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의 인물들의 노력 중에서
*Prologue.
참 오랜만이다. 어색하다. 글을 쓰려는데 참 잡히지가 않는다. 거의 약 한 달여만에 쓰는 글이다. 지난 6주간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왔었고, 그에 따른 결과물에 대한 불확실함에서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영화도 보지 못했다. 최근 나온 영화들 중에서는 무엇을 보았는지 손에 꼽힐 정도로 밖에 보지않았다. 스스로가 안정을 취하기를 원하는데 영화라는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좌우되는 롤러코스터를 탈 자신이 없었겠지. 그래도 천성이 영화와 친할 수 밖에 없었나보다. 뭐 하고싶은 것을 찾고 싶어도 영화만 찾게 되더라. 수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아껴둔 영화(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사울의 아들 등)를 보기에도 참 애매한 시점이었다. 명작은 보고싶지만 편하게 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싶었다. 그러다 외장하드에 고히 모셔놓은 애니메이션 한 편이 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봤다가 한 참을 잠에 들지 못하고 만다.
천년만에 내려온 혜성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을 만든 것일까.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으나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소녀 미츠하는 몸이 바뀐다. 처음에는 매우 생생한 꿈이라고 믿었지만, 서로의 행동들은 자신의 일상에 그대로 전해지고 만다. 소심한 미츠하에게 작은 것도 넘어가지 않는 정의감과 남자다움이 타키를 통해 들어갈 때, 같은 여성의 마음으로 타키가 좋아하는 선배와 데이트 진도를 진행할 때까지만 봤을 때도, 이 만화영화 역시 우리가 한 번 쯤은 해봤던 상상을 충족시키는 간단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러나 몸이 뒤바뀌는 일이 멈추게 되고, 이야기는 흐름을 타며, 전혀 예상못했던 신비로움과 이야기로 나를 빨아들였다. 그간 미츠하와 타키가 몸이 뒤바뀐다면 서로 전화통화 한 통 정도는 진행해도 될 터였을텐데, 그러지도 않았을 뿐더러, 서로 몸이 뒤바뀐다는 일에 만남 한 번정도는 필히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변곡점에서 모든 수수께끼는 풀리게되고,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었던 처음부터 봐왔던 장면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닌 장면이었던 것을 알게된다. 이 때 느끼는 소름끼침이란.
내가 마치 타키와 미츠하가 된 것 마냥 서로를 찾는 과정 속에서 마음을 졸였다. 타키가 미츠하를 찾기 위해 방문했던 마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질 때 타키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미츠하를 꼭 찾고싶었다. 타키가 꼭 미츠하를 찾아주길 바랐다.
미츠하를 다시 보기 위해 운명을 바꾼다.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바꾼다. 그에 대한 댓가로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찾으려한다. 잊혀진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찾으려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다시 만난다.
나도 그런 것이지 않을까.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바꾼 거창한 일은 아닐지라도, 누군가, 내가 만난적이 있었다면, 내 내면 속에 잠시 실루엣처럼 남겨진 이를 아직 찾고 있는 것일지. 운명은 가끔의 지하철 창문 속에서 비춰지는 사람처럼 불현듯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