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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2015), 현실로 미루어보는 그들.

아름답게 바라보기엔 사랑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부분이다.

by 이자성

Prologue

일요일 아침이다. 또 오후 9시다. 늦잠을 잤다. 내일 모레 면접인데 나 이래도 되나. 그래도 글은 써야 한다. 쓰지 않으면 도서관 공부 내내 글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다. 이에 재빠르게 해소시키고 나가야한다. 모든 일에는 경중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재빠르게 나의 평을써 내려갈 수 있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영화를 찾아봤다. 수 많은 영화 목록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 취향은 가벼운 편이 아니었다. 집중해서 써야할 소재들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한 제목에서 꽂혔다. 이 영화라면 오늘의 목적과 의도를 모두 달성할 수 있겠지.

영화 '뷰티 인사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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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낯선 여자와의 잠자리에서 서둘러 자리를 뜬다. 마치 한 두번이 아닌 것처럼 작아진 바지에 머리끈을 이용해 능숙하게 허리를 맞추고, 작아진 신발은 대수롭지 않게 구겨신으며 나간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는 다른 모습으로 눈을 뜬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진에게 있어 언제나 사랑과 만남은 한 순간과 같은 것이다. 매일 바뀌는 모습 탓에 그 누구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없다.


그런 그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자신과 같은 가구분야에서 일하는 '이수'다. 그리고 잘생기게 변한 날에 비로소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우진은 이수를 사랑했다. 자고나면 모습이 변하는 걸 막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러나 아침에 이수를 만나러가는 지하철길에 우진은 잠에 들어버리고 만다. 일어나도 하필 탈모의 중년 아저씨로. 우진은 이수를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이수 역시 그의 묘한 매력에 빠져있었다. 이에 매일같이 변하는 우진을 이수는 받아들려고 한다. 그의 집에 찾아가 그의 변하는 모습을 보며 겉은 변했지만 내면은 변하지 않는 그를 받아들인다.






우리는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해왔다. 수 많은 연애의 경험을 통해서라도 얻어진 것이 있다면, 무조건적인 조건은 '내면'이 '외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성이여도 내면이 갖춰지지 못하면 빛살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우리는 평소에 공개된 자리에서 이성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개인적인 지인에게 소개를 받거나 할 때에 공통적으로 내면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것이 디테일한 이상형에 대한 외모 설명을 위해 전제하는 겉치레 대답이든, 진심으로 외모보다 성격을 더 중요시하는 자신의 주관이든간에 자신의 이상형에서 우리들은 내면을 중시해온다고 공표한다. 그러나 '뷰티 인사이드'는 이러한 우리들에게 정면으로 맞딱 들인다.


"사랑은 생각하는 것보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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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수도 즐겁게 데이트를 한다. 어린아이로 변한 우진과도 막걸리 집에서 데이트를, 대학생으로 변한 우진과도 아무렇지 않게, 잘 생긴 모습의 날에는 회사의 파티에 초대한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일 같이 변하는 우진의 모습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영화 중간에 이수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자신이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처음 보였던 모습의 우진인지, 지금 만나는 수 많은 모습의 우진인지, 그녀는 만남의 연속 속에서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 탓에 정신과 약마저 복용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흔히들 사람을 만나거나 이성을 만날 때 내면이 더욱 중요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초면에 이끌게하는 매력이라는 것은 외면에서 작용한다. 이에 사랑했던 이를 떠올리면, 그 사람과의 추억이 대부분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성격과 내면은 그 추억으로 인한 회상의 조건이 만족된 후에 이어진다. 그 추억을 위해 우리는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거나, 동영상을 찍어 그 날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고자 한다. 이처럼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이라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내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기독교의 '하나님'처럼 자신만의 추상적 존재로서 받아들이기에는 이성 간 '사랑'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현실로서 생각해보자. 외모가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의 반듯한 모습만이어야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가끔의 트레이닝복 차림이나 부시시한 머리의 모습같이 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우리는 귀여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가사랑하는 이가 매일 같이 모습이 변하는 이라면, 우리는 과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친구들에게 내 남편이란 사람은 영영 소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가족, 친척에게나 이 비밀을 공개하되 격렬한 반대가 이루어지거나 연을 끊고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수는 우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지만, 과연 그들이 품고 가야할 미래에는 어떤 난관과 짐들이 있을지는 비추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리들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그대들에게 사랑은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판타지인가?



뷰티 인사이드

서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Written by J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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