서류와 인적성 시험 합격 통보를 받고, 면접 일정이 잡혔다. 세상에 면접이라니.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면접을 본 적이 없다. 대학 입학도 서류와 수능 점수로 합격했고, 첫 아르바이트도 친구의 소개로 들어가서 따로 면접은 보지 않았다. 면접이라고 의미를 둘 수 있는 행위들은 하지 않은 것 같다. 보면 볼수록 내공이 증가하는 면접에서 하필 인생의 첫 면접이 입사면접이라니.
일주일의 기간이 주어진 1차 면접이었다. 나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그 일주일 동안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인생을 펼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는지, 혹은 탈락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었는지 새벽에 자고 누가 깨운 것도 아닌데 언제나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서 생산적인 준비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손에 잘 안잡혔던 것 같다. 적당한 긴장은 최선을 다하는 반면, 과한 긴장은 방향성을 잃을 수도 있음을 이 때에 알게 되었다. 마치 몸에 몸살이 온 것 처럼 몸에는 기력이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면접 보기 3일 전부터는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기 위해 면접처럼 정장과 깔끔한 머리를 하며 생활을 했다. 긴장을 풀음에 있어서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면접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면접 당일, 그렇게 준비한 5분 PT도 무척이나 긴장한 나머지 3분 만에 끝내버렸다.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역량면접에서 나 혼자 토크쇼를 하고왔다. 영어면접에서 마치 술 취한 자신감으로 뱉는 영어마냥 어버버 거리다 나왔다. 망쳤다. 그렇게 긴장하고, 중요한 일로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더 아이러니 했던 것은 나도 내가 분명 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면접은 내가 망쳤다고 느꼈으면, 진짜 망친 것이더라. 결과 발표를 받고 예상은 적당히 했으면서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이 날 다른 회사의 최종 떨어진 친구와 바로 술을 마시러 갔다. 내 룸메이트. 이 때 술마시면서 하는 푸념으로 우리의 자취방에는 수맥이 흐른다는 것을 확실시했다. 우스갯소리.
무엇이 나를 탈락하게 만들었을까. 3분만에 끝내버린 PT였을까. 나 혼자 떠들다온 인성 면접이었을까. 영어면접이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긴장'때문이었다. 그런데 더 바보 같았던 것은 내가 왜 긴장하는지조차 내 스스로도 몰랐다. 원인도 알 수 없으면서 혼자 긴장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혼자 바보같이 너무나도 일을 크게 받아들였다.
이 일로 나는 깨달았다. 한 번 넘어지고 나니 안 넘어지는 법을 알고, 멀쩡히 걷는 법을 아니 달리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번의 넘어짐은 나에게 큰 시련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면접관은 내가 입사를 해야 선배이고 상사이지, 탈락하면 그냥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이다. 굳이 그들 앞에서 긴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냥 자신감있게, 내 할말만 하고 오면 되더라. 입사를 하기 전까지 나는 이 회사의 잠재적 고객이다. 물론, 과한 편함으로 예의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실수는 범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이 같은 면접에도 탈락을 맞는 곳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회사와 내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혹은 적은 TO로 인해 제한된 선발로 어쩔수 없는 탈락일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라. 숱한 탈락에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면접 후 5개월 후 나는 국내 굴지의 기업 2 군데에서 최종합격을 통보 받게 된다.
여차여차해서, 내일 또 나는 다시 그 면접이라는 것에 들어간다. 올해 초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에는 잠이 모자르다 못해 늦잠을 자서 문제이다. 그 때 얻었던 깨달음으로 다시 성공가도를 달리려고 한다.
오늘 쓰는 글.
나 자신을 위한 글.
Written by J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