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믿 Dec 07. 2023

닭과 달걀, 손에 잡히는 대로

일단 떠나는

언제부터인가 로망이 있었다. 가벼운 홀몸으로 떠나는 여행. 해외는 어렵기에 일단은 국내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공간을 대중교통과 접이식 미니벨로를 타고 떠나는 거다. 그러다 유튜브까지 생각이 가닿았다. 이 여행을 콘텐츠로 승화시킬 수 없을까, 하고.


한적한 여행지. 나름대로 영상도 있고, 조회수도 적지 않다. 수요는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한적한 여행지는 이유가 있다. 별 특별한 게 없으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은 사람 없는 곳도 볼 게 없어서 사람들이 없을 터다. 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경치에 담긴 의미는 경치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인간이 쥐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볼 것이 없어 한적한 여행지라도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떠나는 여행 영상을 제작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의미를 정하는 테마 여행.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뭐가 먼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게 먼저인가, 일단 여행을 떠나는 게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갈릴 터다. 생각해 보면 소설도 그렇다. 소설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 세계관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건설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때마다 다르다. 인물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매력적인 세계관에서 올 수도 있고, 반전 있는 사건에서 올 수도 있다. 아니면 하나의 커다란 주제에서 올 수도 있다.


역시 정답은 없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일단 손에 쥐어지면 그걸로 하면 되지. 알이 있으면 부화시키면 되고, 닭이 있으면 산란시키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너, 육식하면 안 된다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