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2009) 복제인간의 윤리적 당위성 문제에 관하여
*Not prologue.
인류의 과학의 무궁한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신체의 장기마저 대체하기까지 이르렀다. 인공심장, 인공신장 등의 발명은 그동안 신체의 불편함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이자 길이 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인간의 일부를 인간이 만들어냄에 성공하고 언젠가는 나와 똑같은 클론이 나오는 것은 이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인공수정으로 시험관 아기를 만드는 수준을 뛰어넘어 무성생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불임문제를 해결하고, 염색체 이상 등 선천성 결함을 예방하며, 신장이나 골수 등 장기이식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반대론자들은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250여 회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기술적 위험성이 여전하므로 기형·조기사망을 피할 수 없고, 복제인간의 생산은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성결합을 전제로 한 가족공동체를 파괴하며, 유전적 동일성을 초래해 진화를 방해하고 질병에도 취약해진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 한 편의 주장이 정답이고 아니고서를 떠나서 먼 훗날 우리가 맞이해야 할 패러다임일지도 모르는 복제인간에 대한 진중한 생각을 갖게 해주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더 문'이다.
영화 '더 문'의 시놉시스는 '아일랜드'와 매우 유사하다. 복제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복제인간의 현실 발현 시 어떤 문제들이 발발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문'의 세계관은 새로운 재생에너지로부터 시작된다. 먼 미래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로 태양에너지를 품은 달의 광물이 대체된다. 이에 달에서 일하는 복제인간 '샘'은 3년 간의 게약 기간을 가지며 달에서 홀로 근무한다. 3년 간의 계약 기간을 마무리될 때쯤 사고를 당하게 되고 구출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를 대체할 또 다른 복제인간인 '샘'이 깨어나게 되며, 달 기지에서 복제인간 '샘들'의 이야기로 영화는 이어져가게 된다.
두 샘은 똑같은 동일 조건과 동일 유전자를 이어받았기에 외형, 신체조건, 성격, 기억까지 모조리 똑같다. 그래서 서로를 복제인간이라 칭하며 스스로를 오리지널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이점은 존재했다. 3년간의 계약기간이 다되어가는 샘은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신체의 기능이 점점 마비되는 일을 겪는다. 그가 겪은 계약 기간 3년의 의미는 바로 복제인간의 생명 기한이 3년이었던 것이다. 달 기지에 있는 비밀의 방에서 발견한 자신의 클론들은 인간의 평균적인 수명을 감안한 것 치고는 그 개체수가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 그 이유이다.
3년 간 홀로 생활을 했던 샘은 외로움에 이골이 난 상태였다. 새로 깨어난 샘을 마주하였을 때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보다는 그저 사람을 만난 자체에 기뻐했다.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3년 만이라며 인간적인 면과 더불어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샘의 사고도 원래부터는 계획된 것이었다. 수명이 3년이 다 되어가는 샘을 대체하기 위해 샘에게 환영을 보이게 하고 사고를 낸 뒤에 그를 구출하지 않는다. 새로운 샘이 일어났을 때도 새로운 샘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뒤에는 그와 함께 달 기지에서 있는 인공지능 로봇 '거티'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회사 '루나'의 소속이면서 한 편으로는 샘과 생활하는 동료이다. 이 때문에 때로는 샘을 속이지만, 때로는 중요한 순간에서 샘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두 명의 샘이 깨어난 것을 알아버린 회사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구조팀이라는 명목으로 제거팀을 보낸다. 샘은 이를 간파하고 대책을 세운다. 자신들을 대체할 새로운 샘을 깨우고, 3년이 다되어가는 샘은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나머지 자신은 지구로 가서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3년 동안의 계약 만료만을 바라봤던 샘은 얼마나 지구로 귀환되는 것을 바랐는지 영화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의 남은 일수 혹은 근무 일수를 알리는 스마일 표시를 세가며 지구로의 송환을 염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실의 그늘 속에서 그는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대신에 자신의 새로운 후임자 샘을 지구로 보내고자 한다. 그는 홀로이 원래 자기가 죽었어야 할 장소에 돌아가 후임자 샘을 태운 우주선이 지구로 향해지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죽어가며 우는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때로는 복제인간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Product일 뿐이기에 상품을 의뢰한 Original의 소유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Original에게 필요한 장기라던가 혹은 대리모 출산 등을 가능케 하는 '용도'로서의 존재물이지 인간의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러나 Original의 모든 것이 삽입이 되는 복제인간들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 신체, 기억 등이 모두가 똑같다. 내 딸이 그들의 딸이기에 그들 역시 딸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영화 속 샘은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상통화를 통해 훌쩍 커버린 딸의 모습에 반가워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에 의해 만들어진 'Product'이지만 Original과 똑같은 'Human'인 것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모르는 비극과 3년이라는 짧은 기대수명, 그리고 잔인하게도 3년 뒤에는 지구로 돌아갈 것이라는 거짓된 희망이 담겨있는 그의 인생 속에서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애석하게 보였다. 어쩌면 복제인간은 또 하나의 불행을 만드는 일이 아닌지.
이 영화는 소스 코드를 연출한 '던칸 존스' 감독의 데뷔 작품이다.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CG, 스토리, 연출력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다. 더불어 영화를 보며 작품 내 달 기지의 이름이 영어로 'SARANG(사랑)'이며 인물들의 대사에 가끔씩 '안녕히 계세요'가 들어가는 등 한국어가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던칸 존스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팬이기 때문에 한글을 넣었다고 한다.
1인 2역을 연기한 샘 벨의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진동하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많이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더 문'을 통해서 그의 진지한 내면의 혼란과 갈등 등 수많은 연기를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린 마일'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모습과 '아이언맨'에서 익살스러운 악역 '해머'역을 맡았던 그를 생각했다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거티'의 목소리는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다. 이중적인 역할을 하는 거티를 단순히 '목소리' 한 가지로 역할을 수행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케빈 스페이시'가 맡으며 냉철하고 이성적이게 표현해주며 거티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었다.
더 문
누군가의 꿈인 달이, 그들에게는 꿈보다 지독한 곳이었을 것.
Written by J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