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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27. 2023

브랜드 스토리(1)

쉽지 않은

혼자 간직했던 글을 외부에 올리기 시작하고 딱 한 번. 외주 작업을 받아서 해본 적이 있다. 어느 날, DM으로 외주 작업을 하냐는 문의를 받았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양질의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 써야 하는 건 ‘브랜드 스토리’였다. 스토리조차 생소한데, 브랜드 스토리라니. 뭔가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50~70%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메시지와 방향성, 콘셉트가 잡혀 있었다. 내게 요구되는 건 글을 다듬는 기술이었다.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이 일이 4개월씩이나 질질 끌릴 줄은.


다행히 스토리에 관한 책을 읽고 정리해 둔 자료가 있어 참고하여 작성했다. 수필을 올리는 계정이었기에 원래 쓰던 수필 스타일로 작성했다. 당연히 한 번만에 끝나지 않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말이 길고, 간략한 단어와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 표현으로 전달하기를 바란다. 첫 서두가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되는 시처럼 쓰였으면 한다. 등등. 내 머릿속의 생각을 늘여 쓰는 건 익숙했어도 타인의 머릿속의 개념을 글로 풀어내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자료만으로는 피드백을 충족시키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받은 자료 속의 키워드는 관념적인 말들이라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양해를 구하고 실제 업장으로 가서 관찰을 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영상도 촬영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 그만큼 여유로움이 흐르는 거리였다. 그중 중정이 있는 2층 상가. 그 건물 1층을 모두 사용한 가게였다. 간판과 안에 기구들은 구색을 갖춘 상태였다.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뿐. 가장 큰 특징은 구조였다. 중정을 두고 앞 뒤로 가게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 둘의 문을 모두 열면 사람이 편히 오갈 수 있는 거대한 통로가 생겼다. 이리저리 둘러본 뒤에는 중정에 가만히 앉아서 둘러보았다. 조각난 하늘. 단속적인 햇살. 하지만 연속적인 공간.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스치면 화단에서 솟은 풀들이 느긋하게 살랑였다. 눈을 감고서는 사람이 들어찬 그림을 그렸다.


잠깐 시간을 내어 업장의 사장님과도 얘기를 나누었다. 왜 이 가게를 열 생각을 했는지를 물었다. 이유를 알아야 브랜드 스토리가 좀 더 탄탄해질 수 있을 듯했다. 과거 뛰놀던 장소에 대한 향수. 하루 한 잔의 커피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역시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 인연이 이어져 새로운 시도가 되는.


이번에 수집한 자료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자료를 취합해서 썼다. 하지만 피드백에 너무 매몰되었나 보다. 그 장소를 묘사하는 데 급급했다. 브랜드 스토리란 본질적으로 고객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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