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악은 그의 일탈을 가속했지만, 멈추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신에게 어느 날 시한부 인생이 주어진다면 그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이 질문에 한 고등학교 선생은 "난 마약왕이 될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에서 미국과 남미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마약왕이 되는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이다.
주인공 월터는 칼텍에서 화학박사를 할 정도로 뛰어난 엘리트였다. 그러나 자신이 창업했던 회사와 여자친구를 빼앗긴채 고등학교 선생으로 안분지족하며 지낸다. 생활고에 찌들려, 주변 세차장에서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제자의 차를 세차하고 무시받고, 우리가 생각하는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 어느 날 일을 하던 중 이유모를 증세에 쓰러지게 되고, 병원에 실려온 그는 자신이 폐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은 그의 인생. 자신의 집에는 뇌성마비로 하반신이 불편한 고등학생 아들과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딸까지, 그에게는 이 세상을 그냥 떠나버리기에는 짊어진 짐이 너무나도 컸다. 항상 세상에 올바르게 살아만 왔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사무쳤다. 그러던 중 DEA(마약 단속국)에 근무하는 자신의 동서 행크를 따라 마약 단속 현장을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동행 후 그는 마약왕이 되기 시작한다.
브레이킹 배드를 빠지게 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인물 간의 관계가 한 몫 한다. 제시 핑크맨과 월터 와이트의 관계이다. 월터는 흔히 말하는 범생이이다. 도덕성, 규칙, 규율을 철저히 지키며 사회적 규범에 맞춰가며 평생을 살아온 학자이다. 반면 제시는 어릴 적 방황과 일탈, 마약 판매 등 사회의 규범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이다.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이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 본연이 서로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월터는 마약 제조와 판매를 시작하며 도덕감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자신 내면의 악과 일탈로 물들어간다. 이에 반해 제시는 겉으로 보여지는 방황과 일탈과 달리 마약 사업을 통해 죄책감과 최소한의 도덕심과 양심을 발견한다. 선은 악으로, 악은 선으로 가는 인물들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더불어 월터가 제시를 집착적인 보호와 소유욕이라는 애증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아마도 월터 스스로가 악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에서 제시가 행하는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시작했다가 악으로 물든 자신에 비해 도덕감을 되찾아 죄책감에 시달려하는 제시에 대한 측은지심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을 내포하고 있다. '악'을 행하는 월터의 이유와 목적은 '선'했으나, '악'을 행하는 그에게는 언제나 댓가가 따랐다. 마약을 통해 벌었던 돈은 항상 어딘가에 뒷처리 비용으로 들어갔고, 큰 성공을 통해 평생을 써도 모자를 돈을 벌어도, 그 돈 역시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그의 사투 속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악'을 행했던 이유였던 큰 돈도 없었고, 그의 삶은 겉잡을 수 없는 어둠으로 빠지게되었다.
모든 것에는 댓가가 따른다.
브레이킹 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