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 제일 싫어하는 감정이다. 게으름과 자기무능감의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말 간 이어졌던 숙취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와인 한 병으로 향유했던 찰나의 유흥의 댓가는 우울감과 공허함을 치뤄야 한다.
우울감과 공허함은 나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지금 내 삶을 바라본다면 안정적이지 않다. 약 2년 전 유튜브를 그만 두고 "백수"가 된 뒤 느꼈던 그 불안함과 공포감을 은행 계약직으로 애써 외면하고 유예했다. 그 때는 좋았다. 2년 이라는 시간의 한계는 명확했지만, 연장 근무의 막연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난 그 동앗줄같았던 기회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고, 6개월이 남은 지금 다시금 불안함과 공포감을 감내해야할 준비를 해야한다.
가장 먼저 하고 있는 것은 다시 서울로 올라갈 자취방을 알아보고 있다. 6개월 뒤에 나는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한다. 그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경력단절이 집에서 백수처럼 지내는 모습이 잠시나마 부모님에게 보여지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집 위치를 찾으러다니며 나의 불안정한 직업에 대한 공허함과 우울감이 몰려온다. 삼성역 인근을 잡자니 가격은 쓸데없이 비싸고, 내년 3월 이후 광화문으로 잠깐 출근한다고 가정할 시 약 2달간 40여분을 지하철을 타고 출되근을 해야한다. 안산에서 타고다니는 지하철 시간이 1시간 15분 남짓이란 점을 생각하면, 편도 35분 절약하자고 전세금 2억원을 댓가로 치루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원룸이라는 점은 더욱 더.
그렇다고 잠시나마 겪었던 문정동 역시 새로운 집으로 삼기에도 애매하다. 겪었던 동네 중 가장 깔끔하고 살기 좋지만 이사했을 때 새로운 집에 사는 느낌은 덜 들 것 같았다. 내가 암사동을 나온 가장 큰 이유가 원룸이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문정동에서도 같은 이질감을 느낄까 두렵다. 그렇다고 4억원 수준의 넓은 평수로 가자니 혼자사는데 그 모든 금액을 전세에 모두 쏟아 붓는 것은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큰 손실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고, 남들이 사는대로 살기 싫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고, 보통의 사람들이 행할 수 없는 인생의 족적도 남겼다. 하지만 인생은 관성이다. 보통사람으로 내 삶의 관성을 돌이키기엔 강철을 맨 손으로 구부리는 것과 같다. 더 많은 힘과 고통이 따르고 있다. 내 삶이라는 강철을 결국 구부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미래만이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