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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천사가 세상을 조종한다

컨트롤러(원제:the adjustment bureau 2011 )

by 이자성

우리는 다 한 번쯤은 신을 찾아본 경험이 있다. 중요한 입시 시험의 결과를 눈 앞에 두고서, 벌어지지 말았어야할 일을 되돌리고 싶을 때, 결과가 좋지 않다면 왜 하필 신은 이런 일을 그대로 냅두어두었을까라는 원망섞인 부름을 한 적이 있다. 너무나도 추상적인 존재에게 도움을 얻고자하는 것과 원망하는 것이 비이성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에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순리가 신에 의해서 계획대고 조종이 된다면 어떨까. 신과 천사가 세상을 움직이는 영화가 있다. 영화 <컨트롤러>이다.


56701-48461.jpg 해외판 포스터. 국내판은 도저히 못봐주겠더라.


<컨트롤러>의 세계관은 ‘조정국’으로 불리우는 단체이다. 전세계 인간들의 삶을 계획대로 조정하며 미래를 정해진 방향대로 흐르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조정국은 공들여 조정하고 있는 인간은 잘나가는 뉴욕주 정치가 데이빗(맷 데이먼)이다. 그런데 장차 미국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데이빗이 계획에도 없던 현대 무용수 엘리스(에밀리 블런트)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데이빗이 엘리스와 사랑에 빠지면 정치를 그만둘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조정국 직원들은 둘을 떼놓으려 안간힘을 쓴다. 물론 조정국이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실수를 하여 시간도 놓치고, 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리 설계할 뿐 우발적인 행동을 방지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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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은 우연치 않게 그녀의 번호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조정국의 방해로 인해 그녀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빼앗기고 만다. 그녀의 연락처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어디에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3년 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닌다. 한 번 본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열성적으로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도 그런 용기와 집요함이 있을까. 사랑의 고백에 실패하고 안타까워하고, 사랑이 잊혀져버려 슬퍼하던 기억은 있는 반면에 그토록 집요하게 찾아본 기억은 없다. 데이빗이 조정국의 방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3년이나 같은 버스를 탄 것, 나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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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한 순간도 눈을 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데이빗이 엘리스를 만날 때는 나 역시 환호했고, 조정국이 데이빗을 만나며 방해할 때도 홀로 데이빗을 응원했다. 중절모를 쓴 채로 문을 열며 이곳 저곳 돌아다닐 때 쯤에는 그가 들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렇게 즐거워하며 볼 수 있었던 영화는 영화의 감독인 '조지 놀피'가 소소한 디테일이 어떻게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 얼티메이텀>과 <오션스 트웰브>의 각본가 출신인 그는 조정국 직원들의 통제와 그것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틈을 찾는 데이빗과의 대결을 매우 흥미롭게 조정해놓았다. 영화의 큰 설정 자체도 ‘자유의지’와 ‘운명론’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내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은,물론 무겁지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817725.jpg 영화 속 사람의 계획표


내가 데이빗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천사들은 정해놓은 코스대로 엘리스를 외면한다면 나는 대통령으로 갈 수 있고, 엘리스는 미국 혹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안무가가 될 수 있음을 조건으로 내건다. 나와엘리스가 걷고 있는 길의 최고의 커리어패스를 보장해준다. 만약 헤어지지 않는다면 엘리스는 그저 초등학교 발레 선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이별을 택하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서로 간의 사랑을 택하고 앞으로의 미래의 장래성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자를 택했을 경우 평생을 엘리스를 그리워하며 살 것이고, 후자를 선택할 경우 사랑보다 현실이라는 것이 훗날 보여질 것이겠지. 현실인가 사랑인가는 사랑을 하지 않는이들에게는 상당히 쉬운 문제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이토록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할리우드 특유의 액션 장면은 빠질 수 없었다. 로맨스로 흘러가던 영화는 후반부에는 추격전을 보여주며 액션스릴러 장르의 클리세를 집어넣었다. 감독의 자유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된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물론 더 좋은 방법으로 영화를 끝낼 수도 있었을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교정국의 본거지로 갔을 때 단순한 도망이 아닌 실제 의장을 만난다거나, 혹은 더욱 철학적인 질문과 해답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지막 추격과 액션신을 보며 왜 맷 데이먼이 주연인지의 진가는 발휘되었으니 아쉬움은 없다.





컨트롤러

오히려 천사들의 조정이 그들을 더욱 끊을 수 없는 사이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Written by J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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