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록 : 다섯 가지 관점을 통해 본 군함도
군함도를 보기 전, 기대한 만큼 재미가 없다는 평이 뒤덮었다. 2100 여개 스크린 장악이라는 대형 기획사의 횡포 역시 군함도에 대한 선입견은 좋지 않았던 이유가 되었다. 영화를 사랑하기에, 괘씸한 마음으로 군함도는 관람하지 않겠다 마음 먹었다.
그러나 내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인의 예매에 어쩔 수 없이 군함도를 관람하게 되었고, 영화가 끝난 뒤 “생각보다 못 봐줄 정도는 아님. 아쉬울 뿐”
1. “한국판 ‘쉰들러 리스트’를 꿈꾼 류승완 감독”
영화의 시작은 CJ의 상징물인 어린아이들이 폭죽을 쏘아 올리는 스냅영상부터 흑백으로 시작된다. 흑백영상의 군함도의 탄광촌, 극악 환경에서 징용 당하고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후 본격적 시작을 알리며 컬러화면으로 넘어간다. 이 장면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1994)’가 떠올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1994)'는 도입부 컬러 장면 이후 약 3시간 동안 흑백으로 상영되는 현대 영화이다. 군함도는 흑백에서 컬러로, 쉰들러 리스트는 컬러에서 흑백 전환을 한다. 더불어 유태인 검열과 탄압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있다. 이 같이 색감 전환과 징용 당한 조선인들의 이동부터 짐분류, 나체 상태의 거열, 소독까지 유태인의 모습을 조선인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징용 조선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 환경에 영화에서 한국의 쉰들러 리스트를 보는 듯 했다.
2. “미술감독은 ‘경이’로웠지만, 음악감독은 ‘경질’되었어야했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 및 디테일에 엄청 신경을 쓴 점이 돋보였다. 단 적으로 지나쳤을 수 있는 배경 요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극의 몰입을 높였다. 알몸의 훈도시 인부들과 배 안의 오물통, 목욕탕 싸움 신의 타일마저 전혀 그 시대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소한 영화에 출연하는 돌 하나 까지도 그 시대 상을 정확히 그려내는 영화다.
그러나, 여기서 찬물을 끼얹는 것이 바로 음악인데, 이게 류승완 감독의 의도인지, 음악감독의 고집에서 이루어진 음악인지는 모르겠지만, 초 중반까지만 해도 ‘그래 상업영화니까’라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일본군과 징용인들과의 전투장면에서 오락가락하는 배경음악은 가뜩이나 산만한 후반부에 도대체 어느 흐름으로 극이 이어지는지 도통 이해를 어렵게 했다. 오죽했으면 상영이 끝난 직후 ‘군함도 음악감독’을 검색할정도였다. 당연히 안 좋은 뜻에서.
3. “돈과 더불어 가오도 없어진 ‘베테랑’의 황정민, 말 수가 좀 더 많아진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 1의 변화 없이 그대로 데려온 군인,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연기를 한다”
연기는 대체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든다. ‘쟤네 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맞다. 배역에 따라 캐스팅을 한 탓인지 그들의 연기폭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역사를 다루고, 배경이 특별한 영화인 만큼 배우들에게서 기존과 조금은 색다른 연기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현대 영화의 인물들이 과거사 영화에 그대로 출연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점이 영화의 몰입을 초반 방해했다. 그러나 각자 맡은 배역이 ‘악사’ ‘깡패’ ‘군인’ 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황정민을 제외한 배역이 언급했던 전작의 영화와 비슷했기에 비판의 요소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
4. “마무리를 제외한 극본은 우수, 마무리는 산만”
기회주의적 인간의 상이 그려진다. 어떻게든 아버지와 재회를 해야하기에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어린 조선인 소녀, 권력에 따라 손목에 계속 차여지는 고급 시계,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은 일본인 소장의 모습.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마냥 영화를 좀 더 깊게 빠져들게할 수 있는 시대를 비판하는 상징물의 요소와 인물들이 많다. 그것들을 해석해보며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탈출 씬 볼거리는 풍성했으나, 상기에서 언급한 배경음악과 더불어 송중기의 불사신모드는 영화 몰입을 방해했다. 황당했던 것은 조연 혹은 단역에 속하는 배우들의 사망은 정말 사실적으로 보여주는데, 송중기는 총알 수 어발을 맞고도 끝까지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영화 평 중에 군함도의 장르가 SF라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불사신 송중기'를 보고 그런 평을 남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한극 특유의 신파 요소는 적지만, 마무리의 과정이 극의 흐름을 뒤집을만한 반전요소도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씬을 끌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세상에 완벽한 영화는 없다. 기대가 혹평을 만들었을 뿐, 작품 자체는 수작이다”
위에서 언급한 몇몇의 장점과 단점을 종합하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느꼈던 점들을 추려보자면, 졸작의 분노가 아닌 단점만 보완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라는 수작의 아쉬움을 느끼며 나온 것 같다. 분명 배경음악과 마무리의 지루함과 황당함이 단점이었을지라도 이 단점들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흠이 갈만큼 큰 요소는 아니었다. 영화관 사이트에 존재하는 별점 테러는 작품 자체의 문제가 아닌, 스크린 장악에 분노한 민중의 보복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변 평에 군함도 관람이 망설여진다면, 관람하는 것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배우들의 우수한 연기와 실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화면들이 내가 투자한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물론 관람은 개인의 선택임을 인지하길 바라며.
이자성 오관록 첫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