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02: 피곤을 통해 나오는 글, 참 두서가 없는 글 그리고 불편
2017년 10월 27일 오후 4:15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미디어실. 이 날은 여느때와 조금 다르다.평소라면 꽉꽉 차있을 미디어실이 비어있다. 알고보니 중간고사 이후 맞이하는 불금이라고 한다. 다들 여행을 갔거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러 갔겠지. 물론 난 여기 있다. 텅 빈 이곳을 보며, 나는 무엇을 하나 싶기도 하고, 나에게도 학생이라는 신분이 있었음을 추억한다. 요즘 나는 하루에 한 편 씩 글을 작성하고 있다. 대부분은 영화와 관련된 글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온 미디어실이다. 아뿔싸, 그러나 외장하드를 두고 오고 말았다. 글을 작성하기 전에, 아무리 영화에 대해 감상을 철저히 잘 했었어도, 빠지는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언제나 영화를 다시 되돌려 보며 순간들을 답습하곤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를 두고 왔으니. 아쉽다. 오늘은 집에 가려면 멀었기도 하고, 집에가면 뻗어있을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지금 글을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
essay01는 지난 번에 사실 써둔 편이 있다. 그러나 적어내려가다보니,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에다가 이 글을 발행했다가는 대중들에게 수많은 몰매를 맞기에 예상되는 글이어서 조용히 나의 서랍장에 저장해 놓았다. 물론 때가 되면 논란이 될만한 부분은 수정하고 발행해야겠지.
윗 문단을 작성한 상태로 모니터에 멍하니 10여분 째 앉아있다. 오늘 약 4시간의 부족한 수면탓이었을까. 커피로 버티고 있는 지금의 몸상태여서 그런가. 멍하며 총명한 두뇌상태가 아니다. 글을 쓰기에는 너무나도 힘들다.
2017년 10월 27일 오후 10:00 내 집, 나의 방이다. 모니터에 앉아있던 후, 약 6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침대에 피곤한 몸을 억지로 버티며 앉아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흙침대에 라텍스 매트리스를 얹어 놓은 살짝 우스꽝스러운 내 침대에 누워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편하다. 글을 쓰기에는 최적의 상태이다.
한 낮에 힘들어했던 나를 글로써 마주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저렇게 버티고 있었나싶다. 오늘 한 일을 회상해보니 오전에 도서관에 사람들과 모여서 입사를 위한 문제를 풀었다. 한 두시간 후 쉬는 시간을 가질 겸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모 의류회사에 대닌 경험을 늘어놓으며 그간 힘들고 빡빡했던 업무활동, 매일같은 야근에 새벽퇴근이 다반사였던 일상을 말한다거나, 식품회사에 다녔던 나는 일하면서 느꼈던 업무에 대한 고충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을 토로하며 불평을 쌓아나갔다. 이렇게 퇴사했던 회사를 뒤에서 잘근잘근 씹어주고 나면 왠지모르게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뛰쳐나오고, 그것을 씹어 상쾌함을 얻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바보짓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또 그 불편함을 느끼려고 도전한다"
회사를 다녀보니, 회사는 인생의 정답이란 것이 아닌 것은 알았다. 그러나 정답이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오답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 시기에 깨달았다.
회사원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녔던 식품회사는 업계 상위 연봉과 네임벨류에서만큼은 누구에게나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자리를 참석하거나, 지인들로부터 소개가 될 때는 비록 삼성, LG, 현대만큼의 기업은 아니었어도, 나름 회사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거나, 이름 대신 하는 일을 소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 대한 또 하나의 이름으로 작용되어 사교에서는 탁월히 발휘되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간에 신빙성있게 들어주며, 작은 농담에도 크게 반응해주는 상황이 연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퇴사했다. 퇴사 후 지인과 자리를 동석할 일이 생겼고, 그 자리에는 처음 보는 이들이 동석했다. 퇴사의 막 직후라, 소개를 할 때 '어디'를 다니다가 지금은 쉬고 있어요. 라는 말을 애매하게 던졌다. 그들은 예의상 아 예 좋은 데 다니셨네요. 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리곤 물 흐르듯 유대 관계를 쌓고자하는 노력은 서로 없었다.회사라는 소속감을 가질 때 느꼈던 사교의 긍정적 부분은 사라진 것이다.
불편함은 어떻게 보면 계속 짊어지고가야 할 일이었나보다.
2017년 10월 28일 오후 12:03 집 근처 중앙도서관. 첫 운을 띄는 장소가 어제와 오늘 모두 중앙도서관이라니, 다른 지역이지만 사뭇 왜 도서관은 하필 '중앙'도서관이 많은지 의문이 들게 된다. 어제 얼마나 피곤했던지 군 시절 취침시간 처럼 10시에 자서 9시가 다되어서 일어났다. 11시간이라니. 이렇게 잠을 푹 자본지 얼마만인가. 더 소름 돋는 것은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몸의 유혹. 그러나 말끔한 정신으로 치자고 다짐했던 제약회사의 인성검사가 있었기 때문에, 유혹을 떨쳐내고 몸을 일으켰다.
다음 주는 아마 내게 힘든 주가 될 것이다. 인적성 시험 두 개와 한 개의 면접이 있다. 일주일 안에 이 과업들을 진행하다니. 굉장히 바쁜 일주일이 될 것 같다. 이제는 말끔한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어제 낮과는 다르게, 또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오늘의 낮은 상쾌한 기분과 자신감으로 시작하려 한다.
20시간 동안의 푸념
20시간이나 망설였으면서도, 어떤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