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떠나는
언제부터인가 로망이 있었다. 가벼운 홀몸으로 떠나는 여행. 해외는 어렵기에 일단은 국내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공간을 대중교통과 접이식 미니벨로를 타고 떠나는 거다. 그러다 유튜브까지 생각이 가닿았다. 이 여행을 콘텐츠로 승화시킬 수 없을까, 하고.
한적한 여행지. 나름대로 영상도 있고, 조회수도 적지 않다. 수요는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한적한 여행지는 이유가 있다. 별 특별한 게 없으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은 사람 없는 곳도 볼 게 없어서 사람들이 없을 터다. 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경치에 담긴 의미는 경치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인간이 쥐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볼 것이 없어 한적한 여행지라도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떠나는 여행 영상을 제작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의미를 정하는 테마 여행.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뭐가 먼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게 먼저인가, 일단 여행을 떠나는 게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갈릴 터다. 생각해 보면 소설도 그렇다. 소설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 세계관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건설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때마다 다르다. 인물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매력적인 세계관에서 올 수도 있고, 반전 있는 사건에서 올 수도 있다. 아니면 하나의 커다란 주제에서 올 수도 있다.
역시 정답은 없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일단 손에 쥐어지면 그걸로 하면 되지. 알이 있으면 부화시키면 되고, 닭이 있으면 산란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