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구의 청년시절 '대장 김창수(2017)'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더욱 완성도 깊은 작품이 되었을 수도

by 이자성

Prologue

과음을 했다. 속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선택에 강단이 있었어야했거늘. 실수였다. 학교 선배들과 동기와 조개구이를 먹으며 한 잔 들이켰다. 한 잔이 한 병이 되고, 한 병이 두 병이되고, 나중이 되니 내 스스로가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조차 안되더라. 그래도 술을 마실 때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현실을 잊고, 지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탓에 담배를 끊는 것은 가능해도, 술 끊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잤다. 두통이 끊기질 않았다. 숙취에서 오는 고통인지, 안 좋았던 컨디션 탓에 생겼던 것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긴 잠 끝에 두통은 가셨다. 그러나 멍했다. 잠은 오질 않았다. 무엇을 해야하나. 공부를 할 정신머리는 도무지 아니었다. 쓸 데 없이 잠 오라 청하는 유튜브도 질렸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 개봉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IPTV에 공개된 영화가 있었다.

내 주변에 아무도 보지 않은 영화 '대장 김창수'를 보기로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movie_image-14.jpg



조진웅 주연으로 개봉 전 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이다. 이 영화를 위해 체중 감량을 한 그의 모습도 화제였다. 그러나 개봉 2주를 넘어간 시점에서 약 40만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재미는 없겠구나 싶으면서도 어느정도이길래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김구의 젊은 시절, 즉 김구의 본명인 '김창수'이던 시절을 영화화한것이다. 김창수는 을미사변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일본인을 살해한다. 그 죄로 사형을 선고받게 되고, 인천수용소로 이감된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에 역사적 사료들의 중간 공간의 이야기를 영화는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지나치게 단점이 많은 영화이다.



movie_image-15.jpg


첫째, 방향을 잃은 영화의 스토리. 김창수가 을미사변의 용의자를 살해하고 인천수용소로 이감된다. 입소까지의 과정에서 그려지는 고문과 간수들의 모진 매질은 이 영화가 '김창수'라는 인물이 수감소 내 학대와 고문에 끝까지 저항하며 조선의 자긍심을 지키는 '유관순'과 같은 인물 영화일줄 알았다. 그러나 극의 초반부를 벗어날 무렵, 간부들이 일본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장면이 나온다. 알고보니 수용소의 간수들 역시 일제 치하를 상당히 불만스럽게 여기는 인물들이었다. 결국에는 초반부의 구타와 매질에는 관계없이 단순히 한국인을 관리하는 인물들이었던것 뿐이다. 간수와 수용소가 한 마음 한 뜻이다. 그말은 즉슨 그냥 짜고치는 고스톱의 판이 그려질 수 있는 큰 그림이었다. 오죽하면 나중에는 간수가 오히려 김창수에게 '선생님' 호칭까지 써댄다. 그러니 김창수라는 인물이 활동함에 있어 제한된 상황에서 버텨내고 극복하는 설정자체가 상당히 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movie_image-17.jpg


둘째, 총체적 난국의 편집. 각 영화의 씬마다 허술한 장면은 없다. 공을 많이 들은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만큼 찍어 놓은 분량은 많은데 이것을 2시간 안에 몰아넣어야된다니. 댕강댕강 잘라서 넣은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그 탓에 영화 초반 재판에 등장하는 독립신문 기자역의 한영희의 중간 출연이나, 김창수가 수용소 내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하는 장면 등이 필요한 장면이어서 넣었을 뿐 개연성이 전혀 없다. 더불어 영화 내 웃음 포인트 역시 영화의 흐름에 단순한 환기를 주려는 목적이었겠으나 타이밍도 안 맞고 오히려 극의 집중을 깨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감독의 유머코드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나중에는 극 초반에 암담했던 현실 배경은 어디로 가고 수용자들은 웃고 떠들고 그 속에서 즐기며 안분지족하는 그들의 삶이 당연한 것 처럼 보여진다. 물론 철도 공사에 동원되는 그들의 상황 속에서 그들의 암담함을 전하고자 했으나, 혹독해보이는 환경을 통해 관객들에게 몰입을 이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모습 투성이였다. 일제 치하에서 저항하는 수용소의 한국인들과 김창수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볼 수 없었다.


movie_image-18.jpg


셋째, 송승헌은 왜 출연했는가. 간수들도 한국인이고, 일본에 대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 설정이 이렇다보니 인천수감소장의 송승헌만 유일하게 악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악역은 정작 자신의 사업과 부패에 물드는 모습이 주가 된다. 초반에 김창수라는 인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은 보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오죽했으면 수감소 내에서 한글 교실을 차리고 신문에서야 자신의 수용소 소식을 알아들었을 정도이니. 그것에 대한 벌 역시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단체로 한 번씩 구타하고, 그게 끝이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조선 욕을 하는 일본인에게 분노하며 컵을 던진다. 그러면 그에게는 조금의 애국심이라도 남아있었다는 것인가. 그의 일관성 없는 모습의 황당한 씬까지. 영화 내에 결국 아무 역할도 아니었던 것이다. 분명 김창수와 대립되는 인물로써 세운 인물이었겠지만, 대립되기 보다는 그저 수용소이니 소장 역할은 필요했을 뿐이다. 그의 역할은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었다.



movie_image-19.jpg



이 영화의 제작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김구가 우리나라의 해방과 독립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맞지만, 사실 김구의 일생이 영화로 제작될만큼 파란만장하진 않다. 사형 직전에 고종의 특사로 목숨을 구한 것은 극적일 수 있으나,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이기에 굳이 영화화를 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서사적인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소재를 억지로 영화로 만드느라 무리하게 스토리를 쥐어 짜낸 것이 아닌가싶다. 그 탓에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전해져서 몰입을 들어가지 못했다. 영화의 구조가 몰입이란 것을 할 수 없게 변모되고 만다. 스토리에 명분을 위해 필요한 장면을 죄다 때려박긴 했는데, 그 장면들 각각이 너무나도 개연성이 없고 황당해서 몰입이 오히려 힘들었다. 김구의 젊은 시절 본명을 내 건 영화였기에, 관객은 그의 김구라는 삶 이전의 사실적이며 허물없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였다.






대장 김창수

청년 김구의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

어쩌면 드라마로 만들어졌어야 했다.






Written by JASU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괜찮아, 한 번은 넘어져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