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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A.

다 보고난 후 그대가 느끼는 감정은 '감동'이 아닌 '심오함'이 될 것.

by 이자성

*Prologue

퇴사 후 2달 동안 내가 제일 많이 한 것을 꼽으라면 영화, 미드를 본 것이라 손꼽겠다. 영어 공부를 하려는 목적이었으면 참 좋았겠으련만, 단순히 시간 떼우기도 좋고, 워낙에 영상물을 보며 즐기는 것을 좋아했던게 이유이다. 그러나 불현듯 글로써 후기를 남겨두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꽤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읽었던 책을 나열하라하면 영화화된 유명 작품이나 독후감상문을 썼던 책 정도 밖에 기억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보고 아무 것도 기록해 두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여겨지는 지금, 정말로 시간 떼우기 밖에 안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력서도 취미에 '작문'이라고 쓰는데 20살이 넘어 보니 그닥 남아있는 것도 없더라. 그래서 쉬는 동안 봤던 수 많은 작품들에 대해 오로지 내 관점으로만 후기를 펼치기로 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오로지 내가 느낀 감정들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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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A.

내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내리진 못하겠지만, 시즌 1을 마무리한 후 가장 생각에 많이 잠긴 드라마이다. The OA는 실종되었던 주인공 '프레이리'가 7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7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프레이리는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장애를 가졌던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자신의 이름을 '프레이리' 가 아닌 'OA'로 표한다. 그리고 등에는 기괴한 상처들이 그려져 있었다. 비상한 그녀의 첫 등장에 수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했고, 이는 시즌 1을 끝까지 마무리하게 된 스타트가 되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다르다. 많은 미드가 수 많은 '떡밥'을 통해서 전개되는 스토리에 느껴지는 '짜릿함'과 '소름'이라면, 이 드라마는 사후세계라는 누구나 궁금해했을 소재에 대한 현실적 배경 설정을 통해 그 안에 벌어지는 캐릭터들의 행동양상을 보는 재미정도겠다. 드라마 대부분의 전개와 내용이 주인공 '프레이리'가 7년 동안 갇혀지냈던 일상들을 빈 오두막에서 푸는 '썰'로 과거 회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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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설정 배경은 실존하는 사후 세계를 현실의 한 공간에 존재한다고 가정하며, 신격화된 천사를 현실적으로 데려온다. 미드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 사건, 갈등이 없다. 그러나 드라마틱하지 않은 사실적인 드라마이기에, 더욱 녹아드며 차츰차츰 빠져드는 이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도 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완벽한 존재를 가정하고 벌어지는 일도 아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보여주지 않는다. 사후세계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며, 그 곳과 현실은 어떤 순환고리이며, 그 곳에서 내려진 다섯 명의 천사들의 역할은 또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인터스텔라'는 끝장나게 재밌게 표현해준 것과 반면, The OA는 사후세계를 가면 갈수록 알듯말듯 어렵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참 재미있다기 애매한 드라마였지만, 이렇게 심오한 감정을 준 드라마는 있었나 싶다.

총 8화로 구성된 드라마를 다 보고나고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지금 누구이며, 이 세상 밖의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며, 천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아하지 않을 수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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