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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Dec 01. 2023

오트밀과 곶감

돈까스 냉면

아무런 재료도 넣지 않은 오트밀 그 위에 올라간 곶감. 어떤가?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주신다는 제안에 감사하게 얻어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음식이라는 주제에 안착했다. 역시 먹다 보니 음식에 더욱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나 보다. 이게 맛있다. 뭐가 맛있더라. 그러다가 식문화에 대한 얘기까지 이어졌다. 그분의 남편분이 중국인이셨다.


요리를 즐겨하시는데, 그 결과물이 상상치도 못한 음식이란다. 중국 음식?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나 각종 콘텐츠로 꽤나 많이 접하지 않았던가. 상상치도 못할 음식이라니 도대체 뭘까. 그런 의문을 갖고서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오트밀과 곶감. 오트밀, 곶감. 살면서 이 두 단어를 한 문장 안에 담아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조합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울릴 듯도 하다. 다만 조합할 시도조차 안 했을 뿐이다.


한 만화가 떠올랐다. 오무라이스 잼잼.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귀여운 그림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꽤나 취향에 맞았던지라 세트를 집에 보유하고 있다. 거기서도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 있다. 외국인 룸메이트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어느 날 자신이 해둔 쌀밥을 먹고서는 마음에 들었는지 종종 먹게 된 룸메이트. 그는 그때마다 통조림 배를 깠다. 그러고서는 달달한 통조림 배를 쌀밥에 얹어 먹는 것이다.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바질페스토에 바질 대신 깻잎을 쓰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감탄하여 쓴 글이다. 거기서 말했다. 요리는 자유로워도 된다고. 또 자기 입맛에만 잘 맞으면 된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 또 틀에 갇히고 말았다. 


은수저 깻잎 페스토 영상: https://youtu.be/c2WS0PtLqI4?t=43 | Instagram


상식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지만, 창의로는 이끌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치우동을 끓이다가 돈까스를 넣어버렸다. 돈까스나베도 있지 않던가. 촉촉한 프리미엄 일식 돈까스와 달리 에어프라이어용 냉동 돈까스는 먹다 보면 퍽퍽하다. 그래서 촉촉하게 만들어 버렸다.


어쩌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돈까스 냉면. 이도 먹어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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