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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30. 2023

겨울에만 흉기가 되는

수족냉증


슬슬 서늘해진다. 발이. 다른 피부 입장에서는 흉기다.


사람은 정온 동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온 동물이라면 내 발이 이렇게 차가워질 리 없으니. 굳이 따지자면 내 손과 발만은 변온동물이다. 지나가다 도마뱀을 만나면 인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찾아봐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치료도 생활습관 교정에서 그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어떻게 발을 따뜻하게 유지하는가. 이것이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버선, 수면양말은 안 된다. 차가운데 땀은 또 잘 차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지져도 금방 바닥의 서늘함을 흡수해 버린다. 보일러는 논외다. 우리 집은 냉난방에 인색하다. 결국 답은 전기 매트였다. 침대에서의 전기매트, 그리고 발받침대에 올릴 수 있는 조그마한 전기 매트.


번거롭다. 그럼에도 나는 겨울이 좋다. 자기 전에 가습기를 틀어야 함에도. 매일 환기할 때 추위가 스며들어도 겨울이 좋다. 옛날에는 단순히 여름이 싫어서 그랬다. 모기와 끈적임. 다만 방에 설치된 에어컨과 모기장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겨울이 좋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마, 따뜻함이 좋았나 보다. 겨울과 따뜻함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겨울은 따뜻함을 부각한다. 서늘함과 건조함이 스며든 피부에 맞닿는 따스함은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정확히는 이렇다. 환기를 시켜 서늘하고 건조한 방, 하지만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가습기를 틀고서, 그 속에 파고든다. 보송하면서도 피부에 달라붙는 온기, 온탕에서 느낄 수 없는 가벼운 온기는 참을 수 없다.


어쩌면 함께 자라온 수족냉증도 따스함을 부각하는 동반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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