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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2017) 아무도 알아줄 수 없는 부성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 그리고 방향의 아쉬움

by 이자성

*Not prologue.

최민식 단독주연의 범죄영화로 그려졌다면 흥행했을 영화.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혐의로 용의선상에 오른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 임태산의 고군분투.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주변인들. 하지만 아무도 아버지의 큰 그림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영화 '침묵'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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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영화의 초반에는 약혼녀를 들이려는 딸과 아버지의 갈등, 그리고 그 약혼녀와 그녀를 받아들여야하는 딸의 갈등. 재벌집 딸의 망나니같은 행동과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려하는 약혼녀, 해결될래야 될 수 없는 관계도를 구성하며 사건의 전개를 가속화시키며 극은 시작된다. 벌어지는 사건들과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검사와 변호사. 초반의 극의 흐름을 통해 상당히 흥미진진한 전개구도를 펼쳐나간다. 그 탓에 초반의 신들을 통해 범인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으나, 여기서 끝나버리면 영화가 아니겠지. 무엇인가 또 다른 장치가 있을것이라는 관객의 생각과 동시에 하나 둘 씩 나오는 사건의 실마리들. 영화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내가 왜 계속 보고있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했다.



반전을 암시하는 수 많은 복선들과 씬들이 영화 곳곳에 장치하고 있다.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혐의를 가진 딸을 지키기 위해 임태산은 고군분투한다. 영화가 결말을 맞을 때까지도 어느 장치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 또 다른 반전이 있을것이라며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부성애로 딸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 쓰는 것이 전부인 셈이었다. 힘이 빠졌다.


결말을 보고나니 왜 임태산이 사건의 열쇠를 잡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서 그토록 비굴하며 절절하며 연민에 호소하는 행태를 보였는지 이해가 갈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재벌의 정보갈취와 협박은 강압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반면, 임태산은 개인을 일일이 독대하며 재벌가의 회장이 아닌 정말 일개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보는 내내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그는 회장이 아니라, 그저 딸을 둔 아버지일 뿐이었다"


영화의 결말 시퀀스를 이루어가는 약 5분 가량은 참으로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직원에게 자신 몫의 국수까지 내어두며 홀연히 자신은 담배를 피는 모습이 그려지고, 딸의 알리바이 입증을 위한 페이크 세트에서는 대역배우에게 신발 모두를 선물로 내어주며 그간 영화의 플로우에서 보지 못했던 인자한 모습 역시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범죄행위의 당위성을 부여하듯이 모든 것을 조작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눈물로써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차라리 들었던 생각은 영화의 흐름을 차라리 최민식으로 포인트를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로 아내를 탈출시켜야하는 러셀 크로우 주연의 '쓰리 데이즈'가 있다. 이는 1인칭시점으로 관객에게 러셀 크로우로 감입을 시켜 상당히 박진감과 스릴 두 가지를 탄탄히 갖춘 영화이다. 그러나 '침묵'은 큰 두 개의 박신혜와 최민식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지며 의혹을 파헤치는 박신혜로 스토리는 이끌어가는 반면 남모를 속 꿍꿍이를 갖춘 최민식의 모습만 보여주는 바람에 그닥 최민식에 대한 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마지막 결말이 다 임태산이 조작한 큰그림이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에도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임태산은 세상에 '돈'이라는 것에 대한 것을 시시때때로 강조한다. 검사를 설득할 때, 사람을 매수할 때, 변호사를 설득할 때, 모두 세상의 자본주의 이치를 들먹이며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에게 돈이란 것은 곧 물질만능주의의 시대상에 걸맞는 골든티켓 같은 것이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그의 염세적인 모습이 영화 내내 이입은 당연하거니와 공감도 못할것인데, 마지막 씬들을 통해 모든 행위들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차라리 악역은 악역으로서 결말을 갖추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침묵.

부성애로 포장하려했으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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