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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Dec 05. 2023

너, 육식하면 안 된다니까?

싫은데?

아빠가 만든 햄버거


오늘 저녁 아빠가 만들어준 햄버거를 먹었다. 버터롤, 양배추, 마요네즈, 케첩 그리고 계란후라이와 너비아니. 입술을 스쳐 입 안에서 마구 얽힌 다음 식도로 넘어가는 고기와 야채들. 맛있다.


그런 와중 누군가 내 앞에 와서 말한다. 너, 육식하면 안 된다고. 육식은 폭력이라고. 뭐라고 반응해야 할까. 할 수만 있다면 바로 주먹을 뻗지 않을까.






최근 상업적인 글에 관심이 생겨서 잡지를 읽어보고 있다. 몇 권 주문했지만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밀리의 서재에서 당장 볼 수 있는 잡지들을 몇 권 들여다보았다. 그중 이목을 끄는 글 하나가 있었다.


비질(Vigil).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정치적인 집단행동. 하지만 사람을 애도하는 게 아니라 도살장에서 희생되는 동물들을 애도하는 활동이었다. 흥미로웠다. 활동에 참여해 본다면 하나의 관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이 구절이었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우리가 연대해야 할 시민이지, 견제하고 공격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어떤 사상이든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글 전반에서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집단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들의 행위는 온건했다.


하지만 DxE라는 집단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인상이 갑자기 달라졌다. 한 때 입에 오르내리던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아니라 폭립입니다.’라고 조롱당하던 집단이었다.


갑자기 피켓을 들고 음식에서 들이닥쳐서는 소리를 지른다. 니들이 먹는 건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직접 당해본 적은 없지만 식사 도중에 저런 소리를 들으면 불쾌하지 않을까. 단순히 예수를 믿으라는 말 한마디도 거부당하는 실정에, 면전에다가 니가 틀렸다고,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외침이 사람들이 귀에 들어갈까.


채식주의는 옳은가? 모른다. 하지만 존중한다. 육식은 나쁜가? 모른다. 나는 즐긴다. 그렇다면 개고기는? 안 먹어봤지만 먹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식인은? 아마도 안 되지 않을까?


옳고 그름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정한다. 다수의 사람이. 영원불변한 절대적 선이라는 건 없다. 훗날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식을 지지할지도 모른다. 고기는 암시장에서만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육식은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는 취미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변화는 강요로 일어나지 않는다. 글의 영역에서도 말한다.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훈계하지 말라고. 사람은 누가 자신을 가르친다고 느낄 경우, 더욱이 그게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거부감을 느낀다.


결국 검색했던 단체, DxE는 2023년 8월 무기한 활동정지를 선언했다. 그들의 목적이 더 많은 사람들을 채식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었다면. 그들은 실패했다. 

직접행동DxE - Direct Action Everywhere Korea


그렇다면 훈계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회유해야 한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할 수도 있고,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다. 그들이 원래 믿고 있던 신념과 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스토리에 담는 것이다. 재미있어서 도무지 즐기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이야기 안에 교묘하게 섞어 넣어야 한다.






브런치에도 잡지에서 봤던 글이 게재되어 있었다.

https://brunch.co.kr/@bigissuekorea/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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